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 전자기기 에너지공급원 `SMPS산업`

사람이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되는 가장 중요한 기관은 바로 심장이다.뇌사의 경우는 아직도 사망여부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으나 심장이 멈추면논란의 여지 없이 곧바로 사망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심장은 인체가 살아움직이기 위한 모든 에너지원을 공급하는 기관으로 심장에 문제가 생기면 살아가는데 있어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

심장이 인체에 피를 공급하듯이 전기·전자기기에 에너지원인 전기를 공급하고 있는 장치가 바로 스위칭모드 파워서플라이(SMPS)다. SMPS는 외부에서공급되는 전기를 각종 전기·전자기기의 조건에 맞도록 변환시켜주는 장치다.

국내 가정에 공급되고 있는 전기는 1백10 또는 2백20의 교류형태로 공급되고 있으며 산업용으로 공급되는 전기는 보다 높은 전압으로 공급되는 것이보통이다. SMPS는 이러한 전원을 필요에 따라 교류전원 및 직류전원으로 또한 5~48로 전기·전자기기에서 사용하는 전압으로 변환해주는 역할을 한다.

사람마다 혈액형이 다르듯이 각기 다른 용량과 질을 요구하는 각종 전기·전자기기마다에 적합한 형태의 전기를 공급해주는 것이다.

이같은 SMPS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장비일수록 신뢰성이 높은 전원공급장치를 사용하고 있는 것도 바로이러한 이유에서다.

SMPS는 기존에 사용하던 리니어방식의 전원공급장치에 비해 효율이 높고내구성이 강하며 소형·경량화에 유리해 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각종 전기·전자제품에 채용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에따라 국내 SMPS시장도 지난 94년에 2천8백2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에는3천6백20억원 규모를 형성, 전년대비 27.5%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이보다 20% 가량 늘어난 4천3백60억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되고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기존 아날로그방식의 이동전화서비스 가입자가 크게늘어나는데다 지난달부터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의 디지털이동전화 서비스가 개시돼 이동전화용 SMPS인 어댑터의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해에는 15만대가 보급되는데 그친 것으로 평가되는 노트북PC도 올해는 30만대 가량이 보급될 것으로 보이는데다 PC용 및 팩스나 프린터용 등OA기기에 주력해온 SMPS 업체들 가운데 의료기기용을 비롯한 특수분야로 진출하는 업체들이 늘어나는 등 SMPS의 영역이 새로운 분야로 계속 확대되고있어 올해 SMPS시장은 예상보다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SMPS는 통상 통신용과 산업용 및 PC·OA기기·가전기기용 등 민수용으로크게 분류된다.

이 가운데 동아일렉콤(舊 동아전기)이 주도하고 있는 통신용 SMPS만이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있을뿐 산업용은 아직 외산제품에의 의존도가 높고 민수용 업체들은 가격구조 악화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이다.

통신용 SMPS는 각종 교환기용 전원공급장치와 이동통신 기지국용 전원설비등으로 연간 6백억원 가량의 시장규모를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동아일렉콤이 점유, 독주체제를 보이고 있으며 수영전자·이화전기 등이 일부 시장에 진출해 있다.

동아일렉콤은 최근 4년간 연속해서 주식 배당율이 1백%를 넘어서는 기록을세우는 등 안정적인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경기도 용인에 대지 2만평에 건평 6천평 규모의 대단위 전원연구소 건립에 나서는 등 세계 최고의 전원 업체로서의 위상을 갖추고 있다.

통신용 SMPS 시장은 올해부터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의 디지털 이동전화서비스가 시작되면서 기지국용 등으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TDX교환기용 DC/DC 컨버터가 온보드형으로 소형화되는 분산형파워로 전환되고 있어 동아일렉콤 외에 다른 중소업체들이 시장을 파고들 수있는 여지는 다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각종 생산장비·주차설비·엘리베이터·각종 의료장비 등에 사용되는 산업용 SMPS의 경우는 현재 화인전자썬트로닉스·DHM 등의 국내 업체들과 지난해국내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네믹-람다社 및 코셀社 등의 외국업체들이 연간 2백억원 정도의 시장을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국산 제품보다 네믹-람다 및 코셀 등의 외산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실정이다.

지난해 화인전자썬트로닉스와 DHM 등 국내 업체들의 매출액은 총 80억원을넘어서고는 있지만 이 가운데 대부분이 세트업체의 주문에 따라 소량 생산해공급한 것이고 1백억원 정도의 시장 규모를 보이고 있는 범용제품의 경우는80% 이상이 네믹-람다 및 코젤 등 외국업체들이 점유하고 있어 국산 제품의신뢰성을 높이는 작업이 시급하다.

