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전자업체들의 장기투자계획을 보면 집중 투자가 몰려있는 곳은단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다. 2000년까지 이들 분야에 투입되는 업계의투자비만도 반도체 30조원, 디스플레이 7조원 등 총 37조원에 달해 여타 전자분야를 크게 압도하고 있다. 국내 대형업체들이 많은 위험부담을 무릅쓰고대단위 투자를 감행하는 것은 이 두 제품이 사실상 향후 전자시장을 좌우할유망산업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반도체>
반도체를 다가오는 21세기를 선도할 유망산업으로 가장 먼저 꼽는 것은 무엇보다 전자제품의 소형화.고기능화.멀티미디어화 등 첨단화 추세가 갈수록급진전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바로 이같은 전자제품의 첨단화는 반도체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제까지의 전자제품 발달과정이 사실상 반도체의고기능화 단계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반도체시장의 화창한 기상도는 주요전자제품의 반도체 장착률 추이에서도잘나타난다. 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올해 평균 19.2%에 머물렀던 반도체장착률(대당 소요되는 반도체 가격비중)은 98년에 23.8%로 늘어나고 2000년에는28.1%로 증가할 전망이다. 부문별로는 PC를 비롯한 데이터프로세싱분야가올해 29%에서 98년 36%, 2000년에 40.5%로 증가하는 등 반도체 수요 확대에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요인들에 힘입어 세계반도체 시장규모는 올해 1천5백억 달러에서 98년에는 2천6백억 달러, 2000년에는 3천5백억 달러로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세계 각국의 반도체 유력업체들은 날로 확대돼 가는 반도체 시장점유를 위해첨단 기술개발과 생산능력 확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특히, 시장선점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 중에서도 시장확대의 핵역할을 할 D램.마이크로프로세서.주문형반도체(ASIC)의 경쟁력 확보에사활을 걸고 있다.
반도체는 갈수록 대용량화.고속화.다기능화 및 저전압화되고 있으며 이 중에서도 반도체소자의 미세가공기술은 대용량화.고속화를 가능케하는 핵심기술로 반도체 기술발전의 척도가 되고 있다.
반도체 기술개발의 관건인 설계룰을 보면 회로선폭과 사용전압이 각각 90년대 후반에는 0.25미크론과 2.5V에서 2000년대 초에는 0.18미크론 및 1.0~1.5V로 계속 낮아질 것으로 보이며 메모리의 기본이 되는 셀(CELL)구조도 현재적층형에서 점차 입체형으로 진행되고 있어 고집적화와 저전력화가 빠르게진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반도체 제조기술의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고집적 메모리소자인D램의 경우 94년에 256MD램 시제품이 개발된데 이어 98년에는 상용 제품이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시제품이 선보인 1기가D램도 2000년대에는본격 상용화돼 전체 메모리시장의 주력제품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되고있다.
메모리분야의 급속한 제조기술 발전에 힘입어 마이크로프로세서 및 주문형반도체 등 비메모리분야의 생산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비메모리분야의회로선폭을 보면 95년 0.5미크론에서 2000년대에는 0.25미크론 이하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배선기술도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중심으로 4층 이상의 적층기술이 실용화되고 있는 등 집적도를 높이는 기술개발이 주류를 이룰전망이다.
이에 따라 마이크로프로세서는 현재 1백MIPS.32비트 수준에서 2000년대 초반에는 1천MIPS.64비트로 발전해 고속화.고기능화가 가속될 전망이다.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이같은 발전추이는 컴퓨터와 통신을 통합한 제품의 출현을가능케 해주는 한편, 내장형(임베디드) 제품 시장영역을 보다 넓혀 나갈 것으로 보인다.
비메모리제품의 차세대 주자는 주문형 반도체(ASIC)제품이 유력시되고 있다. ASIC은 수요업체(시스템업체)들이 요구하는 다양한 기능을 독자적으로집약, 기술노출의 위험이 없는데다 제조경비 절감과 소형화를 실현함으로써타제품과 차별성을 도모할 수 있는 여러가지 이점이 있다. 이미 통신용 제품을필두로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ASIC의 수요는 다방면으로 확산되고 있는실정이다. 이에따라 항상 메모리제품을 뒤쫓아가던 기술추세도 2000년에는 D램과 대등한 수준인 0.2미크론 적층 배선기술을 가진 제품이 보편화될 것으로보인다. 특히 국내 반도체 3사가 메모리 일변도에서 벗어난다는 방침아래ASIC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 ASIC제품의 부상은 향후 2~3년안에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반도체 제조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반도체 장비분야에서도 눈부신성장이 예고되고 있다. 우선 단독형(STANDALONE)에서 멀티챔버(CHAMBER)형으로 발전되면서 장비의 규격화.표준화.자동화를 통한 반도체장비의 복합(클러스터)화가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이는 반도체장비가 대규모의 투자를 요구하는 반면, 제품주기는 단축돼 위험부담이 가중됨에 따라 반도체업계가 복합생산 등 유연생산체제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으로 반도체의 고집적화가 진전될 수록 이같은 클러스터화는 더욱 활발해져 대세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 분야에서의 차세대 핵심 유망 제품은 이미 윤곽이 확연히 드러나있다.
