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독립만세
삼성전자 「독립만세」는 과연 냉동실과 냉장실이 별도로 제어되는 독립냉각 냉장고인가. 이같은 의문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6월초에 개발, 출시한 「문단속」냉장고와 기본적으로 차이가 없는 신제품을 올초에 다시 내놓고 「독립만세」라는 새로운 애칭을 붙이면서 독립 냉각기능을 부각시킴으로써 증폭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독립냉각(H/M사이클:High Efficiency Multi-evaporator) 방식으로는 각각의 냉각기와 압축기가 별도로 제어되지 않는다는 게엔지니어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삼성전자가 올해의 주력모델로 내세우고있는 5백30ℓ급 上냉동·下냉장 냉장고를 보자.
하나의 압축기에 2개의 냉각기가 직렬로 연결된 이 「독립만세」냉장고는일단 압축기가 가동되면 섭씨 영하 30도 정도에 달하는 냉매가 냉장실 냉각기와 냉동실 냉각기를 거쳐 다시 순환한다. 그러니까 압축된 냉매가 냉장실이나 냉동실 냉각기에 각각 별도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독립제어라고 표현하기에 곤란할 뿐 아니라 냉장실 뒷 부분은 불필요한 냉매가 존재하게 된다는 것이다. 알기 쉬운 예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데 반드시 대전을 거쳐야 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냉매온도 조절에도 적지않은 어려움이 따른다. 이는 다른 냉장고에서도 안고 있는 고민사항이지만 「독립만세」냉장고에선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냉동실내 온도를 영하 18도, 냉장실내 온도를 영상 2∼3도에각각 맞추면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냉매온도를 유지하느냐 하는 게 냉장고 연구진들의 숙제이다.
냉장실과 냉동실 중간에 마그네틱 밸브같은 것을 달아서 사이클을 병렬식으로 바꾸면 독립제어할 수 있지만 단가가 높고 신뢰성을 보장할 수 없어서보시 냉장고와 같은 외국의 일부 제품외에는 아직 채택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몇해 전 대우전자가 「1.2.0」 냉장고에 밸브를 달아 별도의 독립제어를 시도해봤지만 신뢰성 때문에 결국은 실패했다.
삼성전자측은 그러나 다른 냉장고와는 달리 냉동실과 냉장실이 완전히 분리되고 각각의 냉각기가 실내온도를 별도로 제어하는 것이 바로 「독립만세」냉장고의 독립냉각 방식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즉 냉동실이나 냉장실의 실내온도가 상승하면 각 실에 설치된 냉각기가 가동하고 그래도 모자라면압축기를 가동시켜 냉매를 공급받는다는 얘기다.
H/M사이클이란 냉동실과 냉장실을 일체 성형·발포로 완전히 분리, 독립시키고 각 실에 전용 냉각기와 팬을 설치한 것을 의미한다. 냉동실에서 냉장실로 유출되던 냉기손실을 없앴다는 것이다. 또 다른 두개의 공간을 따로 제어하므로 열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고 냉각속도가 빠르다는 게 삼성측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다른 냉장고와 비교할 때 방법만 달리했을 뿐 냉각속도나 균일냉각·정온성능 등 냉장고의 기본기능에서 더 우수하다고 평가하기 힘들다. 오히려 냉장실에 냉각기를 추가 설치함으로써 비용증가나 압축기의 잦은가동으로 인한 효율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일반 냉장고에 비해 전력소비가 많은 CFC대체 냉장고이기는 하지만 소비전력이 월 57로 월 53인 LG전자의 「싱싱나라」(5백20ℓ급)에 비해 더 높아 삼성이 강조하는 경제성(소비전력이 낮아야 한다)과는 배치된다.
다만 냉장실과 냉동실이 차단돼 있어서 냉장실 냄새가 냉동실로 옮겨가는것을 방지할 수 있다.
또 냉장실 냉각기에 부착된 성에를 압축기를 끈 후 냉각팬을 가동해 증발시킴으로써 이 증발된 수분이 냉장실 안에서 순환, 냉장실내 보습효과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냉장실 음식물의 신선도를 유지시키는 데는 다른 냉장고보다 확실히 우수, 야채 등을 보관하는 데 유리하다고할 만하다.
한편 경쟁사 냉장고 개발진에선 삼성의 「독립만세」냉장고에 대해 아예냉장실 온도제어가 냉동실의 온도제어에 종속돼 있기 때문에 냉동실 온도가안정됐을 때 냉장실 온도제어가 불가능하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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