러시아 컴퓨터유통업계에 전문화 바람 분다

러시아의 컴퓨터 유통시장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대형 외국 컴퓨터회사의 대리점을 겸하면서 소비자를 상대로 직접판매도해오던 굵직한 유통업체들이 직접적인 제품판매를 지양하고 디스트리뷰터역할만 전문으로 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고, 미국의 델컴퓨터와 컴팩컴퓨터사제품을 모두 취급하는 「두 얼굴을 가진 대리점」이 모스크바에 처음으로 생겼다. 이와 함께 제품판매는 일체 하지 않고 지방을 상대로 컴퓨터수리만 전문으로 하는 회사가 설립돼 컴퓨터 유통구조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최근들어 컴퓨터 유통구조를 전문화해 소매업자들을 상대하는 디스트리뷰터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영업하는 딜러로 사업구조를 재조정한 회사는알 스타밀과 인터미크로·스티플러社 등 10여개 업체에 이른다. 말하자면 내로라하는 러시아 국내의 컴퓨터 유통회사들이 변모하는 시장에 맞춰 판매전략을 전문화방향으로 정한 것이다.

사실 이제까지 러시아의 컴퓨터 유통시장은 전문화와는 거리가 멀고 도매와 소매가 혼재하는 정리되지 않은 모습을 보여왔다. 대부분의 유통회사들이미국이나 일본·유럽의 대형 컴퓨터업체들과 도매점계약을 해놓고 딜러망과는 별도로 스스로 소매에 나서 자기 주머니를 챙겨온 게 공공연한 비밀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혼탁한 모습은 딜러들의 큰 반발을 받았고 지난해부터는러시아에 컴퓨터 제품을 대주는 외국업체들조차 이에 불만을 표시해왔다. 대형 대리점이 할인가격으로 직접 소비자를 상대해 버리자 소매에 의존하는 딜러들이 생존권을 위협당했기 때문이다.

컴퓨터 유통시장이 전문화를 축으로 재조정되게 된 것은 「외국 물주」의압력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이곳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판매채널이흐트러짐으로써 컴퓨터시장 자체가 손상을 입고 있다고 「물주」들이 진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델컴퓨터의 독점대리점을 하고 있던아이 비 에스사이다. 이 회사는 최근 델社 컴퓨터만을 취급하겠다는 대리점계약이 아직 유용한데도 같은 미국의 컴팩사와 이중의 대리점계약을 체결해유통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뿐만 아니라 아이 비 에스는 델컴퓨터와 컴팩사업을 동시에 수행할 컴퓨터판매 전문회사 「디라인」을 따로 세웠는데도델컴퓨터와 별다른 마찰이 없었다. 이 모든 것이 델컴퓨터측의 양해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유통업자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전문화하는 러시아의 컴퓨터 유통시장에서 또하나 특기할 만 한 현상은 도매를 전문으로 하는 컴퓨터 판매회사와 수리전문회사의 제휴라고 할 수 있다.

알레프라는 모스크바의 한 신생 컴퓨터 판매회사는 마르벨사를 비롯한 모스크바의 여러 중견기업에서 일하던 컴퓨터 엔지니어들이 지난달 새로 창설한 회사인데 테크노서버라는 수리전문회사를 믿고 회사를 출범시켰다. 알레프의 유리 파톨르이 신임대표는 『우리는 지방시장만을 상대할 것이다. 알레프는 도매만 담당하고 테크노서버는 애프터서비스와 기술지원을 전문으로 하기로 했는데 지방만을 대상으로 한 이런 결합이 성공할 것으로 우리는 믿고있다』고 자신감을 보인다. 사실 테크노서버는 이미 톨야리·사라토프·에카레틴부르크·페르미·튜멘·우파시를 비롯한 지방 여러 도시에 기술지원센터를 세우고, 사라토프시에서는 얼마전 컴퓨터기술에 관한 세미나를 갖기도 했다. 기술지원센터와 세미나는 다른 도시로도 확대될 예정이다.

<모스크바=김종헌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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