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지향이냐, 기술지상주의냐"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의 규격통일 합의는 기술지상주의의 한계성과 시장지향적 기술.규격개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그동안 기술지상주의를 표방하며 대립해 온 양진영이 규격통일의 협상테이블에 나선 것은 기본적으로 규격이 양분될 경우 거대시장을 놓칠 수도 있다는우려감 때문이며 이 우려는 상품화 시기가 다가오면서 위기감으로 발전됐다.
또 규격 및 기술개발 환경이 개발자 중심에서 사용자 중심으로 변화되고 있는 추세가 이번 DVD 규격통일 과정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미 IBM의 소니안 지지표명을 계기로 난항을 보이던 통일교섭이 급진전된 사실은 이를반증한다. 이 결과, 합의사항도 기술지상주의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아직 뼈대만 합의된 상태지만 "디스크구조 도시바방식" "신호변조 소니방식"등을 기본 틀로 하는 합의내용은 그동안 양진영이 각기 주장해 온 규격을 선별, 수평적으로 짜깁기한 수준이다.
특히 소니측의 신호변조방식은 도시바진영이 "기억용량의 저하"를 들어 채용을 거부했던 기술이다. 이 때문에 DVD 통일규격은 시장의 중요성을 뒤늦게인정하고 그 분열을 막는데 초점을 맞춰 급조된 것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 그러나 양 규격이 기본적으로 사용자 지향인 데다 같은 핵심기술을 바탕으로하고 있어 통일규격 또한 DVD의 본명인 멀티미디어 저장미디어로서의 기능 을수행하는데는 별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DVD는 본래 가전쪽의 필요에 의해 탄생했다. 그리고 규격개발에 불을 당긴것은 미 영화계의 "1편의 영화를 TV수준의 화질로 디스크 1장에"라는 요망이 다. 이 요구를 충족시키려면 대략 1백35분의 저장능력을 지닌 매체가 필요하다. 물론 고음질 기록을 포함한다.
보통 영상을 그대로 디지털화하면 1초에 약 20MB의 데이터전송레이트가 돼1백35분의 영상과 음성을 저장하려면 CD의 약 2백50배나 되는 용량의 디스크 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디지털 영상데이터를 최대한 압축하는 방법이 요구 되는데 DVD에서는 MPEG2를 채용한다. 이를 이용하면 평균 3~4MB/초의 전송레 이트로 TV수준의 화질을 실현할 수 있다.
이를 근간으로 한 것이 DVD며 규격은 소니 필립스의 MMCD(멀티미디어CD) 와도시바 등 7개사의 SD(슈퍼덴서티)로 양분된다.
규격경쟁의 쟁점은 디스크 구조와 기억용량 및 호환성 3가지인데 이중 디스크 구조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기억용량이 통일규격의 핵심이다. 통일규격은 대용량을 기본개념으로 하는 도시바진영의 SD규격을 골자로 한다.
SD방식은 우선 대용량 기록이 가능하도록 개구율이 높은 렌즈를 채용한다.
개구율이높아지면 데이터를 빠트려 읽는 문제가 발생되는데 이의 해결을 위해 투사층을 CD의 절반두께인 0.6mm로 한다. 이 결과 단면 5GB의 기억용량을 실현한다. 또 두께 0.6mm 디스크의 물리적 강도를 높이기 위해 디스크 두장을 합치는 양판방식을 채용하는데 이 때 재생가능한 디스크를 사용함으로써 기억용량은 배증하게 된다.
통일규격은 이 SD방식의 기억용량과 디스크구조에 MMCD방식의 신호변조를 결합한다. 여기서 약간의 문제가 발생한다. 즉 기억용량의 저하다. 소니방식신호변조를 이용하면 SD방식 단면의 기억용량이 5GB에서 4.7GB로 떨어진다.
4.7GB로는 일반영화는 가능하지만 "돌리 AC3"라는 고음질의 영화는 기록 할수 없다.
그러나 이 용량저하도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통일규격의 디스크구조가 양 판이기 때문에 기억용량을 9.4GB로 배증시킬 수 있으며 MMCD진영이 SD진영과 의규격경쟁에서 용량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수정안으로 내놓은 단면 2층기록 방식으로도 해결된다. 2층기록방식은 단면을 상하 두층으로 나눠 용량을 배증시키는 방법으로 SD진영에서도 이 방식을 이용, 용량이 18GB나 되는 양판4층기록방식을 내놓았다.
결과론이지만 사실 양 규격은 그간의 규격경쟁 과정에서 미 영화계 및 컴퓨터업계의 요구에 의해 수정, 보완되면서 통일규격으로 상호 접근해 왔다.
이때문에규격경쟁이 고조됐던 지난 6월 시점에는 사용자 업체들 사이에서 이젠 어떤 방식이든 상관없다"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단일화로 결 말난 DVD규격경쟁은 MPEG2등 핵심기술을 자신들의 의도에 어떻게 맞춰나가느냐의 방법론상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DVD규격은 CD와 마찬가지로 재생전용의 롬타입, 고쳐쓰기 가능한 램타입, 한번만 고쳐쓸 수 있는 추기타입 3가지로 제안되고 있다. 상품화도 이 구도를기본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롬타입에서는 가전의 경우 우선 당장 VCR를 대체할 DVD플레이어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제품 롬타입 디스크를 사용, MPEG2로 압축한 영상 등을 TV에아날로그 출력하는 것이다. 컴퓨터의 경우는 대용량과 고속처리를 무기로 한CD롬의 대체품이 예상된다.
램타입에서는 가전의 경우 MPEG2 대응의 본격적인 디지털 비디오 데크가 예상되며 MPEG2 엔코더가 양산되는 시점에 상품화될 것으로 보인다. 컴퓨터 의경우는 광자기디스크(MO)와 같은 기록매체가 예상되며 장기적으로는 MPEG2 디코더가 탑재된 DVD보드가 나오면 영화를 담은 DVD 소프트웨어의 재생도 가능하게 된다.
이제 규격은 통일됐다. 앞으로 남은 것은 시장경쟁이다. 통일규격에 근거, 얼마나 독특한 기능을 부가해 나가느냐가 성패의 가늠자가 될 것이다.
<신기성 기자>
국제 많이 본 뉴스
-
1
5년 전 업비트서 580억 암호화폐 탈취…경찰 “북한 해킹조직 소행”
-
2
LG이노텍, 고대호 전무 등 임원 6명 인사…“사업 경쟁력 강화”
-
3
'아이폰 중 가장 얇은' 아이폰17 에어, 구매 시 고려해야 할 3가지 사항은?
-
4
美-中, “핵무기 사용 결정, AI 아닌 인간이 내려야”
-
5
5대 거래소, 코인 불장 속 상장 러시
-
6
현대차, 차세대 아이오닉5에 구글맵 첫 탑재
-
7
삼성메디슨, 2년 연속 최대 매출 가시화…AI기업 도약 속도
-
8
美 한인갱단, '소녀상 모욕' 소말리 응징 예고...“미국 올 생각 접어”
-
9
아주대, GIST와 초저전압 고감도 전자피부 개발…헬스케어 혁신 기대
-
10
국내 SW산업 44조원으로 성장했지만…해외진출 기업은 3%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