올해를 기점으로 그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독주하던 브라운관이 LCD로 대표되는 평판디스플레이(FPD)에 대표주자 자리를 내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물론 전체 시장 규모에서는 오는 2000년까지 브라운관이 여전히 "왕자"의 위치를 지키겠지만 부가가치나 전.후방 산업 파급효과면에서는 FPD가 간판스타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기존 브라운관 시장에서는 지난 수 십년간 보급됐던 제품들을 모조리 대체할HDTV라는 "구세주"가 기다리고 있지만 상용화는 2000년을 넘어서야만 가능할것이고 그나마 FPD 등 여타 디스플레이가 이를 소화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기존 브라운관이 HDTV로 바뀌기 전 일종의 징검다리로 와이드브라운관이 주목받고 있다.
TFT LCD는 풀 컬러 동화상 구현, 2~3cm 수준의 두께, HDTV를 소화할만한고해상도 등으로 노트북 PC의 디스플레이를 석권한 제품이다. 95년 전반기까지만 해도 일반 모니터용 브라운관이나 TN/STN급 LCD에 비해 훨씬 비싼 가격때문에 일부 고급 기종에만 채용됐으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샤프를 비롯, 호시덴.NEC 등 일본의 주요업체들이 95년중 TFT LCD 생산능력을 거의 두배 가까이 늘렸고 메모리 반도체기술을 앞세운 삼성전자.현대전자.LG전자 등 한국의 "빅3"도 일제히 양산에 참여했다.
가뜩이나 생산량을 늘린 일본업체들은 한국의 추격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가격 인하가 시급했고 후발주자인 국내업체들도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서저가공급이 불가피, 가격 경쟁이 본격화됨에 따라 10인치급을 기준으로 94년말 1천달러를 넘던 것이 95년말에는 5백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이런 추세라면오는 2000년에는 1백~2백달러를 예상할 수 있고 자연히 수요 폭증의 기폭제작용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오는 2000년 TFT LCD 시장이 2백억달러, 2005년에는 4백억달러에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기존의 TN/STN급 LCD를 포함하고 PDP를집어넣을 경우 시장은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관측이다.
평판부문의 기술적 추세와 관련, 주목할 것은 PDP의 급부상이다. PDP는 20인치 이상 대형 화면을 구현할 때 원가 부담이 엄청나게 상승하는 TFT에 비해가격면에서 절대적인 강점을 가지고 있고 특히 30인치 이상 대화면 구성에유리하다.
일본업체들은 이같은 특성으로 TFT는 노트북PC 및 기존 모니터 대체용에주력하고 PDP는 벽걸이 TV를 핵심 세트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NEC같은 업체는 96년 초부터 PDP의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후지쯔.소니 등도 96년중에는 모두 PDP양산 라인을 갖출 예정이며 국내에서는 오리온전기가 하반기에 40인치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2000년까지 TFT와 PDP의 싸움에서 열쇠가 되는 것은 컴퓨터용을 제외한 일반산업용으로 누가 먼저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느냐 하는 것이다. 역시 가장큰시장은 TV시장이다. 평판의 특성상 벽걸이 TV는 수요자의 시청환경과 직결,세트업체에게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벽걸이 TV의 상용화를 앞당기려는 경쟁은 치열하다. 샤프는 이시장 선점을 겨냥, 96년초부터 8 및 10.4인치 TFT LCD를 탑재한 벽걸이TV를시판한다. NEC.소니 등은 30인치 이상의 PDP를 탑재한 벽걸이TV를 내놓을 예정이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96년 1.4분기내에 14.2인치 TFT 벽걸이TV를 출시하고 대우전자는 40인치 PDP 벽걸이TV를 하반기에 판매할 계획이다.
이 싸움은 승부가 나거나 혹은 나름대로의 시장을 형성하든지 간에 늦어도98년까지는 결말이 날 것으로 보인다. 어떤 방식이 됐건 디스플레이의 새로운 영역이 개척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멀티스크린 구현이 실용화될 경우 2000년에는 소위 "홈 시어터"시장이일반화될 것이다. 벽면 전체를 TV나 모니터 화면으로 채우고 실물 크기의영상을 가정에서 감상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시대를 맞게될 것이다. 물론 이때의 화면은 당연히 평판이 될 것이다.
이외에도 2000년까지 실용화가 가능한 평판디스플레이는 무궁무진하다. 각종카메라의 뷰 파인더를 소형 TFT로 하는 것에 이미 시장 탐색기에 접어들었다. 2000년까지 모든 자동차에 탑재될 것이 확실시되는 자동항법장치도 엄청난시장을 형성할 것이다. 기존의 모든 흑백 및 3색 컬러 디스플레이는 풀 컬러동화상을 실현하는 평판디스플레이로 교체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의 관건이 되는 가격.대화면.고정화.저전력화 기술은 이미 반도체및 연관산업 기술로 속속 해결되고 있다.
<이택.김경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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