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시장 "심상치 않다"

반도체 경기가 하강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반도체산업협회(SIA)가 매달 발표하는 BB율이 지난달 1.0을 밑도는 0.

93을 기록했다.

이는 최근 3개월간 실적을 기준으로 월평균 반도체 출하액을 1백으로 할때수주액은 93에 머물렀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향후 경기가 하강할 것임을예고하는 것이다.

반도체 경기지표로 활용되는 BB율이 1.0이하로 내려간 것은 지난 91년 1월이후 5년만에 처음이다. BB율 하락과 더불어 그동안 강세가 지속돼 온 메모리반도체의 가격도 최근 몇개월 새 큰 폭으로 떨어졌다. 4MD램의 가격은현물시장에서 지난해 11월 12.50달러를 기록했으나 최근 8.50달러까지 떨어졌다. 가격폭락의 주요인은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설비투자 확대에 있다.

지난해까지 반도체 경기의 호조가 상당기간 이어지면서 메모리 반도체를중심으로 반도체 업체들이 신규 공장건설 등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에 경쟁적으로 나섰다.

그 결과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능력은 크게 늘어났으나 최대수요처인 PC업계는 오히려 판매증가율 둔화로 주문을 크게 늘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급부족에서 이제 공급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있다.

일부에선 이런 상황이 최소한 올 연말까지 계속될 것이며, 내년까지 이어질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는 계획에 맞춰 일단 생산에 들어가면 중도에 이를 중단하기 어려워수급균형을 이루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과 일본 및 미국의 주요 메모리 반도체업체들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메모리 반도체의 경기하락이 다른 관련분야로 파급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중에서도 메모리를 제외한 마이크로프로세서와 마이컴 등은 아직까지이렇다 할 경기하락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인텔 등 마이크로프로세서 업체의 경우 여전히 1월중 BB율이 1.0을 넘어서경기하락의 우려를 나타내고 있지 않은 것이나, 일본의 일부 업체들이 메모리에서 탈피해 로직 등 다른 반도체제품 생산에 적극 나설 움직임을 보이는것도 이와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반도체 제조장비 분야도 메모리 반도체의 경기하강 조짐에 영향을 받고 있지만 그 정도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메모리 반도체가 반도체 제조장비의 주요 수요처이긴 하지만 다른 수요처들이 존재하는 데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이미 발주된 물량도 아직 상당하기 때문이다.

한편,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하락은 PC산업엔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PC가격은 주로 마이크로프로세서와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에 직접 영향을받기 때문에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이 떨어지면 PC가격의 인하가 가능해져시장수요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PC의 수요 증가는 연쇄적으로 마이크로프로세서와 소프트웨어 시장의 호조로 이어질 것으로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이 경우, 인텔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메모리 반도체 하락의 최대수혜자가될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도 지금보다 싼 값에 컴퓨터를 구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속락할 것이란 판단을 섣불리 할수있는 단계는 아니다.

반도체 경기전망이 여전히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선 최근의 각종 반도체 관련 지표는 일시적인 것이며, 아직까지 메모리를 비롯한 반도체 경기가나빠질 것이라고 단정지을 근거는 없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매우 불안정해졌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오세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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