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 일본열도 공략 "가격" 내세워 "틈새" 넓혔다

가전3사 등 국내 전자업체들은 일본 공략에 저돌적으로 나서 대일시장 진입에 일단 성공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가전제품과 핵심부품 등의 일본진입은 양국간 전자산업의 구조변화를 나타내는 것이어서 관심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가전제품의 경우 가전3사가 올들어 10월까지 일본에 수출한 실적은 6억8천 만달러로 전년동기에 비해 60%정도가 증가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삼성은 자가브랜드로 LG는 자가브랜드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을 겸해、 대우는 주로 OEM에 의해 일본시장 공략에 대대적으로 나선 것이다.

이처럼 가전제품 대일수출이 증가하고 있는 데는 몇 가지 요인이 내재해 있다. 우선 엔고현상으로 일본산 가전제품의 가격경쟁력 저하가 해외시장에 서는 물론 일본시장에까지 미쳤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일본 가전시장은 일본에서 직접 생산하는 고급제품과 저가의 동남아산 제품이 각각의 수요층을 겨냥해 판매경쟁을 벌여 왔다. 그동안 동남아산 제품 과비슷하게 취급받아온 한국산 가전제품이 비집고 파고들 틈이 별로 없었다는얘기다. 그러나 엔고는 일본업체들로 하여금 자국내 생산제품을 대신할 수 있는 가전제품을 찾게 했고 여기에 적합한 곳으로 한국의 가전업체가 선정됐다고 할수 있다. 대우전자나 LG전자의 대일 OEM수출이 급증한 것도 여기에 연유한 다. 일본업체들은 또 첨단기술을 요구하는 핵심부품과 제품을 제외하고는 자국 내생산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사업방향을 잡아가고 있어 한국산 제품이 진입 할수 있는 여지는 그만큼 커졌다. 최근 대우전자가 일본 NEC에 광폭TV의 OEM 수출을 시작한 것도 한국산 제품에 대한 인식이 크게 높아졌음을 의미하는것이다. 가전3사는 이 틈을 이용해 일본시장을 겨냥한 제품을 개발하기 시작하는한편 스스로 유통시장 공략에 나서는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전통 식품인 쯔게모노(김치류)를 숙성시킬 수 있는 LG의 만능냉장고、 삼성의 다 도어 냉장고、 AV단자 게임 소프트웨어를 부가한 대우의 컬러TV 등은 모두일본시장 공략용 개발제품에 속한다. 최근에는 카오스.로스비.공기방울 등 국내시장에서 주력모델로 경합을 벌여온 세탁기도 일본에 직접 수출하기 시작했다. 가전3사는 또 일본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연구소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데 대우전자의 경우는 내년초에 일본시장에 맞는 첨단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후쿠오카연구소를 설립할 예정이다.

현지 유통망 개척 등 가전제품의 대일수출전략도 불붙기 시작했다.

LG전자는 공략 가능한 수출제품과 판매시장을 선별해 여기에 힘을 집중시키는 "인센티브 마케팅""에어리어 마케팅" 등을 추진하는 한편、 현지 유통 망개척을 위해 일본업체들과 잇단 제휴를 맺고 있다. 또 시장품질 조기경보 체제의 구축과 해피콜 제도의 확대실시 등을 통해 양판점 판매비율을 적극적으로 늘려 나갈 계획이다.

자가브랜드 수출에 주력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최근 도쿄.오사카.후쿠오카 등3개 지역을 삼성브랜드를 집중적으로 심어주는 거점시장으로 선정했으며, 나고야도 거점지역으로 추가시킬 것을 검토중이다.

올초 도쿄에 가전제품 서비스를 전담하는 법인까지 설립한 대우전자는 우선OEM 수출제품에 대한 AS를 다지면서 일본시장 직접 마케팅으로 전략을 바꿔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을 향한 전자부품업체들의 행보도 힘차다. 종합부품업체로 자리를 굳힌삼성전기는 올들어 일본 전자업체들의 잇따른 구매방문에 즐거운 진땀을 빼기도 했다. 엔고여파에 따라 원가부담이 가중된 일본 전자업체들이 일본에 서생산하는 부품과 비슷한 품질의 부품을 찾아 삼성전기로 몰려온 것이다.

아직은동남아산 부품에 대해 정밀도나 신뢰성 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생각 한결과이다. 그동안 대일수출에 대해선 엄두도 못냈던 인쇄회로기판(PCB) 업체들도 고 정밀 제품을 일본에 직수출하는 등 큰 변화를 맞고 있다. PCB의 대일 직수출 은특히 전자산업에서 국산부품의 신뢰성을 인정받는 중요한 변수로까지 인식 돼、 적지 않은 의미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은 이제 가전제품을 포함한 주요 부품생산을 한국으로 이전하는 구조변화를 진행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성급한 판단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양국 전자산업의 구조조정은 아직도 일본은 첨단분야、 한국은 범용분야라는 등식에서 탈피하지는 못하는 수준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윤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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