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의 거리로 생동의 물결이 넘치는 강남지역이 새로운 영상산업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70년대부터 한국영화의 산실역할을 해온 충무로시대가 점차 퇴색되어 가고 있는 데 반해 강남지역이 새로운 영상산업의 산실로 조명받고 있다.
지금까지 영화의 고향인 충무로가 아날로그시대의 영상산업을 이끌어 왔다면 강남은 이제 꽃을 피우기 시작한 디지털시대의 영상산업을 열고 있는 것이다. 영화진흥공사가 서울 남산 중턱에 자리잡으면서 충무로시대를 연 것은 지난76년. 당시 영진공은 녹음.편집.현상 등 영화 후반작업에 필요한 인력과 기자재를 전부 갖춘 유일한 장소였다. 필름을 들고 옮겨다닐 필요없이 한 곳에서 일을 끝낼 수 있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영화사들은 이곳에서 후반작업을 진행했다.
따라서 중소영화사들이 영진공을 중심으로 한 충무로 일대에 하나둘씩 자리를 잡았고 개인업자들이 운영하는 편집실, 현상실 등도 이곳에 몰려 충무 로는 한국영화의 메카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충무시대로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던 서울 홍릉과 경기도 남양주시 의서울종합영화촬영소로 분산 이주해 가면서 더 이상 영화의 본산지라는 명성은 빛바래지고 있다.
이에 반해 전자기술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급속히 바뀌어 가면서 컴퓨터가 영상작업의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자 강남지역은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특히 멀티미디어시대를 맞아 매체가 다양해면서 90년대 들어서 강남지역으 로영상산업의 업체들이 하나둘씩 모여 들기 시작했다.
현재 강남일대에는 음반.영화.비디오 등 기존매체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메이저의 직배사를 비롯해 멀티미디어의 견인차 노릇을 하고 있는 대기업들 이 자리잡고 있다.
방배로에 위치한 일본계의 소니뮤직를 기점으로 워너뮤직.BMG뮤직.GMI.MCA 뮤직 등 4대 음반직배사와 컬럼비아트라이스타.20세기폭스.워너브러더스.월 트디즈니.CIC 등 영화메이저들이 테헤란로 일대에 대부분 둥지를 틀고 있다.
특히 LG그룹의 영상사업을 이끌어 가고 있는 LG미디어가 고속터미널(경부 선) 뒤편에 위치하면서 영상사업에 뛰어든 국내 대기업들도 하나같이 강남지역으로 몰려들고 있다.
지난 2일 영상사업단의 출범식을 가진 삼성그룹의 영상사업단이 선릉역부 근의 대치빌딩에 자리를 잡고 본격적으로 영상사업의 전개에 나서고 있으며, 바로 그 옆에 빌딩을 신축한 LG그룹의 영동빌딩(LG반도체)에 LG전자의 3DO영 업실과 LG소프트웨어가 입주해 있다.
맞은편에는 현대전자의 뉴미디어 사업부가 입주해 있어 우연하게도 국내의 대표적인 3대 그룹의 영상사업부문이 모두 한곳에 모여 있게 됐다.
또한 삼성전자의 멀티미디어 사업부 소속으로 게임 및 멀티미디어 타이틀 사업을 펼치고 있는 PC소프트웨어팀과 AM팀이 강남면허시험장에 못미친 애드 빌딩에 자리를 잡고 있으며, 새한미디어 소유주인 이재관씨의 동생인 이재찬 씨가 경영하고 있는 디지털미디어가 바로 종합무역전시장의 뒤편에 자리잡고 방송프로그램 제작 및 음반제작에 나서고 있다.
영동 세브란스병원으로 가는 길몫인 역삼동 대로변에는 SKC의 멀티미디어 사업부와 게임 자회사인 남일소프트가 있으며 한보그룹의 영상사업을 주도하고있는 한맥유니온과 미원그룹의 미원정보기술 등도 모두 테헤렌로를 중심으로모여 있다.
남산 대우센터빌딩에 있는 대우전자의 영상사업단이 (주)대우로 이관되면 서최근에 인수한 시네하우스로 옮겨갈 예정이어서 이래저래 국내 대기업들은 모두 강남에서 한판의 승부를 벌이게 됐다.
이처럼 영상업체들이 땅값이 비싼 강남으로 모두 몰려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대답은 우선 강남에 새로운 빌딩이 세워지면서 상대적으로 사무 실을 구하기 쉽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신규사업의 하나로 대기업들이 영상사업에 뛰어들면서 영화.비디오.음반.
방송프로그램.멀티미디어타이틀.게임등 종합적으로 영상사업을 펼침에 따라 관련인력들을 한 사무실에 두고 일을 해야 하는 사업상의 필요에 의해서다.
또한 일찍부터 강남에 디지털시대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컴퓨터 관련업체 들이 밀집해 있는데다 상대적으로 멀티미디어의 소스역할을 하는 메이저직배 사들이 강남에 자리잡고 있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이같이 국내에서 내노라 하는 대기업들의 영상사업부문이 모두 강남으로 몰려들면서 중소업체들도 강남으로 옮겨가고 있다. 대기업들과 연계한 사업 의필요성이 갈수록 증대하는 데 따른 것이다.
따라서 강남지역이 자연스럽게 디지털시대의 영상산업을 이끌어가는 메카 로서 성장하고 있다.이제 영상산업에서 강남지역을 빼놓고서는 이야기를 할수없게 됐다.
그러나 강남이 과연 국내 영상산업을 이끌어 가는 메카로서의 역할을 제대 로수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강남이 외래문화를 받아들이는 첨병역할을 해온 문화풍토 속에서 국내 영상산업을 이끌어 갈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영상산업은 무엇보다도 오랫동안 응축된 그 나라의 문화를 반영하고 있는데소비지향적인 강남일대에서 우리 문화를 제대로 표현하는 것은 아무래도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강남일대에 모여 있는 업체들은 단순히 외국업체들의 영상사업을 그대로 모방하거나 단지 제품을 도입하는 것으로 끝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같은 우려를 불식하고 강남이 과연 국내 영상문화산업을 진정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견인차 노릇을 할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과제다. <원철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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