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비상걸린 전자업계 (5)

정부의 사적 복제 보상금제도 도입 움직임도 전자업계에는 적지 않은 부담요소가 아닐 수 없다. 이 제도는 그동안 공청회 등을 통해 저작권자측과 전자업계 사이에 몇 차례 공방을 치르면서 아직 정식 도입되지는 않았다. 그러나우리나라의 세계화 정책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등과 맞물려올해 상당한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 사적 복제 보상금제도의 도입에 대한 토론회가 개최됨으로써저작권자측과 전자업계간 공방전은 이미 시작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가 토론회를 주관하면서 "도입의 당위성"을 또다시 부각시킨사적 복제 보상금제도는 앞으로 여러 채널을 통해 공론화한 후 올 가을 정기국회에서 도입여부가 결판날 전망이다.

여기에는 주무부처인 문화체육부의 의지와 정책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현재까지 문체부가 겉으로 드러나는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지만, 올해 이 사적 복제 보상금제도의 도입을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는 것이 새 문체부장관의 의지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적 복제 보상금제란 복사기.녹음기.녹화기와 각종 오디오 및 비디오 테이프.디스크 등 복제.복사가 가능한 상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일정금액을피해를 보는 저작권자들에게 보상해주는 제도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도입대상으로 대두되고 있는 제품은 디지털 녹음 및 녹화기와 녹음테이프.녹화테이프.복사기 등 5개 품목이다. 또 이들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에게는 매출액의1~2% 정도를 사적 복제 보상금으로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법 복제.복사의 주체가 이들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를가려내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제조업체가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다.

따라서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VCR.캠코더.오디오.복사기.오디오 및 비디오 테이프.디스크를 생산하는 전자업체들의 원가부담이 불가피해질 수밖에없는 실정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대(개)당 약 3백원(매출액의 1~2%)은그 자체로는 커보이지 않지만 원가에 반영시킬 경우 가격경쟁력은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가전제품의 수출경쟁력이 불과 몇 센트에서 결정나고 콘덴서같은 핵심부품을 30개 정도 채용할 수 있다는 점에 비추어볼 때, 3백원은 결코적은 금액이 아니라는 게 전자업계 분석이다. 특히 사적 복제 보상금 부과대상 품목을 보면, 국내외시장에서 가격경쟁이 매우 치열한데다 채산성도 크게나빠져 저임금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이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는 제품들이다.

전자업계가 이를 제품가격에 반영시킬 경우에는 사실상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들이 부담금을 내는 결과를 빚는다. 복제.복사 행위를 하지 않는 대다수소비자들이 부담을 떠앉는 셈이다. 또 전자업계에도 사적 복제 보상금을 자체 흡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경영악화를 초래시키는 요소가 된다. 가격상승으로 인해 시장이 위축됨은 물론 내수시장에서 수입 및 밀수품 등과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파장에 앞서 전자업계는 사적 복제 보상금제도를 도입해 전자업체들이 이를 부담해야 한다는 문제는 설득력이 약하다고 강변하고 있다.

우선 이 제도는 공테이프를 판매할 때 사적 복제 보상금을 지불토록 돼 있어1차로 저작권료를 물고난 후, 그 공테이프가 프로덕션 업계로 가면 정식으로저작권료를 지불한 뒤 녹음이나 녹화를 하게 돼 있어 2차로 저작권료를 물어야 하는 결과를 빚는다. 또 이 테이프는 녹화기나 녹음기에 사용되는데 녹화기나 녹음기에 대한 사적 복제 보상금 역시 지불해야 하므로 결국 3차에걸친 저작권료를 지불하는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

녹화테이프의 경우 국내 생산량의 80% 정도를 수출하고 있고, 나머지 20%중에서 저작권 소유자에게 약 70% 정도를 공급하고 30%만이 소비자들에게판매되는데 일반 소비자들에게 무조건적으로 보상금을 부과하는 것 자체가부당하다는 것이다. 저작권 소유자들에게 판매되고 있는 녹화테이프도 대부분이 비디오.소프트 복제방지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어 저작권자들이 마음만먹으면 사전에 복제를 막을 수 있다는 것.

전자업체들은 현재 시판되고 있는 VCR 및 프로테이프 내에 특허권을 소유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특허료를 내고 들여온, 복제방지기능이 내장된 IC를 탑재시키고 있다. 즉 무단복제를 위해 전자업계 나름대로 노력을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전자공업진흥회에서는 "복제방지기술 어디까지 왔나"라는 주제의 세미나도 준비하고 있다.

디지털 VCR이나 디지털 음향기기는 각각 2000년이후, 90년대 후반에 가야우리나라에서 개발.생산될 수 있는 미래의 첨단제품에 속한다. 따라서 사적복제 보상금제도를 이들 제품에 적용하는 것은 선진국과의 기술경쟁과 전자산업 자체를 후퇴시키는 결과만 빚어낼 뿐이다.

<이윤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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