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안테나] 꿈의 "양방향TV" 좌초위기

"집에서 TV화면을 보며 물건을 구입하고 극장이나 비디오 가게를 찾지 않고도 추억의 명화는 물론 최신 영화도 TV를 통해 원하는 대로 시청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TV시청자와 게임을 즐길 수도 있고 시간에 구애받지않고 시시각각으로 전해지는 전자뉴스를 언제라도 받아볼 수 있다."이 이야기는 불과 얼마 전 미국의 미디어회사와 통신사업자들이 양방향 TV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시청자들에게 제시한 양방향 TV에 관한 장미빛청사진의일부이다. 새로운 미디어사업에 참여한 업체들은 이같은 서비스들을 가능케 해주는 양방향 TV가 오는 21세기 전에 본격적으로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전망하는 한편 양방향 TV사업의 장래 또한 낙관하고 있다.

하지만 양방향 TV에 대한 이같은 낙관적인 전망은 최근들어 급반전하고 있다. 양방향 TV를 실시하기 위해 필요한 네트워크 구축의 어려움과 막대한 투자비 그리고 양방향 TV시험방송 결과 드러난 예상외의 저조한 수입 등으로 인해 이 사업의 전망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의욕적으로 양방향 TV사업에 참여했던 미국의 미디어업체와 통신회사들은 사업 자체를 포기 또는 축소하거나 사업시기를 상당기간 연기하고있다. 지난해 12월 14일 FSN(Full Service Network)을 통해 미국 플로리다주 올 랜도에서 세계 최초로 양방향 TV서비스를 실시한 타임 워너 케이블사는 최근가입자수 확보와 네트워크의 추가구축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수익측 면에서도 그다지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또 미국의 지역전화회사인 US웨스트사는 최근 막대한 투자비와 기술적 어려움을 이유로 캘리포니아주 산라몬에서 추진해온 양방향 TV 시험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으며, 캘리포니아주 캐스트로 밸리에서 양방향 TV 시험서비스를 소규모로 진행해온 비아콤사도 지난 7월 이를 확대하려던 계획을 전면취소하고 케이블 TV회선을 통한 전화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으로 방향을 수정했다.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양방향 TV사업을 포기하거나 연기하는 미국 기업 들의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어 이 사업의 장래는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불과 얼마전까지 낙관적으로 전망됐던 양방향 TV사업이 난관에 봉착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양방향 TV사업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 원인으로 우선 막대 한투자비용을 들고 있다. 양방향 TV 서비스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광섬유를 사용한 네트워크의 구축이 필수적인데, 미국에서 이러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는 약 1조달러라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예산문제와 함께 양방향 TV사업의 추진을 가로막고 있는 또 다른 장애요인 은기술적인 문제.대화형 서비스가 가능한 대용량의 데이터 교환기술 개발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으며, 현재 실시되고 있는 시범서비스 지역의 시청자들 은양방향 TV의 질과 기술적 수준에 그다지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디지털 방송의 등장은 가뜩이나 위축되고 있는 양방향 TV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고 있다. 수십~수백개의 채널을 통해 막대한 정보를 쏟아내는 디지털 방송(위성방송.케이블 TV.공중파 등)의 본격적인 도입은 한때 양방향 TV의 핵심기능으로 각광받았던 주문형 비디오(VOD)의 존립기반을 흔들어 놓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양방향 TV의 발전을 가로막는 암초가 곳곳에 나타남에 따라 현재양방향 연결망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은 TV보다는 인터네트 등을 통한 컴퓨터 가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양방향 TV계획이 주춤거리면서 인터네트 웹서비스를 이용한 TV방송이 오히려 활기를 띠고 있으며, 통신회사들 역시 인터네트 등을 이용한 온라인 서비스를 점차 확대해 나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타임 워너 케이블사가 양방향 TV시범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실시함에따라 우리나라와 영국.일본.홍콩 등 세계 각국은 나름대로 "꿈의 TV"로 불리 는 양방향 TV 서비스의 조기도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국가에서도, 양방향 TV사업을 추진하면서 나타난 문제점들이 재현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그 장래는 결코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는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다만 홍콩은 이미 현대적인 광 네트워크가 깔려 있고 아파트군이 밀집되어 있어 네트워크 설치비용이 적게 들 뿐만 아니라 홍콩인들은 값싼 중국영화를 즐긴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년부터 홍콩 텔레컴이 실시할 예정인 VOD서비스의 성공 가능성은 그나마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성욱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