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표준화기구(ISO)의 국제문자세트(UCS)가 지난해 11월말 KS표준문자코드로 제정되었다. UCS는 전세계의 모든 문자를 단일 코드 체계로 표현하기위해 국제정보기술표준화위원회(ISO/IEC JTC1)에서 추진하고 있는 국제표준이다.
현재 데이터 처리에 사용하고 있는 8비트 표준코드인 아스키(ASCⅡ) 환경에서는 한국어와 일본어 혹은 러시아어를 함께 사용할 수 없었다. 따라서 한국어와 일본어를 자동 번역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려면 새로운 코드체계부터만들어야 했으며, 인터네트를 통해 일본어로 구축된 웹사이트(Web Site)를방문할 경우에는 자신의 PC를 일본어 운용체계로 바꾸지 않으면 안되었다.
이러한 문제점은 동양 문자廣에만 있는 현상이 아니다. 알파벳 즉, 라틴문자도 나라에 따라 다양하게 변형돼 있어 구미 각국에서도 국제단일 코드체계의필요성을 절감하고 국제 표준화에 먼저 착수했던 것이다.
이 작업은 두 갈래로 진행되었다. 먼저 국제표준화기구(ISO)가 84년에 UCS작업에 착수하였으나, 큰 진척이 없었다. 이에 87년에 컴퓨터 업체 및 소프트웨어 업체를 중심으로 유니코드(Unicode)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단체표준인유니코드 제정작업을 개시해 91년에 유니코드 최초 버전을 발표하였다.
이 유니코드 최초 버전에는 한글이 KS C 5601과 같이 완성형 2천3백50자만들어 있었다. 현대 한글 자모로 글자를 만든다면 "가"에서 "힝"까지 1만1천1백72자가 조립가능하다. 8비트 문자코드 체계에서 이 모든 글자를 넣을 수없었기에 통계적으로 많이 쓰이는 글자를 선택해 일부만 넣었던 것이다. 그러나 16비트를 기본으로 하는 새로운 코드체계에서는 응당 1만1천1백72자 모두가 들어가야만 하는데도 불구하고 유니코드 최초 버전은 2천3백50자만 반영된 것이다.
이의 개정을 위해 때마침 창설된 한국산업표준원(당시 명칭은 정보산업표준원)을 비롯해 정부.산업계 및 학계에서 5년간 체계적인 노력을 한 끝에 95년3월과 4월에 유니코드 및 UCS에서 각각 한글 표현을 위해 D7A3(가)~AC00(힝)의 연속된 영역에 1만1천1백72개의 셀을 확보한 것이다. 그러나 93년 ISO/IEC 10646 1 UCS 제1부에서는 한글이 6천6백56자 밖에 반영되지 못하였다.
국제적으로 나누어 가져야 할 셀의 수는 6만5천5백36자 밖에 되지 않는데한국이 1만1천1백72자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특히 한자를 수용할영역이 줄어들기 때문에 중국 및 일본의 반대가 극심하였던 것이다. 그러나우리 대표단은 좌절하지 않고 개정안을 제출하고 개정안의 당위성을 각국대표에게 설득해 마침내 국제적인 합의를 이끌어 낸 것이다.
이렇게 어렵게 개정된 ISO/IEC 10646 1을 KS로 수용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 첫째, 완성형과 조합형으로 나뉘어 벌여 왔던 한글 코드에 대한 논쟁을발전적 차원에서 완전히 해결한 점이다. 둘째, 외교 및 행정적 측면에서는국제표준화라는 국익의 각축장에서 당당히 싸워 우리 이익을 반영한 경험을쌓았다는 점이다. 셋째, 국가표준추진체계 면에서 많은 개선이 병행되었다는점이다.
이제 표준화에 대한 연구.개발이 국가 이익에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과제이며, 서둘러야 될 국가정책 목표라는 점을 정부, 산업계 및 학계가 명백히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게 된 것이다. 이 모두 KS C 5700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 선물이며, 새로 태어난 KS C 5700에 대해 우리 모두가 축하해야 할이유인 것이다.
홍기호 <한국산업표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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