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문제는 그가 사랑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할 일을 소홀히 했다는것이었다. 어느날 밤 자정쯤, 어퍼 그랜트가에 있는 빨래방에서 그녀는 발견되었다.
스타킹에목이 졸린 채 건조기 안에 들어 있었는데, 마치 빨래통에 착륙하려 다잘못 떨어진 것처럼 시트와 베갯잇, 그리고 속옷 사이에 처박혀 있었다.
그녀는 이미 이틀 전부터 전화를 안받고 있는 상태였다.
"아는 사이였습니까?" 그가 나타나자 형사가 물었다.
"선생의 명함이 가방에 들어 있었소. 밸런타인의 하트 같은 이상한 모양으 로접어 놓아서 읽기가 좀 힘들었습니다." "다른 오리가미는 없었습니까?" "아뇨, 무슨 오리가미요?" 작은 메모 스크린에 계속 써내려가며 형사가 물었다. 그는 꽤 젊은 편이었는데 이런 일에 이력이 났다는 듯이 보였다. 이름이나 살인에 사용한 무기등은 달랐지만 동기는 항상 같은 것이었다.
"토끼나 수탉, 크레인, 뭐 그런 거요." 고비는 건조기 유리를 통해 기미코를 들여다볼 수가 없었다. 긴 검은 머리 만이 출렁이고 있었다.
"아뇨, 선생 명함 말고는 아무 것도 없었는데요? 그게 중요한 건가요? 혹 시누가 죽였는지 짐작가는 데라도 있습니까? 신분증에는 일본인이고 스물두 살에 이름이 오노 기미코라고 되어 있던데." 형사가 스크린을 들여다보며 말한다.
"선생의 고객이었나요?" "네, 그랬습니다" 라고 답하는 그의 목이 조여온다.
"생명에 위협을 받는다거나 뭐 그런 얘길 한 적 있습니까?" 고비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부끄럽고 구역질이 났다. 기미코, 그 가엾은공상가. 결국 그녀는 공상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때 고비는 자신이 그 일과는 안맞는 사람이라고 단정했다. 깊은 수렁에 빠졌다가 헤어나오는 데 삼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그는 세계를 돌아다녔다. 인디아와 발리, 콜로라도, 피터즈버그에서도 잠깐씩 살다가 어느날 대학원 에진학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어느날 옷장을 정리하다가 웃옷 호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작은 오리가미를 발견했다. 기미코가 자기 모르게 거기다 집어 넣었던 모양이다. 한쪽 다리로 서 있는 왜가리 같은 모습을 한 하늘색과 녹색의 오리가미였다. 마치 날아가버릴 듯 조심스럽게 손바닥에 올려놓고 바라보았다.
"자기, 잘 지냈어요?" 바로 앞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기미코의 음악적인 말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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