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미국 노벨사가 유닉스사업을 유닉스 산타 크루스사에 넘기기로한발표가 있은 뒤 노벨이 유닉스 시스템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는 소문은일단 "작전상 후퇴"였던 것으로 판명됐다. 노벨 러시아의 콘스탄틴 스토빌라소트 회장은 최근 모스크바에서 산타 크루스사와 협력계약을 맺고, 오는98년까지 새로운 세대로 분류될 수 있는 새로운 유닉스 통합시스템을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이 차세대 유닉스 시스템 개발사업에는 휴렛 패커드(HP)도 참여하게 된다. 이로써 대형 컴퓨터 운용체계 시장에서 손을 뗄것으로 보였던 지난해 노벨의 유닉스부문 매각 발표는 새로운 동맹을 위한전략상의 조처였던 게 분명해졌다.
러시아의 컴퓨터업계는 노벨과 산타 크루스, 휴렛 패커드의 새로운 삼각연합을 의미있게 받아들이고 있다.
대형 컴퓨터와 서버를 위한 유닉스 시스템 시장은 그동안 시장의 34%를 산타크루스가 차지하고, 8%를 노벨이 점유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유닉스 시장이쪼개져 있었던 셈인데, 지난해에는 노벨이 유닉스사업을 포기한다는 발표까지 나왔다. 마침내 유닉스 시장에도 통합의 움직임이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그 통합은 업계가 예상했던 것처럼 산타 크루스로의 흡수통합이 아니라 양회사가 중심이 되고 휴렛 패커드가 참여하는 새로운 형태의 통합으로 자리를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유닉스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운용체계인데도 불구하고 유닉스를 기반으로하는 응용 프로그램 개발자가 서로 연관없이 독립적으로 나눠져 있어서이것이 유닉스 이용자를 확산시키는데 커다란 걸림돌이 되어 왔다. 더구나마이크로소프트사가 윈도NT라는 유닉스 경쟁상품으로 시장에 진출한 다음부터는 더욱 위기감이 팽배했던 게 사실이다.
충격적으로 발표된 "3자 통합"에서 노벨사가 맡은 역할은 망(망)소프트웨어의 개발이다. 산타 크루스는 유닉스를 위한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개발한경험을 제공하고 휴렛 패커드는 유닉스 응용기종을 위한 컴퓨터 기술을 제공하기로 했다.
통합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함에 따라 판매시스템에도 변화가 생기게 되었다. 우선 유닉스 웨어라고 불리는 노벨의 유닉스 시스템을 판매하는 업자들이적어도 러시아에서는 산타 크루스의 동업자를 겸하게 되었다. 산타 크루스의경우 러시아에 이렇다할 발판이 없기 때문에 먼저 이 시장에 진출한 노벨의서비스망과 교육센터 같은 시설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노벨과산타 크루스는 러시아의 유통업계를 대상으로 컴퓨터 교육을 같이 시키고,시스템 이용 책자를 공통으로 제작하기로 했다.
그러나 노벨과 산타 크루스의 긴밀한 협력에 대해서 조심스런 전망이 전혀없는 것은 아니다. 산타 크루스의 동유럽담당 사장인 스테판 시오스트렘 또한 "유닉스 통합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한 것은 자금문제를 원활하게 풀어보자는 성격이 강할 뿐 더 이상의 확대해석을 말아달라"는 주문을 아끼지 않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분열상을 보이던 유닉스 시장에서 새로운 형태의 통합 바람이 부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로 이곳에서는 관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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