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3주년특집] 컴퓨터 시장동향 (국내)

국내 컴퓨터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 삼보컴퓨터 LG전자 대우통신 현대전자 등 5대 PC업체로 분류되는 메이저들과 용산을 중심으로 한 조립PC업체 간의 힘겨루기 양상을 보였던 국내 PC시장은 이제 서서히 PC메이저들과 외국PC, 유통업체라는 3각 구도의 새로운 대결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물론 조립PC의 위력이 아직은 대단하고 또 상당기간동안 지속될 것이 분명하지만 시장 주도권은 이미 상당부분 상실, 새로운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현재 국내 PC시장을 보면 5대PC업체가 약 60%, 조립PC가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PC업체가 5~10%의 점유율을 유지하며 지속적인 상승을 시도하고 있다.

조립PC는 아직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일부는 외국PC에 시장 을잠식당하고 또 일부는 유통업체로 흡수되면서 그 영향력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PC시장의 점유율 만으로 판단할 때는 외국PC를 국내시장을 좌우하는중요 변수로 평가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외국PC의 시장점유율이 적고 외국PC 업체들의 시장침투력 역시 아직은 미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처럼 향후 PC시장을 국산 대 외산의 국면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은 것은 외산PC의 놀라운 잠재력 때문이다.

현재 전세계 PC시장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의 하나는 시장지배적인 몇개사의점유율이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IDC에 따르면 올 1/4분기중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지역 시장에서 IBM,애플, 컴팩 등 상위 10대기업의 점유율은 53.9%로 지난해말보다 2.9%포인트 상승 한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독특한 문화적 특성을 갖고있는 한국과 대만에서만 유일하게 세계 유명PC메이커들이 맥을 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PC 업체들은 그러나 컴퓨터 구매형태가 전세계적으로 동질화되는 경향 에비춰볼때 이같은 구조가 앞으로도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우선 제품성능에서 우수한데다 대량생산및 판매에서 오는 낮은 가격 등 제 품경쟁력 측면에서 국산 PC보다 월등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그동안 소비자들의 의식에 뿌리깊게 심어져 있는 외국제품에 대 한거부감도 시장개방의 기류를 타고 최근에는 많이 희석되고 있어 이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하고있다.

다만 열악한 유통망과 한국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는 제품을 타이밍있게 내놓기 어려웠다는 점은 그동안 외산PC가 한국시장에서 정착하는데 가장 어려운요인이었다. 지난해부터 한국시장 공략에 나선 외국PC 업체들은 최근들어 그 강도를 더욱높여가고 있다.

세계 10위 이내의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한국시장을 더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는 셈이다.

외국PC업체들의 한국시장 공략은 크게 두가지 측면으로 나타난다.

하나는 가장 취약점이라 할 수 있는 유통망의 확충이고 또 하나는 한국내 현지화 전략이다.

외국PC 업체들은 이 유통망 확대를 위해 판매망을 늘리고 기존 총판체제의 유통망을 대리점 체제로의 전환을 검토하는 한편 A/S 지원체제 구축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와함께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세진컴퓨터랜드 등 유통업체들과의 전략적 인제휴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특히 최근 일부 외국PC 업체들은 이같은 유통업체와 제휴는 물론 국내 5대 PC업체들과 제휴, 국내업체의 유통망을 활용하려는 시도마저 하고 있다.

최근 일부 국내 대형 PC업체에 제안한 것으로 확인된 외국PC업체의 이같은행동에 대해 국내업체는 이같은 제휴가 제살깍아 먹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일단 부정적이다.

그러나 외산PC 판매물량에 대한 OEM을 보장하는 등 적절한 혜택이 주어질 경우 언젠가 국내업체가 외국PC의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외국PC 업체와 국내 주요PC업체간에 이같은 전략적 제휴가 이루어진다면 이는 국내 PC시장에 일대 태풍을 몰고올 것이 분명하다.

외국PC업체들은 이와함께 한국적인 시장특성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고 원가 절감및 적기공급을 위해 현지화전략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를위해 부품을 수입해 국내에서 PC를 조립하는 현지생산 체제를 구체화 하는 한편 한국 고유브랜드도 채택하고 있다.

현재 대만의 에이서와 한국IBM이 국내 조립공장 설립에 가장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으며 한국HP의 "네티즌" PC는 한국내 독자 브랜드로 가장 성공한 케이스라는 평가를 받고있다.

최근들어 외산PC의 잇따른 가격인하는 외국PC 업체들이 대공세를 시작했음을알리는 신호탄으로 보인다.

에이서가 1백20만원대 멀티미디어 펜티엄PC를 출시한 것을 비롯해 컴팩,IB M등도 이같은 저가공세에 속속 가담하고 있다.

특히 이들 외국PC 업체들이 이같은 저가공세를 바탕으로 그동안 서버나 사 무용시장을 주로 노리던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주도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는 홈시장에도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매우 주목되는대목이다. 유통업체가 PC시장을 좌우하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으로 국내에서도 이런 추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점은 이미 전부터 예견돼 왔었다.

