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다녀온 사람들이면 누구나 부러워하는 모습이 있다. 그들의 직업에 대한 천직의식과 전문성이다. 1백년이상 대를 이어 가업을 승계하는 모밀국 수집뿐만 아니라 미쓰이 미쓰비시 등 대기업들도 동일업종에서 1백년, 2백년 의 전통을 자랑하며 축적된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의 축적된 기술, 전문성, 그리고 한우물을 파는 프로정신에 자주 놀란다.
우리의 생각과 행동도 많이 전문화되었으며 사회의 정보화, 고도화가 진전되면서 더욱 전문성이 강조될 것이다. 정부도 많은 이견에도 불구하고 기업 들이 전문성을 갖도록 유도하고 있다. 경제정의측면에서 경제력집중을 막고 자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유도하고 업종전문화를 통해 기업경쟁력의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방향과는 다른 현상이 통신산업에서 나타나고있다. 정부는 94년 통신사업구조조정을 통해 사업자분류방식, 자가통신설비의 이용방안 통신사업자의 지분구조 및 신규서스에 대한 구도를 명확히 했다. 특 히신규서비스 일정과 통신사업자의 자본구조가 잠재적으로 통신서비스사업에진입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지대한 관심사가 되었다. 지금 삼성 LG 대우 등대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통신서비스사업에의 진출을 기정사실화 해놓고있다. 그런데 삼성 LG 대우 동양 등의 대기업들은 이미 교환기 등을 제조하는 통신기기업체로서 경제력집중 방지 등을 이유로 들어 통신서비스업체로의 지분 을3%로 제한했다가 구조조정후 10%로 확대했다. 하지만 95년의 구조조정에 서는 통신시장 개방대응 등의 이유를 달아 33.3%까지로 확대 적용할 움직임을보이고 있다(시내사업만 10%로 제한). 만약 이들 통신기기제조업체가 지분확대 또는 신규투자를 통해 통신서비스사업에 진출하게 되면, 경제력집중 의사회적 문제점은 물론 거대 통신기기업체가 통신서비스업에 진출하는 전세 계통신사업 역사상 보기 드문 선례를 남기게 된다.
혹자는 통신기기사업과 통신서비스업을 겸영하고 있는 미국의 AT&T가 있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화의 역사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는 AT&T 는, 초기에 통신서비스업체로 출발해서 제조업체(당시의 웨스턴 일렉트릭)를 인수, 서비스.제조업을 겸영했다. 그러나 84년에 AT&T가 반독점금지법에 의해 분할될 때 수익의 절반정도를 창출하던 지역통신서비스를 분리당하는 희생을 감수함으로써 제조업을 유지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국내 통신기기업체가 후방통합이라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통신 서비스업에 본격 진출하게 되는 것은 세계 통신사업 역사상 희귀한 사건이 며,결국 기기제조업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같다.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국내기업들은 TDX교환기를 개발해 냈다. 만약 교환기 를개발, 제조하고 있는 기기업체들이 통신서비스로의 업종 다변화를 꾀한다면 제2의 TDX와 같은 쾌거를 이룩할 수 있겠는가, 기기개발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할 제조업체들이 이제와서 서비스업에 참여한다면 국내 통신산업의 세계화를 가능케할 수 있는가.
캐나다의 노던 텔레콤, 독일의 지멘스, 프랑스의 알카텔, 스웨덴의 에릭슨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세계적인 통신기기메이커는 통신서비스업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자신들의 전문화되고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세 계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 온갖 힘을 쏟고 있다. 핀란드의 노키아, 미국의 모토롤러 등 내로라하는 이동통신 기기메이커도 기존 통신서비스시장에 진출 하기 보다는 신제품의 개발, 사업의 국제화 등에 주력하고 있다. 이와 같은선진 통신기기 메이커들의 축적된 경험, 경영철학, 사업전략이 우리에게는무가치하고 무의미한 것인가 반문해 보고 싶다.
통신기기업체의 서비스사업진출에 대해, 능력있는 기업이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무슨 문제냐고 항의할지 모른다. 하지만 국내의 통신기기업체가 만든 교환기, 광전송장비등을 외국의 장비와 함께 견주어 사용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능력있는 기업" 운운할 수 없다. 국내 통신서비스 산업의 국제경쟁력 부족의 많은 원인이 국내 통신기기산업의 경쟁력부족으로 말미암기 때문이다.
영국의 부즈알렌 보고서에 의하면 향후 수년안에 경쟁심화로 인해 세계적 으로 5개의 통신사업자만이 생존한다고 한다. 서비스산업의 경쟁격화는 곧바로 기기산업의 경쟁심화로 이어질 것이다.지금은 97년 이후의 시장개방 위협및 치열해지는 국제적 경쟁을 대비해 국내 통신기기업체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이다. 다른 분야에 눈 돌릴 때가 아니다. 그래야만 국내 통신서비스산업도 기기산업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전세계 로도약할 수 있다.
기기업체의 서비스사업참여는 곧 기기제조업의 포기와 같다. 서비스사업에 의참여로 통신기기업체와 기존 서비스업체간의 관계가 상호협조에서 상호경 쟁으로 변하게 되어, 기존 통신서비스업체가 국내 통신기기의 조달을 꺼리기때문이다. 결국, 국내통신기기업체는 거대한 국내시장을 잃게 되며, 국가적으로는 통신기기의 대외의존도가 더욱 증가하게 된다. 일본의 경우, 이러한 이유등으로 유명 기기제조업체들인 NEC, 후지쓰 등이 서비스사업에 참여하지 않는다. 3년전 스웨덴의 에릭슨사를 방문해서 최고경영자인 라크 회장을 만날 기회 가있었다. 당시 스웨덴 국내 기기제조업이 완전개방된 어려운 환경을 설명하면서 이에 대처하는 자신들의 노력을 상세히 소개해 주었다. 그와 헤어지기직전에 혹시 에릭슨이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통신서비스업에 진출할 계획은 없느냐고 물어 보았다. 이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노! 이유는 한분야에서 세계최고가 되겠다는 그들의 자부심과 프로정신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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