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들어 부품업계에는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별 뚜렷한 이유도 없이수주량이 계속 줄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대표적인 자금조달수단인 사채시장도 "비자금정국"의 파문으로 급랭하고 있다.
결국 이같은 경기위축과 자금압박에 전자부품업계의 전반적인 구조재편이 겹치면서 중소 부품업체들의 생존을 위한 협력체 구성은 어떤 식으로든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소 부품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상황에서 중소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이같은 자발적인 협력체 결성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모든 중소업체들이 공멸하고 말 것이란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연간 매출액 1백억원 미만의 중소 부품업체들이 대거 밀집해 있는남동.부평.가좌 이상 인천).부천.안산.시화 등 경기 일원의 주요 공단지역에 는중소 규모의 협동화사업이나 다양한 협력체 결성 움직임이 그 어느 때보다활발하다. 특히 최근들어 각종 아파트형 공장 분양이 급증하면서 이같은 협력체 구성 을위한 분위기가 크게 호전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학연.지연.기연 등으로 뭉친 다양한 형태의 비공식적 친목모임도 최근 크게 활성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소기업의 자발적인 협력사업이 "시너지효과 창출을 통한 위기돌파 라는 본래의 취지대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몇 가지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비슷한 규모의 여러 업체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어떻게하나하나 조율해 나가느냐는 점. 과거에 많은 협동화사업이나 각종 중소기 업협의체가 실패했던 것도 근본적으로는 참여업체들이 "십인십색"의 목소리 를고집했던 탓으로 봐도 큰 무리가 없다.
중소기업진흥공단 협동화사업부 한길수부장은 "협동화사업이나 중소기업 협의체는 대부분 동종업계나 관련 하청업체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공동체 마인드"가 성공의 열쇠이며 참여업체들을 강력하게 끌고 갈 조직체가 없는협동화사업의 경우는 더욱더 그렇다"고 말한다.
두번째로는 공동구매.공동판매.지분관계.공동관리비용 등 장차 돈과 연결 된복잡 미묘한 관계에 직면했을 때 참여업체들 사이에 형성돼 있던 초기의 끈끈한 공동체 의식이 한순간에 깨질 수가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중소 기업 협력사업을 추진중인 실무관계자들도 대부분 이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인천 가좌 목재단지 소재 K사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중소기업간 협력체 사업이 초기에는 잘 돌아가다가 어느 순간에 돈과 연결되면서 급격히 꼬이는게 예사"라며 "한정된 시장을 놓고 본의 아니게 경쟁을 하다보면 영업상의충돌로 인한 "불협화음"도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선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해당 중소기업들의 취약한 재무구조와 영업상의 한계를 감안할때 장차 필연적(?)으로 돌아올지도 모를 일부 낙오자(도산)의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는 것도 협력사업 추진과정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숙제 다. 동종업계간 협동화사업이나 이종업종간 아파트형 공장이 각종 비용절감과 정부지원이라는 확실한 이점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도하차하는 기업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국내 아파트형 공장 1호로 80년대 말에 문을 연 인천 주안 시범공단의 경우도 초창기에 60개 업체가 입주했으나 현재까지 살아남은 업체는 고작 16개 에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이 자생력을 갖추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특정기업의 몫이다. 하지만 그공백은 의외로 클 수밖에 없다는 게 또한 공동체의 아이러니다. 특히 PCB 협동화사업의 경우 유관기업간 수평계열화를 통한 일관공정체제 구축을 생명 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공업체가 무너질 경우 협동화사업 본래의 취지가 크게퇴색할 수밖에 없다.
부품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각종 협력사업이 중소 부품업체들의 자발적인 의지로 추진되고 있으나 결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성패의 관건이 될 것" 이라고 지적하고 "초기 시설자금 지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정부가 지속적 인관심과 지원책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중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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