세계 최대의 PC업체인 컴팩을 비롯해 팩커드벨, AST 등 세계 10대 PC업체 들중 상당부분이 유통기능에 강점을 갖고있는 업체들이다. 다만 국내에서는 가전에서 굳어진 대리점체제의 관행이 그대로 적용돼 오면서 유통 전문업체 가 자리잡지 못하고 제조업체 중심의 시장구도가 오래동안지속돼 왔다.

여기에다 제대로 규모를 갖춘 유통전문 업체가 없었던 것도 메이저 중심의 시장구도를 가능하게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같은 시장구도에 변화를 몰고 온 것이 바로 세진컴퓨터랜드(주) 의출현이다. 부산에서 첫 출발한 세진컴퓨터랜드는 잠실점 개설이후 서울진입이 일단 성공적이었다고 판단하고 영등포점 등 서울에 3개를 추가 설치하고 인천,광 주등 전국 20개 지역에 매장설치를 계획하는 등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세진은 특히 그동안 자체모델과 대우통신 제품의 판매비중이 85%에 이르는등 편중된 제품판매 구조를 개선, 자사제품 비중을 50%이하로 낮춰 실질 적인 유통전문 업체로 위치를 굳혀갈 방침이다.

세진의 저돌적인 광고및 마케팅 전략에 대해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진이 최악의 국면에 처한다고 해도 제3 자인수 등의 형태로 세진이라는 회사 자체는 계속 존속해 나갈 것이라는 점에동의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세진의 영향력은 앞으로도 계속 확대돼 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최근들어 유통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업체는 세진 뿐만이 아니다.

해태그룹,선경그룹,코오롱그룹,두산그룹,한라그룹,대림그룹 등 국내 굴지 의그룹들이 대부분 계열 SI업체를 기반으로 PC 유통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중 가장 두드러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이 해태그룹.

해태그룹은 최근 해태전자를 내세워 유통업체인 소프트타운을 인수했으며 아프로만,토피아 등 유통업체들에게도 손을 뻗치고 있고 자체 PC생산까지도 검토하고 있다.

해태전자는 기존의 유통업체를 인수해 자체 유통채널로 통합하는 한편 대리점의 체인화를 통한 유통시장 장악을 꿈꾸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있다.

홈시장이 갈수록 커지면서 유통업체들의 부상이 더욱 두드러지리라는 것이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국내 주요 PC업체들은 이같은 신유통의 출현과 외국PC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짐에 따라 주 경쟁상대를 국내 경쟁타사에서 이들 유통및 외국업체로 전환 대응강도를 높여나간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이와관련해 주요 PC업체들이 당장 하고있는 일은 유통및 A/S 구조의 개편 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매장을 대형화하는 한편 취급품목도 다양화해 유통업체들에 대응하고 있으며 대리점의 기술 판매력및 고객관리능력도을 높여 나가고있다.

특히 이들 유통및 외국PC 업체들의 최대 취약점이라 할 수 있는 A/S지원 체제 개편에도 상당한 무게중심을 두고있다.

삼보컴퓨터가 총 30억원을 투입해 A/S구조를 혁신하는 "SR 10" 프로젝트 에착수하고 대우통신이 A/S기동대를 설치하고 나서는 것도 모두 이런 연유에 서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함께 이들 신유통과 외국PC의 공세가 필연적으로 가격인하 경쟁으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PC메이저들은 이같은 국내시장에서의 소극적인 대응전략 이외에 세계시장 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근본적인 처방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이 외국 대형PC 업체의 인수.

자체적으로 PC사업을 세계수준으로 끌어 올리기가 어려울 바에야 아예 세계적인 기업을 인수, 단기간내 세계시장에 진입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이같은 대형업체 인수는 대량생산을 가능케 함에따라 국내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을 유지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관련 삼성 전자가 AST를 인수하고 현대전자가 한때 팩커드벨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으며LG전자도 비록 규모는 작지만 매킨토시 호환기종 업체인 미파워컴퓨팅사에출자를 추진해 왔다.

부품사업의 육성은 세계적인 PC 완제품 회사의 인수와 함께 추진되는 또다른역점사업. PC기술이 평준화된 현 상황에서 PC의 경쟁력이 주로 가격에 의해 결정된다 고할 때 부품산업은 PC 완제품의 가격경쟁력을 결정하는 근간이기 때문이다.

현대전자가 미국 HDD업체인 맥스터를 인수한 것을 비롯해 LG전자가 CD롬 드라이브, 삼성전자가 HDD.FDD.CD롬 드라이브에 각각 대대적인 투자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 이런 맥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PC, 외국PC,유통전문업체라는 삼각대결 구도에서 누가 최후의 승자 가될지는 아직 속단하기 이르다.

다만 이들 간의 경쟁이 앞으로 국내 PC시장 구조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태풍의 눈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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