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통신망 현대화, "낡은 케이블" 벗겨낸다

브라질 정부가 전화설비의 현대화에 나섰다.

브라질의 통신환경은 매우 열악해 중남미 국가들 가운데서도 뒷줄에 설 정도로 악명 높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의 국가독점 상태로 운영해온 통신사업의 「민영화」및 낙후된 전화설비의 「현대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쫓던 브라질 정부가 우선 후자에 먼저 팔을 걷어붙이기로 한 것이다.

브라질에서 전화를 거는 것은 「차라리 고통」이라는 말이 있다. 통화중잡음이 심하게 나는가 하면 상대방과 전화를 연결하기 위해서만도 수시간을투자해야 하는 등 쓸데없는 낭비가 필수적으로 뒤따른다는 것이다. 게다가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마존 밀림지대와 팸퍼스 초원지대 거주자들은장거리전화를 걸기 위해 위성에 의존해야 한다는 난점도 안고 있다. 전화시장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전화회선 보유율도 매우 낮아서 1백명당 회선보유율은 8.5명 정도다. 이는 이웃 국가인 아르헨티나의 15명, 칠레의 12명에 비해서도 상당히 낮은 수치다.

이런 환경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브라질 정부는 시설현대화에 대해 별다른노력을 보이지 않는 것처럼 알려져 왔다.

그러나 국영 통신업체인 텔레브라스 산하 장거리전화업체인 엠브라텔이 光케이블 구축계획을 발표하면서 이같은 인식은 1백80도 바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탈리아 피렐리社의 지원으로 이뤄질 엠브라텔의 광케이블 구축사업은 남동부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북부 포르탈레자에 이르는 브라질 대부분의 지역을포괄하는 것으로, 이는 이번에 구축될 광케이블이 이들 두 지역뿐만 아니라미국과 유럽으로까지 연결될 것이라는 것을 예상케 해준다.

실제로 회사 관계자도 『이번 광케이블 구축사업은 브라질과 세계가 교신하는 통로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브라질 해안을 따라 깔리게 될 엠브라텔의 대역사는 1억9천8백만달러 규모로 브라질 대부분의 인구및 산업이 해안 가까이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 의미는 더욱 커진다. 현재 수도 브라질리아에는 이미 광케이블이구축돼 있지만 해안지역에 브라질 1억5천5백만명 인구중 80%가 거주하고 있어 이번 광케이블 구축 계획은 지금까지 있었던 다른 사업보다 훨씬 더 큰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낙후된 전화설비 개체는 브라질 정부가 오래전부터 계획해온 사업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브라질의 경제가 살아나면서 구체화됐다. 브라질의올해 예상 경제성장률은 4%.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던 지난 20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가 안정돼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북부 텔레파지역에서 국제전화량이 47%나 늘어나는 등 전화수요의 증가추세도 설비 현대화에 커다란 동인으로 작용했다. 이같은 전화수요는 시스템이 현대화하면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수치상으로도 이번 광케이블 구축이완료되고 나면 브라질의 장거리전화 회선보유율은 거의 2배 가까이 늘어나게된다.

그렇다고 해서 광케이블이 브라질 전화시장을 살리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브라질 통신시장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서는 브라질 위정자들의 머릿속에 오랫동안 자리해온 「국영 만능」 개념이 사라져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있다. 국영업체는 예산부족 등을 핑계로 서비스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시장자유화는 세계 통신업계의 대세가 되고 있고 텔레브라의 시장영향력은 중남미 다른 업체들의 목을 조르고 있다고 할지라도 이 회사의 독점은 문서상으로 지난해 8월 끝을 보게 됐다. 이에 따라 브라질 정부는 민영화에 노력을 기울여 향후 7년에 걸쳐 7백50억달러를 통신설비 현대화에 투자할 방침이다. 물론 이런 사업이 일부 관계자들에 의해서 이뤄질 일은 아니다. 지난해 카르도소 대통령은 브라질 국회의원들에게 석유및 통신시장에서국가 독점을 끝낼 것을 요구했지만 메아리 없는 소리에 그치고 말았다.

이외에도 브라질에서 양질의 전화서비스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이 있다. 통신정책 입안자들이 미래에 대한 확고한 비전이 없어향후 시스템 선택을 놓고 논란을 거듭하고 있다. 또한 일부 기본적인 규제도완화돼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전화업체들도 구태의연한 틀을 깨고 새로운전화서비스 제공을 구상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제 브라질 통신업계는 통신시장 민영화와 설비 현대화의 길을 어렵게 가고 있다.

〈허의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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