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재난의 시대 (17)

고비는 코웃음을 친다. 아무도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면서, 모두들 자기 일인 양 아우성치고 있다. 정보팀을 보내 알아내면 될걸 가지고 왜 가만 놔두는 것일까? 격리구역이지만 제한적인 여행이 허용되고 있다. 하지만 누구도 해가 진 후까지 가만히 있지는 않는다. 모두들 마지막 우주 비행기에 안전하게 타고 빠져 나가려고 한다.

"나한테 온 메시지 체크 바람." 고비는 깜박이는 불빛을 보며 지시한다. 아침에 메시지 체크를 했던 회사 용라인에 메시지가 들어와 있다.

"일번 메시지!" 하고 명령한다.

"모시모시, 고비 센세이? 안녕하십니까, 저는 사토리 대화 시스템의 기요시기무라입니다. 일본인은 사무라이 상투가 보일 정도로 깊게 절한다. "전에 네트로에서 뵌 적이 있죠?" 일 년 전 샌프란시스코의 신일본 무역협회 파티 얘기인가 보다.

"도시바 인텔사의 하야시 씨가 저를 소개드렸었죠. 생각나십니까? 바추르 의새 라인에 있는 의식 부족(의지불족)에 대해 말씀을 나눴었지요."물론, 고비는 기억했다. 그때 그 13세기 애프터셰이브를 발랐던 말쑥한 일본인이다.

그애프터셰이브 이름이 뭐더라? 그래, 오 드 겐지였지. 어떻게 그를 잊겠는가? 기무라는 그에게 많은 질문을 했었다. 특히 버클리대학에서 그가 하는일에 대해……. 사토리가 버클리대학에 막대한 기부를 한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다.

"고비 센세이. 저희가 컨설팅을 하나 부탁드려도 될까 해서요. 너무 급하게연락을 드려 죄송합니다만 혹 내일 오후에 나니와 놉힐호텔에서 만나 뵐수있을까요? 13층의 매화실입니다. 3시30분이면 괜찮겠습니까?"그는 다시 한번 절을 했다.

"괜찮으시면 제 사무실로 연락주시기 바라겠습니다."고비는 의자에 등을기대고 빙그르르 한 바퀴 돌아본다. 일본인들은 보통 이렇게 서두르지 않는다. 시간을 여유있게 가지고 심사숙고한 후 약속을 한다. 기무라가 내일 만나자는 것으로 봐선 틀림없이 중요한 일일 것이다. 그는내일 스케줄을 살펴본다. 마지막 수업이 2시에 끝나니 딱 좋은 시간이다.

"안녕하십니까, 기무라 씨?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내일오후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메시지가 연결되는 동안 고비는 전문가다운 미소를 보낸다. 이제 일을 할차례이다. 내일 회의 전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한다.

사토리는 거물급 고객이다. 전에 계열사의 연구 개발 계획에 대해 직관 분석을 해준 적은 있어도 사토리사와 직접 대면하여 일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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