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 수정부품-이통시장 "초호항" 21세기 유망품목..

「크리스털산업을 제패하면 세계를 제패한다.」

이는 크리스털산업이 발달할수록 주파수의 효율적인 이용이 가능하고 나아가 총체적인 무선통신기술의 노하우가 축적돼 군사강국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水晶디바이스산업의 중요성을 한마디로 함축한 말이다. 심지어는 미국이제2차세계대전의 승전국이 된 배경중 하나가 그 당시 최고 수준의 수정디바이스 제조기술에 힘입은 무선통신기술력이었다는 說까지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을 정도다. 수정진동자(Crystal Unit)·수정발진기(Cristal Oscillator)·수정필터(MCF) 등으로 구성된 수정디바이스산업은 이처럼 미국 등 군사강국에서 방위산업용으로 먼저 출발했다. 그러나 70년대부터 주파수 발진을필요로 하는 유·무선통신기기가 대거 쏟아져 나오면서 하나의 산업群으로자리잡기 시작, 최근엔 독보적인 수동부품군으로 완전히 자리매김한 상태다.

기초 전자회로의 IC化와 표면탄성파(SAW) 필터·세라믹필터·유전체 필터등 수정디바이스 대체 부품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요즘에도 수정 단결정체특유의 안정된 주파수 발진원리를 이용한 응용기기가 다방면으로 확산되는등 수정디바이스는 여전히 21세기 유망품목의 대열에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최근엔 특히 각종 이동통신기기류의 기준 신호를 만들어내는 주파수 부품으로 오실레이터 응용제품인 온도보상형 수정발진기(TCXO)와 그 핵심소자로UM시리즈 등 통신용 초소형 수정진동자가 핵심부품으로 대거 채용되면서 이동통신시장이 수정디바이스의 차세대 寶庫로 급부상하는 추세다.

70년대 초반 CB(Citizn Band)라 불리던 생활무전기용 트랜시버 特需를 계기로 별도의 산업군의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한 국내 수정디바이스산업은 몇차례에 걸친 부침을 거듭한 끝에 현재 양적으로 크리스털 강국인 일본의 뒤를 이어 세계 2위권으로 부상하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두었다.

물론 최근들어 일본업체들의 해외진출을 등에 업은 중국 및 동남아의 후발국들이 높은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우리나라를 바싹 추격하고 있긴 하지만국내업체들도 해외에 생산기지를 확보, 아직까진 세계 크리스털시장의 부동의 2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20여년간의 꾸준한 성장에 힘입어 현재 국내 수정디바이스업계의 총 생산능력은 싸니전기(필리핀)·고니정밀(중국)·국제전열공업(스리랑카) 등 선발3社의 해외 수정진동자 생산분 약 월 9백만개를 합쳐 대략 월 3천5백만~4천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최근 전격적인 시장참여를 선언한 太一精密이 올 상반기안에 중국하얼빈과 鞍山공장에 월 5백70여만개의 각종 수정디바이스를 생산할 매머드급 제조설비를 구축할 예정이어서 우리나라의 수정디바이스 총 생산능력은조만간 월 4천만개를 훨씬 초과하는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외형면에서도 국내 수정디바이스업계의 지난해 총매출은 싸니전기공업(3백47억원)·고니정밀(2백82억원)·국제전열공업(2백억원) 등 선발3社의 8백29억원을 포함, 대략 약 1천5백억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반도체와디스플레이를 제외한 일반 전자부품분야에서는 PCB·자기헤드·콘덴서·저항기·커넥터·소형모타·코어 등에 이어 9~10위권에 해당되는 규모다.

하지만 여기에 블랭크·베이스·캔(캡) 등 수정진동자용 3대 핵심부품과수정원석·스프링·하이브리드IC 등 수정디바이스를 구성하는 각종 부품 및재료와 관련장비업체들까지 합치면 대략 2천억원 정도의 단일 산업群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관련업체의 수도 크게 늘어 한국수정진동자연구조합(이사장 郭英義 싸니전기대표)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약 60~70개社가 수정디바이스를 주업으로 하고 있다는 게 일반론이다. 그러나 90년대들어 업체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가내수공업 형태의 영세 단순 조립생산 업체들까지 포함하면 약 1백20여개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수정디바이스산업을 품목별로 살펴보면 TV·VCR·오디오(카오디오 포함)등 3대 가전과 컴퓨터용 주변기기에 집중적으로 채용되는 HC/49U, HC/49S(일명 ATS) 등 범용 수정진동자류가 양적으로 전체 수정디바이스 생산의 80~85%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주요업체들의 범용 수정진동자 생산능력은 최대업체인 싸니전기가 필리핀 법인과 계열사인 한국정밀(KPC)을 포함해 월 1천2백50만개인 것을 비롯고니정밀이 중국공장을 합쳐 월 9백20만개, 국제전열이 스리랑카공장을 합쳐월 6백10만개 등 크리스털 3社만도 총 월 2천7백80만개에 달한다.

