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식의 교각 1> 의식의 경계를 넘어 (2)

발밑에서 솔잎 으스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노인은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희미한 연기를 본다. 그의 인생행로에서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마이 또한 이미 그의 뒤에 서 있다. 나무에서 떨어진 감처럼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그의 전생들. 잘리고 뿌리째 뽑혀 이제는 다음 생이 기다리는 쪽을 향해 달려가는 상념들.

만약 일이 다 뜻대로 된다면, 오늘이야말로 그의 일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 한날이 될 것이다. 그의 활동의 화려한 절정이자 고바야시가(가)가 펼쳐내는또 한 시대의 개막.

그는 돌로 만든 세면대로 올라가 대나무 국자로 그 시원한 물을 천천히 손에뿌린다. 소매자락에서 접힌 종이 타올을 꺼내 손을 닦은 그는 다실로 들어가는 문으로 향했다. 세속에서 벗어나 겸양으로 들어가는 의식의 문이 이것이다. 돌 위에 나막신을 벗어 놓고 몸을 반정도 굽힌 채 조용히 문을 열고 작은다다미 방안으로 들어간다.

격자무늬로 된 대나무 창살 사이로 오후의 석양이 부드럽게 빛을 흘리고있다. 노인은 액자가 걸려있는 골방을 향해 돌아선다. 굵은 서체의 한문글씨 가오늘같은 날에 잘 어울리지 않는가.

"눈앞에 놓인 것을 통해 무한한 우주 공간까지 바라보라."향로에서 향이타고 있다. 꽃이 없는 국화대 한 줄기가 대나무 화병 속에 꽂혀 있다. 잠깐, 꽃이 없는 국화 줄기? 노인이 멈춰선 채 한참 뚫어지게 바라보자 갑자기 노란 국화 꽃잎이 줄기 끝에서 피어나기 시작한다. 진짜 못지않은 멋진 그래픽 작품이다. 온라인으로 연결된 꽃이었던 것이다. 미쓰비시 국화.

어스름한 방안에서는, 마치 시냇물 흐르는 소리처럼 물 끓는 소리가 들리 고주전자 아래 난로에서 숯불의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다. 옆에는 의식에 필요한 모든 도구들이 가지런히 찬장 안에 갖춰져 있다.

다른 쪽으로 난 문으로 주인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미닫이문이 열리고의식 의식 의 대가(대가)가 이 작은 방안으로 들어왔다. 둘은 아무말 없이깊은 절을 교환했다. 노인은 잠깐 어처구니 없다는 생각을 한다. 대가치고는 너무 젊어보이지 않는가. "무(무)"의 대가.

노인은 누구도 이루지 못한 부와 권력, 그리고 명예를 쟁취하는데 평생을 바쳤다. 허나 이 모든 것은 너무도 하잘것 없는 것이었다. 이 가는 눈썹에 타는 듯한 눈빛을 한 보잘것 없는 젊은이가 이룬 것에 비하면. 노인을 바라보지도 않은 채, 그 눈은 모든 것을 꿰뚫고 있었다.

그 눈은 노인이 인생의 절정기에 와 있다는 것, 그가 바라는 마음의 평온 을가져올 수 있는 것은 오직 한가지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를 기다리고있는 허무를 제어하여 자신의 존재 안으로 받아들이는 것, 그리하여 그의 전세계에 걸친 거대 조직과 합일시키도록 하는 것이다.

이 "무"는 사후에도 그의 존재를 확고히 하게 될 것이다. 사업상의 서류나 그가 간여하는 모든 것에 찍는 그의 도장처럼 존재의 도장을 찍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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