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재난의 시대 (29)

"저런 빌어먹을!" 산사나이가 거창하게 손으로 입을 문지르며 말한다.

"저것들 대체 뭘 하는 것 같소?" 시키보 속에 있던 남녀의 다리가 이제는 서로 엉켜 있는 게 남자의 오른쪽허벅지가 여자 무릎에 올라가 있다.

"정말로 하고 있는 거요?" 면도 안한 꺼칠한 얼굴 위로 음탕한 미소를 흘리며 묻는다.

"정말 하고 있는 것 같죠? 거 끝내주는데!" 다시 한 번 술병을 쳐들고 마시면서 외친다.

"그렇지! 한탕 신나게 해보라구!" 그 남녀는 다리가 엉킨 채 경련하듯 의자에서 떨어지더니 바닥으로 나뒹군다. 고비는 벌떡 일어난다. 뭔가 심상치가 않다.

"이보쇼, 저것 좀 보구려." 이번에는 낮은 뇌파를 타고 있던 남자를 가리킨다. 앉은 자세에서 심하게몸을 뒤튼다.

"마약을 잘못 맞았나? 대체 이게 무슨 일이오?" 그가 비틀거리며 일어서자 족제비도 재빨리 일어선다.

"으으으윽……." 뇌파를 타던 남자가 신음소리를 낸다.

"이런! 발작하는 거요! 입에 거품이 나오고 있소." 고비는 옆에 무릎을 꿇고는 조심스럽게 헤드세트를 벗겨낸다. 전원은 아직도깜박거리지만 흰자위만 보이는 눈이 뒤집혀 있다. 몸이 미친 듯 경련한 다. 그를 붙잡으려고 해보지만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다.

"잠깐 나 좀 도와줘요." "무슨 소리요!" 산사나이는 펄쩍 뛰며 뒤로 물러선다.

"전염이라도 되면 어쩌려고 그러시오? 예사 병이 아닌 것 같은데. 난 절대 안 만지오." 남자가 푹하고 숨을 뱉자, 고비는 남자의 입을 열어 인공호흡을 한다. 한참을 실랑이한 후 다시 가느다란 숨을 뱉는 것 같더니 이번에는 완전히 호흡 이끊긴다. "그 사람, 완전히 갔수다, 가! 이젠 무슨 짓을 해도 안되게 됐수다."고비 는 남미인의 맥을 짚어본다. 믿을 수가 없다. 정말 죽은 것이다.

이번에는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두 남녀를 살펴본다. 아직도 텐트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 같다. 재빨리 달려가 지퍼를 열어본 순간, 고비는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

"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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