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고속도로를 거쳐 강릉에서 삼척를 지나 다시 시간반 정도 쉬지 않고달리면 경상북도 최동북단지역인 울진이 나타난다. 울진을 지나는 편도 1차 선간선도로의 중간쯤에서 바닷가 산비탈 쪽으로 3백m 정도 들어가면 울진보 건의료원 흰건물이 눈에 띤다.
울진보건의료원 앞마당에서 만난 김주열 씨(남.61). 태백산 자락에서 평생 밭을 일구며 살아온 김씨는 최근 소화기계통에 이상이 생겨 식사때마다 여간 고생을 하는 게 아니다. 인근에 이를 치료할 만한 의료시설이 없어 면소재지 약국에서 소화제를 구입해 복용하는 것이 고작이다. 그러나 김씨는 요즘 표정이 밝다. 소문난 대학병원 전문의로부터 직접 진료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울진에있는 보건의료원까지 버스로 15분만 나가면대구의 전문의로부터 병상 의 진전과정과 대처방법을 상세하게 들을 수 있는것이다.
김씨를 비롯해 산간벽지에서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고 살아가던 사람들에게이같은 일이 현실로 받아들여 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 원격의료서비스시범사업이 개통되면서부터. 울진보건의료원은 초고속 정보통신망 사업의 하나로 경북대병원과 T1급(1.544Mbps)의 광케이블로 연결되어 의학영상정보 시스템(PACS)을 주축으로 멀티미디어 원격진료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는 곳이다. 당시 정보통신부와 보사부가 주관하고 한국통신이 사업을 전담해 이곳울진보건의료원과 경북대병원간과、 구례보건의료원과 전남대병원간 2곳에서 원격의료 서비스를 개시했다.
원격의료가 가능한 것은 컴퓨터.자료전송 오디오.비디오 등 최첨단 기술을 총동원했기 때문. 보건의료원 2층에는 경북대 의대병원과 광케이블망으로 연결된 비디오카메라.마이크.스피커가 설치돼 환자와 의사가 화상대화를 나눌수 있도록 원격의료실이 마련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컴퓨터 자료전송장비 등으로 구성된 동영상진단 시스템을 갖춰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다양한 형태 로 진단하고 처방을 내릴 수 있도록 영상진단 시스템도 설치했다.
X-레이 촬영기사.필름편집자.시스템 관리자 등 1인 3역을 도맡고 있는 울 진보건의료원의 최상욱 씨(의료보건서기.41)는 "1년이 지나는 동안 시행착오 를거쳐 경북대 의대와 연결된 선로도 안정되었고、 시스템도 잘 돌아간다"고 말한다. 최씨는 또 "X-레이와 같은 정지화상뿐만 아니라 음성.문자와 동화 상까지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 있어 대학병원 의사들은 환자와 실제로 대면한 것처럼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면서 "여기서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활용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개발중"이라고 전한다.
울진의 원격의료 서비스는 크게 2가지다. 우선 세계적으로도 아직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는 PACS(의료 영상저장전송 시스템)가 그 근간을 이룬다. 이는환자의 각종 의료영상(X-레이.MR.CT 등)을, 발전된 통신망을 통해 원하는장소로 보내는 의료정보기술의 최고봉이다. 즉 산간이나 해안 오지에 있는환자의 화상의료정보를 도시의 종합병원 전문의가 판독하고 처방할 수 있도록진단의 기초자료를 대용량.고속 통신망으로 전송하는 기술이다.
이와 함께 동영상진단 시스템이 있다. 코덱.워크스테이션.양방향 터미널.
카메라등으로 구성되는 동영상진단 시스템은 PACS를 통해 화상의료정보를 획득한 대학병원 전문의와 보건의료원 레지던트 및 환자가 병상에 대한 의견 을교환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보건의료원과 대학병원에 각각 설치되어 있는 카메라를 통해 원격지간의 실시간 화상진단을 가능케 한다.
이 가운데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제 궤도에 오른 원격진료 시스템이다.
이로인해 전문 의료진과 의료시설이 갖춰져 있지 못한 농어촌지역 주민들은 훨씬 효과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긴급환자 발생시에도 이 시스템이 갖춰져 있으면 종합병원은 네트워크를 통해 환자에 대한 기초자료를 미리 받아 신속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또한 종합병원으로만 환자가 몰리는 사태도 막을 수 있어 현재의 불합리한 의료체계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보인다. 이곳 의료원은 내과.일반외과.정형외과.흉부외과.치과.산부인과.마취과 등7개 과에 모두 7명의 전문의와 4명의 일반의가 활동하고 있어 웬만한 환자는 치료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간혹 여기서 감당할 수 없는 환자가 발생하기도 한다. 분초를 다투는 위급환자의 경우 4시간이나 걸리는 대구보다는 가까운포항의 종합병원으로 이송하기 때문에 원격의료 서비스가 무용지물이 되기도한다. 울진보건의료원은 매주 월.화.수 3일 분야별로 원격진단을 실시하고 있다.
매주평균 15~20명의 인근지역 환자가 원격진단을 받고 있다. PACS를 통한 사진전송은 하루 40여장에 이른다. 원격진단이 가장 큰 효력을 발휘하는 경우는 암 등의 조기발견이라고 한다. 현재의 시스템을 이용해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당뇨병.고혈압 등 성인병 환자를 위한 서비스도 조만간 도입할 계획이다.
최상욱 씨는 "양방향으로 질의.응답할 수 있는 각종 성인병 관련교실을 개설해 경북대 의대병원의 강사진이 강의하는 실시간 건강강좌가 내년중으로 개설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울진=정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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