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북한의 "정보처리" 현주소 (2);컴퓨터 용어

북한의 컴퓨터용어에 대한 현황과 전망은 조선콤퓨터쎈터 소속의 교수박사 허 주、 교수박사 김용률、 연구사 최영철의 공동논문 "계산기 관련용어의 표준화에서 제기되는 몇가지 문제"에 잘 나타나 있다. 이 논문은 한국측과 중국측 학자로부터도 매우 "체계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 논문은 또 컴퓨터(계산기)와 그 응용분야에 이용되는 표준화 대상 용어 들의 단계적 선택방법、 표준화한 용어들의 보급방법、 조선글(한글)용어의 일치안 확정방법과 표준화에서 고려해야 할 원칙들에 대해 적고 있다. 허주 등의 공동논문 내용을 중심으로 북한의 컴퓨터용어에 대해 집중 조명해보기로한다. 북한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원칙이나 표준 없이 난립돼 있는 컴퓨터용어 의자국내 표준과, 민족통일에 대비한 남북 일치안을 마련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북한의 컴퓨터용어 표준화는 자국내 컴퓨터 처리기술을 세계 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21세기 고도 정보화시대를 대비하겠다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이는 고도 정보화시대와 관련、 범람하는 컴퓨터 관련 외래어들을 제때에 한글로 다듬어 순화함으로써 민족의 유구한 전통을 정보화시대에 걸맞게 확대발전시키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를 전제로 조선콤퓨터쎈터 등에서 각종 교과서.참고서.기술서적.잡지 등 을대상으로 조사한 표준화대상 컴퓨터용어는 대강 4만여개에 이르는 것으로집계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학자들 사이에서는 용어표준화 단계의 합리적 선정문제가 자주 거론되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허주 등의 공동논문에서는 대상용어의 단계별 선택방안으로 3가지 단계를 제시하고 있으며, 북한학자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공동논문에서 제시한 첫번째 단계는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제정한 국제표준규격 ISO/IEC 2382에서 규정한 정의에 기초하여 해당 용어들을 남북 한이 각각 표준화한 후 협의하여 단일안(일치안)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두번째 단계는 첫번째 단계에서 확정한 용어들을 기반으로 파생한 새로운 용어들의 개념을 정의하고, 이에 대한 표준화안과 일치안을 마련하는 것으로돼 있다. 또 마지막인 세번째 단계에서는 전자나 통신 등 인접분야 용어 가운데 컴퓨터 분야에서도 빈번하게 사용되는 용어들에 대한 단일안을 만드는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측은 용어다듬기 등 표준화 작업에서 한글의 특수성과 단일 안마련의 목적 등을 감안、 고려해야 할 5대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각 원칙 들의 핵심을 살펴보면、 첫째 영어식 어휘보다 주어진 용어에 대응하는 정의개념을 기본으로 단일안을 완성한다、 둘째 고유어를 적극 발굴하되, 사전에 없는 새로운 어휘를 만들어내는 경우는 한자보다는 고유어 어근에 기초한다 、 셋째 당장 한글로 순화하기 어려운 외래어는 당분간 그대로 두되, 반드시 우리말 대안을 마련한다, 넷째 외래어 범람을 막기 위해 영어 용어에 해당하는 고유어와 외래어 혹은 한자어와 외래어를 동시에 대응시킨 것은 순화용어 로 인정하지 않는다、 다섯째 지정된 분류체계에 따라 분류된 용어만 단일안 의 대상으로 삼는다 등이다.

북한에는 현재 조선콤퓨터쎈터가 ISO/IEC 2382를 근거로 편찬한 "정보처 리용어 표준화사전"이 컴퓨터용어 순화 및 표준화안의 모델이 되고 있다. 북한측은 또 이 "정보처리용어 표준화사전"과 함께 한국의 국어정보학회가 펴낸 우리말 전산용어사전"을 기반으로 남북 단일안을 도출해 간다는 방침이 다. 북한학자들은 이와 함께 이렇게 도출된 단일안을 어떤 방법으로 보급하여 정착시키는가를, 용어 표준화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로 보고 있다. 일부소장학자들의 경우 영어를 배우지 못한 상태의 어린 학생을 기본 보급 대상으로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허주 등의 공동논문에서는 지금당장부터 보급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즉 장래만을 염두에 둘 수 없기때문에 컴퓨터기술을 보급하는 교원 그리고 컴퓨터과학분야 일선의 과학자나 엔지니어 등에 우선 보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허주 등의 공동논문에서는 북측의 "정보처리용어 표준화사전"과 남측 의"우리말 전산용어사전"에서 3백65개의 단일안 대상 용어를 선정、 남북한 용어순화작업 실태를 분석해놓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대상용어 3백56개 가운데 고유어로만 된 용어의 경우 한국측의 50개보다 북측이 55개로 약간 앞섰으며, 고유어+한자어로 된 것만을 허용한 경우도 한국측이 51개였으나 북측은 64개로 더 많았다. 순화의 까다로움 때문에 한자어만 허용된 것 역시 한국측이 1백44개、 북측이 2백17개로 북측이 훨씬많았다. 그러나 외래어를 허용한 경우 북측이 12개인 반면, 남측은 89개여서 북한 의용어순화작업이 한국보다 앞서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측은 허주 등의 공동논문을 빌려 고유어와 한자어로 된 용어는 계속 늘려 나가되, 외래어를 허용한 것은 점차 줄여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하게전하고 있다. <서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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