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방송계 미디어융합 들썩들썩

지난해는 세계 방송계가 그 어느 때보다도 격심한 변화를 경험했던 한해였다. 미국 방송계에서는 방송사의 매수.합병 바람이 거세게 불어 빅3 공중파텔레비전 가운데, ABC와 CBS가 디즈니와 웨스팅하우스에 각각 합병돼 거대한지각변동을 일으키면서 세계 방송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일본 방송계는올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실시될 디지털 위성방송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냈으며 방송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와이드 클리어비전(EDTV 2)방송을부분적으로 시작함으로써 공중파의 고화질화에 새로운 장을 열기도 했다. 이와 함께 세계 각국은 지난 한햇동안 본격적인 디지털 방송시대에 대비해 저마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동분서주했으며, 특히 디지털 위성방송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을 마련하느라 정신없는 나날들을 보냈다.

이에 따라 96년은 세계 방송사들에게 사상 유례없는 격심한 경쟁시대가 될것으로 보이며, 방송사의 매수.합병 바람 또한 계속되는 한편 세계 주요방송사들의 신규사업진출 움직임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미국에서는 올해도 미디어산업에 대한 탈규제정책에 힘입어 새로운미디어의 등장과 각 미디어간의 경쟁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해기존 공중파 네트워크의 시청률 감소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와 함께 미디어융합이 본격화해 매체성격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이라는 또다른 차원의 변화가 방송계를 흔들어 놓을 전망이다.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업체인 MS사와 공중파 네트워크인 NBC는 방송과컴퓨터를 결합시킨 새로운 온라인 방송서비스를 추진하고 있으며, ABC와폭스사 또한 컴퓨터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뉴스의 공급과 자사의 프로그램에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 AT&T는 최근 미 최대의 위성방송 사업자인 다이렉TV의 지분을 일부인수해 위성방송사업에 참여함으로써 위성안테나와 별도의 수신기 없이도 위성방송을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MS사와 NBC는 올 가을부터 24시간 뉴스전문 케이블 방송을 본격적으로 가동할 예정인데다, ABC 또한 조만간 24시간 뉴스전문 케이블 방송사업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 이 분야에서 경쟁 또한 점차 가열될전망이다.

일본 방송계의 올해 최대 이슈는 디지털 위성방송시대 개막과 본격적인 경쟁체제로의 돌입이다.

일본의 DMC기획이 올 상반기중에 50여개 채널의 디지털 위성방송 서비스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인 가운데 미국의 다이렉TV가 일본의 디지털 위성방송시장에 진출할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으며, 홍콩의 스타TV 또한 올해부터 일본에서 5개 채널을 이용해 디지털 위성방송을 실시할 계획이어서일본은 디지털 위성방송시대 개막과 함께 시청자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펼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에서는 97년부터 실시할 공중파 방송의 디지털화를 위한 준비가 한창인가운데 올해에는 시청률 경쟁이 영국 방송사상 최고점에 달할 전망이다.

영국의 신설 방송사인 "채널5"가 올해부터 전국의 시청자를 대상으로 전파를발사하는데다 공중파 방송과 케이블TV 사이의 시청률 경쟁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가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계적인 언론복합기업인 머독그룹 산하의 직접위성방송사인 BSkyB사가 올해부터 디지털 위성방송 서비스에 나설 계획이어서 급격한 채널 증가에 따른 시청률 경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에서는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그동안 민영채널에 눌려왔던 공영방송 "프랑스2"와 "프랑스3"가 프랑스 시청자들이 가장 선호하는채널로 떠오른 것이다.

공영방송의 이같은 성공은 지난 87년이후 처음 있는 일로, 민영채널의 지나친 상업성 추구에 시청자들이 등을 돌린 때문으로 분석된다.

프랑스에서는 공영방송의 급부상으로 입지가 좁아진 민영채널이 새로운 반격을 준비하고 있어 96년 방송계 판도가 어떻게 재편될지 관심이 모아지고있다.

독일에서는 지난해 "공영방송 ARD의 개혁안"이 발표되면서 방송구조 개편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공영방송을 축소하고 민영방송에 보다 자유로운 활동을 허용하려는 이 안은ARD의 축소, 나아가 ARD의 해체를 주장해 "TV전쟁"이라고 불릴 만큼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며, 방송구조 개편의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독일은 위성방송사업 강화 등 독일 방송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위해 미디어 기업들이 보다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마련에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세계 방송계의 이같은 활발한 움직임과 더불어 오는 7월 개최되는 애틀랜타올림픽은 세계 방송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유수의방송장비업체 및 방송사들이 새로운 방송기술과 디지털 전송방법을 경쟁적으로 선보일 이번 올림픽은 방송기술의 질을 한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분명하기 때문이다.

【김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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