산업용 SMPS 시장은 경기에 별로 민감하지 않다는 점이 장점이나 성장세도별로 크지 않아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시장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간 6백억원 가량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데스크톱PC용 SMPS 및 총 2천5백억원 이상의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OA기기 및 가전제품용 SMPS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업체들은 세트업계에 가격파괴 바람이 불면서 이익구조가 점점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너무 많은 업체들이 난립해 있고 세트업체들이 부품업체에 과다한 가격인하를 요구하고 있으며 대만산 저가제품 수입이 많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세트업체들이 보다 싼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국산 제품에 비해 신뢰성이 훨씬 떨어지는 대만산 제품 채용을 늘리는 한편 국내 업체들에게도 점점 더 싼 값에 공급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대부분이중소기업인 국내 SMPS 업체들로서는 원가절감에 한계가 있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원가절감을 위해서는 자동화라인을 구축, 대량생산을 해야하는데 PC 및 각종 전자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짧아지면서 대량생산 설비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고 더구나 중소기업으로서는 대량생산 설비를 갖추더라도 투자비용을 회수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 자동화라인을 도입하기도 힘든실정이라 결국은 마진폭을 줄이는 방향으로 선회할 수 밖에 없는게 국내 업체들의 현실이다.

특히 아즈텍·하이동 등 대만업체들이 인건비가 싼 중국이나 동남아에 현지공장을 세워 국산제품보다 20~30%나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있어 국내 업체들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같은 현실을 볼 때 국내 SMPS시장이 양적으로는 매년 20% 이상 늘어나는 고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는 있지만 SMPS 업체들의 수익구조에는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그러나 산업용 및 민수용 SMPS 산업에 대한 전망이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최근 들어 SMPS 업체들은 예전처럼 「돈이 되는」 분야로 우르르 몰려다니던 데서 탈피해 나름대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한 분야에 집중하는 경향을보이기 시작했다.

화인전자썬트로닉스는 네믹-람다나 코셀 같은 외국 업체들과 당당히 맞설수 있는 산업용 SMPS 전문업체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 향후 산업용 제품에만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이 회사는 지난해 말 네믹-람다 및 코셀 제품과 호환이 가능한 제품을 개발하는 한편 10억여원의 자금을 투자해 최근이전한 신축 공장에 자동화 설비를 설치, 오는 7월부터 본격가동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서신전자는 테스크톱PC용 SMPS에만 주력하고 있으며 행성사 및아남정공·동양계전 등은 기존 제품을 과감히 정리하고 이동전화용 어답터및 충전기 쪽에만 주력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베스트기전과 일산전자는 최근 기존 노트북용 어댑터보다 크기를 절반 이하로 대폭 줄인 공진형 SMPS를 개발, 대우전자에 공급하는 한편 해외시장에도 수출할 예정이고, 파웰·DHM 등은 X레이 촬영기 및 내시경 등 각종의료기기용 SMPS 개발에 적극 나서는 등 특수분야로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SMPS 업체들이 부가가치가 높은 쪽으로 주력제품을 선회하고있는 것은 기존 제품으로는 수익을 올리기가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자구책의일환으로 보인다. 이같은 추세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국내 SMPS 산업구조도전문업체가 뚜렸한 자리매김을 하는 방향으로 재편돼 업체들간의 과열경쟁을줄이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최근에는 세트업체들도 대만산 제품보다는 다소 비싼 값에 구입하더라도 국내에서 부품을 구하는 것이 절차상으로나 시기적으로 효율적이며장기적으로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내 부품업체들을 보호·육성해야할 필요성을 자각, 대만제품보다 국산제품 채용을늘려가려는 조짐도 비치고 있다.

영세한 규모의 업체들이 설립과 도산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 속에서도 노력여하에 따라 전문업체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품업계가 그렇듯이 SMPS 업계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도 적지않다. 우선은 업체들이 영세해 자금력이 취약하고 제품의 표준화가요원한데 따라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낙후된 생산체제를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또한 전기공학을 전공한 고급인력들이 전원분야에진출하기를 꺼리고 있어 고급인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고 전원산업 발전을위한 정부의 지원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와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업체들 스스로가 기술력향상 및 우수인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늘려 경쟁력을 갖추는 한편 부가가치가 높은 고출력 제품으로 전환하는 등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정부및 세트업체들도 장기적인 산업발전 차원에서 국내 SMPS 제조업체들에게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원방안을 마련하는데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할 때가 지금이다.

<김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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