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시대기행] 기술공개의 경쟁체제

허문행 한국통신 멀티미디어연구소 연구기획실장

70년대말 유닉스가 세상에 선을 보이고 놀랍게도 그 프로그램 자원(소스)가 공개됐을 때 컴퓨터 기술에 종사하던 모든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다. 당시는 IBM이라는 거대한 함대의 엔진은 승객들의 관심영역이 아니라는 통념대로 살아오던 시대였다. 유닉스 소스공개는 세상사람들이 컴퓨터라는 배를 타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마는 것이 아닌, 누구나도 해부해 보고 능력에 따라스스로도 만들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인 혁명적 사건이었다. 그 결과는 IBM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정보산업계의 판도를 뒤바꿔 놓는 결정적 도화선이 됐다.

인터네트가 초창기에 우리에게 다가왔을때 맨처음 느낀 충격은 그 속에 담겨져 있는 정보, 특히 무료로 공개돼 있는 수많은 프로그램들이었다. 때로는객체 형태로 때로는 소스가 그대로 공개돼 조금만 노력하면 자신이 작성하려던 프로그램을 얻을 수 있게 해줬다. 또 약간의 수정만 하면 손쉽게 자신의프로그램을 작성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참으로 놀라움과 경이로움을 금할수 없었다. 공들여서 만든 작품(?)들일텐데 아무런 조건없이 세상에 자신의기술을 공개할수 있는 것도 의문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기술개발의 촉진제였으며 고도의 상업화전략이었음을 네트스케이프 상업화를 통해 구체적으로 우리는 깨달을 수 있게 되었다.

고속성장을 거듭해온 우리나라 정보산업이 그간에 이룩한 양적인 성장에비례하여 기술적 발전이 매우 미미한 현상은 무엇 때문인가. 전통적 폐습인우리의 기술폐쇄 정서가 바로 그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꼽고 싶다.

기술이란 보호받아야 하는 속성과 발전을 위해서는 과감히 공개해야 하는이중성을 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날 소프트웨어 기술 경쟁은 종래의 보호 위주의 정책에서 사안에 따라 소스 또는 객체를 과감하게공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도 그동안 개인 또는 집단의 소유물로창고에 쌓아 활용토록 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 할수 있겠다.

인터네트가 상식이 돼 버린 오늘날에 전세계 기술 보호위주의 전략은 이미낡고 구태의연한 폐습임을 알 수 있다. 선진국처럼 기술의 공개방법을 이용하여 공격적이고 자신감 있는 경쟁 전략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같은 기술공개전략의 구체적 실현을 위해서는 우선 대학·연구소·정부가 앞장서서 기술공개에 대한 경쟁문화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그 결과 공개기술을 통해 전문성을 인정받고 명성을 날리며 이를 공개한 대학·연구소는해당분야의 최고 전문기관으로 인정받는 풍토가 조성돼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경북대학교 「하늘소」팀의 PC통신용 에뮬레이터 「이야기」는 매우 의미있는 작업이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계속해서 타 대학과연구소에 봇물처럼 확산되지 못한 아쉬움이 많이 있다. 현재 연구소 또는 대학에서 많은 소프트웨어 개방작업을 정부출연 또는 기타의 재원으로 추진되고 있으나 아직도 여러 사연으로 국내 상용화가 잘 이루어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 어떤 기술개발을 놓고 업계마다 또는 대학이나 연구소마다 각각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기술 공개 경쟁체제를 유도한다면 지금도밤새는줄 모르고 컴퓨터앞에 매달려 있을 우리의 많은 젊은 학도들과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 더없는 힘이 될 것이다. 또 우리의 소프트웨어 산업기술이 개발이 본격적인 세계경쟁체제로 돌입할수 있는 획기적인 발전의 발판이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학·연구소등이 각자가 보유한 공개기술을 통해 기술의 명성을 얻게되는 공개적 기술경쟁체제로 전환될 것이다. 앞으로 인터네트 전세계 이용자들이 공개기술의 보고로 Kr(Korea) Domain을 찾는 미래를 기대해본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