이들 3사 다음의 중상위권 그룹에서는 월 5백20만개의 범용 수정진동자 생산을 계획하고 있는 태일정밀을 필두로 효성수정(4백만개)과 신영통신(3백만개) 등 월 2백만~5백만개의 생산능력을 지닌 업체들이 뒤를 잇고 있다. 또월 1백만개 안팎의 중하위권 그룹으로는 금석전파·일신통신·우인전자·코리아전자·신우 등이 맥을 이어가고 있다.

무선호출기를 중심으로 한 이동통신 단말기에 94년부터 대량의 수요가 창출되고 있는 통신용 수정진동자 분야에서는 UM1과 일부 UM5를 중심으로 전문업체인 신성전자(월 50만개)를 필두로 싸니·고니·국제 등 월 20만개 안팎의 생산규모를 갖추고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차세대 수정디바이스의 프로토타입으로 간주되고 있는 세라믹 SMD타입 수정진동자는 국내업체들이 높은 투자부담을 이유로 ATS의 변형인 간이 SMD를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국제전열만이 유일하게 월 10만개의 세라믹 SMD타입을 양산, 전량을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최대 수요처인 컴퓨터 주변기기와 음향기기·영상기기·계측기류에 주로채용되는 오실레이터 부문 역시 전통의 강호 고니(월 1백만개)·국제전열(월90만개)과 싸니 계열 KPC(월 1백만개) 등이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亞細亞수정·대진통신기 등 다수의 오실레이터 전문업체들이 이들을 추격하는 형국이다.

최근 휴대폰을 시작으로 향후 이동통신 분야에 고성장이 예약된 온도보상형 수정발진기(TCXO)를 비롯 전압제어 수정발진기(VCXO), 전압제어 및 온도보상형 수정발진기(VCTCXO) 등 오실레이터 응용제품은 특별한 강자가 없는가운데 크리스털 3社와 삼성전기, 오실레이터업체들이 월 2만~5만개의 설비를 갖추고 소량 생산중이다.

이밖에 무선통신기기류의 중간주파수(IF)대역 통과필터로 채용되는 MCF(Monolithic Crystal Filter)는 SAW필터에 의해 영역이 허물어지기 시작하고 있는 가운데 KPC가 월 50만개, 고니정밀 월 30만개, 국제전열이 월 25만개 등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으나 가동률은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25년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수정디바이스업계는 세계 크리스털디바이스 생산 2위국이란 명성에 걸맞게 현재 거의 전품목에 걸쳐 비교적 다양한생산현황을 보여주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일본전파공업(NDK)·도요콤(동양통신)·긴세키(KSS)·다이신쿠(KDS)·도쿄덴파(동경전파) 등 일본의 5대 메이저업체와 비교하면 국내 총 수정디바이스 생산능력이 이들중 한업체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따라서 국내 수정디바이스산업을 2000년대 이후까지 세계 2위급으로 지속적으로 육성하고 무엇보다 질적인 면에서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수정디바이스생산국으로 올려 놓기 위해선 업계의 전반적인 체질개선이 불가피하다는 게중론이다.

특히 국내 제조업 환경은 날이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반면 저임금으로 무장한 중국 등 후발국들의 추격은 더욱 빨라지고 있는 상황에 비춰 국내 수정디바이스업계의 대수술이 없이는 향후 크리스털 관련산업 전망이 결코 밝지만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국내 수정부품산업의 원로로 현재 수정진동자연구조합의 기술고문을 맡고있는 禹麟鉉씨는 『현재 한국업체들은 좋은 제품을 만드는 「하드웨어」는물론이고 그 기반이 되는 원천기술과 정보력, 장기 R&D투자, 전문인력 등 수정디바이스산업 발달의 근간인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어느것 하나도제대로 갖춰진 것이 없다』고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 수정디바이스산업 발달의 가장 큰 걸림돌로 제기되고 있는것은 원천기술력 부족과 잦은 전문인력의 이동. 20여년 이상의 생산경험과세계 두번째의 생산국이란 명성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조립생산되는 수정디바이스, 특히 부가가치가 높은 고정밀급 제품의 알맹이는 대부분 외국산이다. 여기에다 특히 숙련된 전문인력을 요하는데 불구하고 그나마 몇 안되는전문엔지니어들이 2~3년이 멀다하고 자리를 옮기는 등 타업종에 비해 이직률이 두드러지게 높아 총체적인 기술축적과 전략적인 신제품 개발을 가로막고있다.

SMD타입의 등장으로 수정디바이스산업이 갈수록 대형투자를 요하는 등 장치산업화되고 있는 데 비해 극소수업체를 제외한 대분업체들이 지나치게 영세한 것도 아킬레스건. 태일정밀 수정부품사업본부장 金炯泰상무는 『국내업체들도 과감한 설비투자를 통해 품질개선과 원가절감을 추진하는 것만이 앞으로 무한경쟁에서 살아남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등 후발국들과 경쟁할 품목가지고는 더 이상 경쟁에서 승산이 없다』며 『이제부터라도 새로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중장기 플랜을 마련하고 기본적으로 「어떻게 만드느냐」에서 「무엇을 만드느냐」로「발상의 전환」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중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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