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안테나] 날밤새는 "올빼미족" 늘고 있다

한밤중이나 새벽 늦게까지, 심지어 날새는 줄도 모르고 케이블TV를 보는시청자가 최근들어 늘고 있다. 이른바 "올빼미족"이라 불리는 이들은 대부분하이텔이나 천리안 등 PC통신에 접속하거나 "인터네트"에 들어가 밤새도록세계곳곳의 자료를 뒤적이는 신세대들로, 다양한 행태를 보이면서 날밤을 새는 것이 보통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방송을 시작한 케이블TV는 PC통신과 더불어시청자들의 생활습관을 완전히 바꾸어놓고 있다. 지난 3월, 케이블TV 본방송 개국과 함께 시작한 연합TV뉴스(YTN)의 24시간 전일방송이 급기야지상파TV의 방송시간 연장을 불러오는 등 방송환경의 변화를 가져온 것은물론 시청자들의 생활습관까지 바꾸어놓고 있는 것.

지난해 하반기 매일 방송개시와 종료시간 전후로 1시간씩 하루에 2시간까지로 늘어난 지상파방송시간의 연장은 알게 모르게 시청자들을 새벽까지 TV화면 앞에 묶어두는 결과를 가져와, 아침잠을 설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사람들의 생체리듬까지 변화시켰다.

또 지난해 10월 개국한 하이쇼핑 및 홈쇼핑텔레비전(HSTV) 등 2개의케이블TV 홈쇼핑채널이 잇따라 24시간 방송을 개시했고, 올들어 영화채널인대우시네마네트워크(DCN)와 경제뉴스채널인 매일경제TV(MBN)가 24시간 방송을 시작했다.

이 밖에 오락채널인 현대방송(HBS) 등 다른 케이블TV 채널들도 지상파방송과의 차별성을 확보하기 위해 올부터 방송시간을 대폭 늘렸거나, 내달부터늘린 뒤 케이블TV 개국 1주년을 맞는 3월 1일부터는 대부분 전일방송에들어갈 예정이다. 더구나 지난 10월 개국한 바둑텔레비전(BTV)은 채널의특성상 심야방송에 주요한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고 앞으로 빠른 시일안에전일방송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공보처가 지난해 발표한 "선진방송 5개년 계획"에 따르면 현재오전 10시까지로 돼 있는 지상파방송시간을 금년중 정오까지로 2시간 늘린뒤,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종일방송에 들어갈 계획이어서 이래저래 시청자들의 시청행태에 큰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심야시간대에 편성되는 영화 등 케이블TV의 프로그램은 종합유선방송위원회(위원장 유혁인)가 성인용으로 구분해 심의를 완화해줄 방침이어서시청자들의 눈길은 앞으로 더욱 밤늦은 시간으로 몰릴 전망이다.

지난해말 종합유선방송위원회가 제주지역을 제외한 전국의 49개 종합유선방송국(SO)에 가입한 10대 후반에서 60대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케이블TV 시청행태조사"결과, 가입자들의 케이블TV 시청시간대는평일의 경우 밤 8~12시대가 30.5%로 낮 12~5시대의 29.1%와 비슷하게 나타난반면, 토요일의 경우에는 밤 8~12시대(29.2%)가 낮 12~5시대(26.3%)보다 높게 나타났다.

또 일요일의 경우에도 밤 8~12시대(28.4%)와 낮 12~ 5시대(28.5%)가 똑같이높은 시청시간대로 나왔으나, 15% 정도가 심야시간(밤 12시부터 새벽 4시대)에도 케이블TV를 시청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시청환경면에서도 일반적으로 지상파TV를 시청할 때는 온가족이 시청하는경우가 44.8%에 달했으나 케이블TV는 40.6%가 혼자 시청한다고 응답했다.

케이블TV 분야별 선호도는 영화.뉴스.음악.스포츠.오락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두산수퍼네트워크(DSN).다솜방송(DASOM).마이TV(MYTV) 등의 교육채널과 더불어 불교텔레비전(BTN).평화방송TV(PBC TV).기독교텔레비전(KCTS)등의 종교채널 및 바둑채널 등도 심야시간대나 이른 아침시간대에 집중적으로편성돼 있는데다 케이블 채널의 특성상 가입자가 "나홀로 시청하는" 형태를띨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곧 케이블TV의 양방향 기능을 활용한 비디오 게임채널이나 현재폭넓은 확산추세를 보이고 있는 CD롬타이틀, 앞으로 가까운 장래에 도래할것으로 보이는 주문형 비디오(VOD) 등은 이같은 "나홀로 시청형태"의 전파속도를 높여줄 것이 확실하다. 더구나 디지털기술의 발달과 함께 컴퓨터를 활용한 첨단정보처리기술이 융합된 뉴미디어환경은 TVPC나 개인 휴대형 정보단말기인 PDA 등이 개발됨으로써 "나홀로" 멀티미디어시대를 앞당길 전망이다.

따라서 오는 3월부터 케이블TV의 다수 채널들이 24시간 방송을 시작하는데 이어 지상파방송이 방송시간을 연장하고 무궁화위성을 이용한 위성방송의시험방송이 올 하반기부터 시작되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TV시청행태는 큰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PC통신과 인터네트의 열풍이 점차 거세지면서 "올빼미족"은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전세계의 정보흐름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정보의보고"인 인터네트는 전세계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므로 시간의 제약이 없어바쁜 현대인들을 한밤중에 묶어놓을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한 폐해는 지금도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젊은 직장인들 중엔밤잠을 안자고 올빼미 노릇을 한 탓에 정작 출근후에는 꾸벅꾸벅 조는 경우가 많아져 상사들로부터 눈총을 받기도 한다. 또 웬만한 직장에는 인터네트를 비롯한 통신회선이 깔려 있어 이들의 접속을 손쉽게 해주고 있고, 이들은업무와 관련이 없는 정보사냥에 나섬으로써 업무효율 및 생산성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그러나 한번 올빼미족 습성에 빠져들게 되면 쉽사리 이같은 재미에서 벗어날수 없다고 한다. 아침 출근길 지하철안에서 눈이 빨개진 상태로 출근하는젊은이들을 만나게 되면 십중팔구 "올빼미족"이라 보면 거의 틀림없는 시대에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조영호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