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전자악기업계, 세계시장서 일본과 겨룬다

야마하·카와이·로란드·코그 등 일제 전자악기가 주름잡고 있는 세계 시장에 국내 전자악기 업체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지금까지 기존 아날로그 방식의 악기 시장에서 일본 업체들을 공략해온 국내 업체들이 이제는 전자악기로까지 그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국내업체들의 공격적 마케팅은 일본 업체들이 제품 성능 강화 및가격인하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특히 주목된다.

국산 전자악기 수출은 지난 93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한국악기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88년 1천3백8대의 디지털피아노가 처음으로수출되기 시작, 92년까지 연간 4천대 수준을 맴돌았으나 93년엔 1만7백75대의 디지털피아노가 수출됐으며 지난해에는 디지털피아노 2만여대, 전자키보드 3만7천여대가 수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수치는 94년보다 무려 68%나 늘어난 것이다.

올해들어 국내 악기업체들은 일본이 90% 이상 점유하고 있는 세계시장 공략을 위해 다양한 가격대와 성능의 신제품들을 경쟁적으로 출시, 하반기 미국에서 열리는 「남(NAMM)」쇼에 출품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영창악기는 전년대비 20% 늘어난 3만5천대의 디지털피아노를,대우전자는 지난해보다 42% 늘어난 5천대의 디지털피아노를 각각 수출할 계획이며 올해 처음으로 악기수출에 나선 한국전자는 우선 시장개척에 주력할방침이다.

그러나 이같은 국내 전자악기 업체들의 공격적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전자악기 수출상황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일본업체들의 견제가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뮤직 메세」에서 일본업체들은 국내 업체들의 도전을 뿌리치기 위해 고성능, 저가격을 실현한 제품을 잇달아출시했으며 이같은 동향은 올 하반기 이후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업체들이 일본의 벽을 넘기 위해선 풀어야 할 숙제가 쌓여 있다』고 지적한다.

가격 경쟁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든지 기술력으로 일본 제품을 압도하든지 두 가지 길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중 가장 우선적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국산 음원칩 개발이다.

현재 국내 악기업체들 가운데 음원칩을 자체조달하고 있는 업체는 영창악기 한 곳뿐이다. 영창악기의 경우 미국 쿼즈와일의 기술을 돈주고 사왔다는비난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긴 하지만 영창악기가 쿼즈와일社 인수를 포함해 R&D에 투자한 총 금액이 3백20억원이어서 기술개발에 대한 욕심이 대단하다는 것은 업계에서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밖에 전자악기를 생산하고 있는 대우전자나 삼익악기의 경우 미국 걸브란슨이나 프랑스 드림社 등으로부터 음원칩을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이 외국업체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음원칩은 당연히 첨단 신제품이 아니라 기술이전을 해도 무방한 것들이어서 첨단 음원칩을 탑재한 일본 제품들과 본격적인 경쟁을 할 경우 상당히 불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국산 음원칩을 전자악기에 탑재하기는 힘들지만 일부 업체들을 중심으로 이의 국산화가 추진되고 있다.

또 업계 일부에서는 국산 음원칩 확보를 위해 지난해 9월 산업기술혁신상대통령상을 수상한 비오의 사운드 모듈 채택안도 신중히 검토해볼 만하다고입을 모으고 있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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