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호기자
일본 우정성 산하 전기통신심의회가 지난달 29일 NTT를 장거리전화 1개사,지역전화서비스 2개사로 분리.분할해야 한다고 최종 결론을 내림에 따라 "NTT분리.분할"문제는 이제 정치적인 결정만을 남겨 놓은 상태에 있다. 그러나정부.여당이 "NTT의 분할"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어 82년 임시행정조사회 요구 이후 세번째인 이번 분할 논의도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NTT의 분할문제가 정치적인 판단에 맡겨지게 됨으로써 전기통신심의회의 존립이유에 대한 비판의 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일부에서는 NTT관련 문제가 기본적으로 국제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일련의 정책논의임을 강조하면서 경영형태의 논의보다 NTT의 통신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 관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가장 절실한 문제는 "높은 서비스요금의 인하"로집약된다. 물론 NTT분할 논의 자체가 일본 통신사업의 활성화와 국제경쟁력강화를 위해 제기되고 있는 사안이어서 서비스요금에 대한 논의가 기본이 되는것은 사실이나, NTT문제의 주안점은 어디까지나 경영구조적인 개혁의 필요성여부, 즉 경영형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만약 전기통신심의회의 검토안대로 NTT의 분할이 이뤄진다 해도 경쟁체제가안정될 때까지는 서비스요금 인하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오히려기업구조 개편에 따른 지출경비의 증가로 통신요금이 인상될 위험조차 내재되어 있다. 물론 분할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요금인하에 대한 실질적인 개선이없는 한 서비스요금의 인하는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은분할보다 "높은 서비스요금"에 대한 혁신적 조치를 취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무엇보다도 서비스요금에 가장 민감하다. 그렇다면 일본의 통신서비스요금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왜 그렇게 비싼 것일까" 또 "요금인하를위해서는 어떤 조치가 필요한 것일까". 이것이 NTT문제를 소비자입장에서접근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질문이라 할 수 있다.
NTT요금이 비싼 이유는 NTT 자신이 높은 요금을 책정할 수밖에 없는 체질을갖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요금의 근본적 원인으로 우선 인건비를 들 수있다.
85년 민영화 이후 NTT는 종업원수를 10만명이상 줄이며 합리적인 경영정책을펴나갔다. 그러나 임금상승의 영향으로 총매출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94년 현재 34.8%를 기록, 민영화 당시와 비교해 1.5%포인트 절감하는데그쳤다.
사실 실질적으로는 상승한 것이나 다름없다. NTT 본사에서 밀려 그룹내 다른회사로 옮긴 직원들의 급료를 작업위탁비라는 명목으로 NTT가 지불해 왔기때문이다. 우정성에 따르면 총매출에 대한 NTT 본사의 인건비와 작업위탁비를 합친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94년 현재 48%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NTT의 체질적 문제로 과잉투자와 그에 따른 거액의 감가상각비가 지적된다. NTT는 매년 1조8천억엔 정도의 설비투자를 계속하고 있어 총매출에 대한감가상각비의 비율이 25%에 이르고 있다.
작업위탁비를 포함한 인건비와 감가상각비가 총매출의 4분의 3을 차지하고있는 것이다. 이 비율을 개선하지 않는 한 통신요금 인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서비스요금 결정방식에 있다. NTT 요금은 우정성의 허가를받도록 되어 있으나 요금의 계산방식으로 인건비와 감가상각비, 영업비 등을포함시키는 총괄원가주의를 채용하고 있다. 우정성은 "총괄원가주의의 도입은 미국 등 통신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떨어진 통신의 디지털화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게다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NTT의 실질적인 시내통신망 독점문제는일본 전체 통신요금을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전전이 아무리 요금을 인하하려 해도 NTT의 통신망을 사용하는 한 대폭적인 절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DDI(제2전전)의 경우 3천7백억엔의 총매출액 가운데 절반가까이를 NTT에 지불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건비, 과잉투자, 총괄원가주의, 시내망 독점. 높은 요금 책정의 원인이되는 이들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NTT 자신의 변신에 대한 진지한 노력과제도개혁이 필요하다.
우정성의 NTT분할 시나리오는 이제 정부.여당의 최종결정만을 남겨 놓고있어 어떤 방향으로든 이달 안에 "경영형태"에 대한 결론이 내려질 전망이다.
그러나 경영형태가 변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요금이 인하된다고 볼 수는없다. 제도개혁 즉 총괄원가주의의 철폐, 시내독점망을 실질적으로 인정하고있는 도로이용규제 등의 폐지가 우선되어야 한다.
이 점이 요금승인권을 갖고 있는 우정성의 가장 적절한 역할일 것이다.
또 요금인하를 위해서는 NTT의 국제통신사업 진출을 허가하는 편이 더 나을수도 있다. NTT가 국제통신서비스에 진출하게 되면 독점화가 더욱 가속화할것임에 틀림없으나 AT&T와 BT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통신요금의 인하를위해서는 적극적인 해외업체와의 경쟁체제가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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