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디지털 캠코더 시장, 기술경쟁.판촉레이스 "총성"

요즘 일본 가전업계에서 일고 있는 가장 큰 바람은 디지털화다. 이 흐름은지난달 중순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95일본전자전에도 그대로 투영됐다. 가정 용 캠코더에도 이 디지털화 물결이 몰려왔다. 가전의 양대산맥 마쓰시타전기 산업과 소니사가 업계 최초로 디지털방식 캠코더를 지난달 판매개시한 데 이어 최근 일본빅터와 샤프도 오는 12월에 시장참여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일본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경박단소를 상징하는 가정용 캠코더는 지난 83년 시장에 등장한 지 12년만에 본격적인 디지털시대를 맞았다. 동시에 가정 용의 디지털방식 캠코더는 시장에 출현한 지 불과 3개월만에 일본의 4대 가전업체가 모두 참여한 본격적인 경쟁시대를 맞게 됐다. 디지털방식은 현행 아날로그방식에 비해 고화질, 소형화라는 이점을 안고 있다. 때문에 앞으로디지털기종이 정체기에 들어선 캠코더시장에 기폭제가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들 4개업체의 제품은 기본적으로 지난해 4월에 마련된 업계 통일규격 가전용 디지털 VCR사양"에 준거하고 있다.

여기에 업무용으로 사용되는 "디지털 컴포넌스 기록"이란 기술 등을 채용 하고 있어 아날로그방식에서는 얻을 수 없는 선명한 화질을 실현하고 있다.

고화질은사실 디지털방식의 최대 특징이다.

또 성냥갑 정도 크기의 작은 카세트로 1시간 정도의 기록을 할 수 있는 등소형.경량화도 큰 특징이다.

4개 업체는 본격적인 경쟁에 대응, 각기 독자적인 특성을 제품에 반영하는 등 차별화에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그 차별은 디지털의 특징인 소형, 고화질의 테두리 안에서 어디에 보다 더 비중을 두느냐에 달려있다. "프로패셔널(전문가)지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곳은 기존시장에서 약40 의 점유율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소니. 업무용 제품의 설계를 그대로 도용한 중후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업무용 캠코더에서도 수위의 자리에 올라있는 소니는 이 분야에서 쌓아온기술과 브랜드력을 가정용 분야에도 활용해 나갈 방침이다. 소니의 가정용 디지털 캠코더는 VHS방식에 비해 소형화가 우수한 8mm방식. 소니측은 디지털기종에서 소형화를 지나치게 내세워 자사가 아성을 구축해온 8mm시장을 오히려 잠식할 지도 모른다"며 소형에 주안점을 두고 있음을 강조한다.

라이벌 마쓰시타는 전방위전략으로 이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고화질기종을지난 9월에 투입한 데 이어 오는 12월에는 액정모니터부착의 소형.보급형을발매한다. VHS진영인 마쓰시타는 소니, 샤프등의 8mm진영에 눌려 가정용시장에서의점유율이 15%로 떨어졌다. 때문에 고화질기종으로 준전문가층 수요를 확보 하는 한편 일반수요자들을 겨냥, 호조를 보이는 액정타입도 투입, 시장점유 율을 만회한다는 양동전략이다.

마쓰시타의 만회전략은 업무용에도 적용된다. 이를 위해 이 회사는 최근 방송국용 캠코더 "DVC프로"를 내놓았다. 이것은 가정용 디지털테이프를 재생 할수 있고 동시에 일반소비자가 촬영한 영상도 방송국에서 그대로 사용할 수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마쓰시타는 궁극적으로 업무용과 가정용을 연계, 소니의 아성을 무너뜨리겠다는 전략이다.

빅타는 "세계 최소.최경량"을 내걸고 승부에 나섰다. 빅타 제품은 크기가 수첩만하고 중량이 4백50g에 불과, 압도적으로 작고 가볍다. 게다가 디자인 도세로형으로 참신, 가정용 디지털시장의 태풍의 눈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제품은 화질을 결정하는 전하결합소자(CCD)가 1장이기 때문에 3장을 사용한 타사제품보다 화질은 떨어진다. 결국 소형화를 우선한 셈이다. VHS의 본가 빅타는 점유율이 약 11%로 의외로 낮다. 업무용에서도 소니, 마쓰시타 에 크게 떨어진다. 화질을 희생하고 소형화를 추구해도 잃을 것이 없는 처지다. 디지털기종을 투입, 점유율을 20%로 끌어 올리는 게 목표다. 샤프는 주무기인 액정으로 공세에 나선다. 이 회사의 제품은 기존의 "액정뷰캠"보다 1인치 큰 5인치의 액정과 3장의 CCD를 탑재한다. 마쓰시타의 액정부착타입보다 두께는 두껍지만 액정 화면은 크다. 샤프측도 "자사제품의 특징은 고화질. 그리고 보고 즐기는데 충분한 크기의 액정"이라며 고화질과 대화면을 강조한다. 이 회사는 액정뷰캠의 호조에 힘입어 현재 시장점유율이 약27%에 이른다. 한편 95년도 일본 캠코더시장은 그 규모가 1백40만대로 전년비 10% 확대 될것으로 전망된다. 회복기미를 보이고는 있지만 절정기인 지난 90년의 1백8 6만대 수준엔 크게 못미친다.

이처럼 캠코더시장이 침체국면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대체수요가 적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업계는 디지털기종이 캠코더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켜 주길 기대 한다. 사실 업계 관계자들은 대체적으로 내년에 35만~40만대의 수요를 창출, 캠코더시장의 주력으로 부상할 것으로 낙관한다.

그러나 디지털기종이 업계의 기대에 부응해줄지는 의문이다. 일반 소비자 의요구가 고화질에만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가격파괴 바람이 일고 있는 요즘20만 30만엔대의 캠코더는 큰 부담이다.

디지털은 분명히 고화질을 의미한다. 업계가 이 디지털이란 말만을 과신하 면디지털 캠코더는 전문가들의 전유물로 전락, 기존시장을 일부 대체하는 특정상품으로 끝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신기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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