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열린 유네스코에서 정한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 행사에 20여명의 시인·소설가 등 문인들이 나와 자기 저서에 서명해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눠 주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물론 그 취지는 책과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독서인구를 넓히자는데 있겠지만 어딘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새로운 매체에 인쇄매체가 밀리는 흐름을 돌리기 위해 문인들이 나선 것 같은 인상을 풍겼다.
책을 비롯한 인쇄매체는 활자가 발명된 이래 5백여년 동안 대량정보의 교환 및 저장도구로서 인류문명의 발전에서 중추적 역할을 해왔고 지금도 그중요성은 여전하다. 그러나 비디오·디스크·CD롬·디지털 버서타일 디스크(DVD) 등 각종 새로운 저장·기록매체들이 등장하면서 인쇄매체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감소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같은 시대적 흐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사례가 수십년 동안 세계적 출판사로서의 권위를 누려오던 대영백과사전사가경영위기를 맞고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인쇄매체 이외의 저장매체로 처음 등장한 것은 60년대에 나온 마이크로 필름이 아닌가 한다. 지금은 비록 자료실 한쪽 좁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지만마이크로 필름은 적어도 10여년 동안 대량 저장매체로 상당한 효용가치를 인정받았다.
현재 가장 각광받고 있는 매체는 CD롬일 것이다. CD롬은 지난 80년대 중반에 개발되어 87년 휴렛패커드(HP)社가 고객을 지원할 목적으로 제작한 것이최초의 본격적인 CD롬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초기에는 CD롬 플레이어의무게가 약 2백70㎏, 값은 10만 달러에 이르러 몇몇 대기업에서나 겨우 사용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처럼 정보의 기록·저장기술이 급격한 발전을 거듭해 자료이용의 편리성이 극대화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 미국의 한 연구소는 저장용량이 기존 CD롬의 수천배에 달하는 3차원 저장장치를 개발중에 있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인쇄매체이든 최첨단 뉴미디어든간에 거기에 담긴 「지식」이 제대로 이용되지 않는다면 그 매체는 별 가치를 갖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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