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뉴도쿄를 향하여 (1)

그의 레이밴 카메라가 촬영을 하는 동안 고비는 국화석에 있는 승객 수를세어본다. 모두 27명이다. 뉴도쿄행 비행기는 반밖에 안 찼지만 식물군이나 동물군 모두 농도가 짙다.

"대부분 정치인이나 직장인들이군." 그의 카메라는 그가 곧 펴낼 대화식 교재에 맞는 내용이면 무엇이든 녹화 하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다. 이 정도 양이면 곧 필름을 갈아야 할 것이다.

음료수 카트를 객석 사이로 밀고 지나가는 매력적인 승무원, 클라우디아 카토만 빼면 기내에는 남자들만 앉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재색 산동 실크로 된 상어가죽무늬 양복이 두드러지는 통일 중국의 무기상이몇 눈에 띈다. 비취반지와 최신형 회로가 들어간 롤렉스시계를 팔목에 차고과시하는 중국인들은 죽음을 사고 파는 상인이라기보다는 싱가포르에서 휴 가온 부자 삼촌들 같다.

미국인 직장인들도 꽤 된다. 한쪽 주머니에는 종이 분쇄기가 들어 있고 다 른쪽 주머니에는 무선연락망과 컴퓨터 기능이 들어 있어서 회사원들이 좋아하는 랄프 야마모토를 한결같이 입고 있다.

생각해 보니 그 양복은 어쩌면 미 통신국에서 리스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클라우디아는 승객들에게 음료수를 주느라고 꽤 바쁜 눈치다. 꽉 조이는라텍스 기모노 속에서 상체를 구부릴 때마다 육감적으로 드러나는 엉덩이를 고비는 거의 넋을 잃고 바라본다. 이 많은 남자들 사이에서 버텨내기가 쉬운 일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김정일 기념 헤어스타일인 불룩한 머리로 보아 평양 출신 세일즈맨인 북한 인한 사람은 벌써 술에 취해서 얼굴이 벌개져 있는 것이 하시라도 웃옷을 걷어붙이고 가라오케를 틀어달라고 소리칠 자세다. 당장은 클라우디아의 몸을 더듬느라 손가락이 바쁘게 움직인다.

클라우디아는 천진한 미소를 띠우며 그의 손을 치우고는 한국말로 말한다.

"미안합니다." 승객 모두가 실업인인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저 캘리포니아 치료자 두 사람은 눈처럼 흰 투명 파카를 입고 긴 금발에 곱슬거리는 수염과 토실토실 한미소를 띠고 있다. 그들의 면세점 가방은 아마 때묻은 막대기와 수정구슬, 그리고 의학카드로 가득차 있을 것이다.

뉴도쿄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치료를 필요로 할 것이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아까부터 맞은편 쪽에 앉아 고비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싱글거리는 카우보이 녀석이 있다. 섬뜩한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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