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원 산책] 기술개발의 세계화 (2)

전자통신 산업분야에서 우리가 세계 10대 교역국안에 들어가므로 국제사회 에서도 그에 맞는 역할이 주어진다. 예를 들면, 국제표준화 사회에서 교역 규모에 걸맞는 공헌을 하도록 몇년 전부터 우리에게 요청하고 있다. 기술개발의 세계화 측면에서도 선진국 기술을 우리가 가져오는데만 초점을 맞출 게아니라 서로 주고 받는 보다 적극적인 협력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그런 유형 으로 국제 기술개발 협력체(컨소시엄)에 적극 참여, 국제표준화 활동, 해외 전문가 고용 그리고 우리 기술의 공개나 전수를 살펴볼 수 있다.

선진국 회사들도 혼자서 제품을 개발하는 대신에 협력체를 만들어 그 안에서공동으로 기술개발을 수행하고 결과를 나누어 갖는 체제를 8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대표적인 것으로 OSF(Open Software Foundation)를 꼽을 수 있다. OSF의 대표적인 결과물 가운데 하나가 DCE(Distributed Computing Environment)이다.

이는 여러대의 컴퓨터 시스템을 엮어서 자원을 잘 활용하기 위한 분산처리 에필요한 기본 소프트웨어인데 그 크기가 1백만줄이 넘는다. IBM, 디지털이퀴프먼트사 DEC 휴렛패커드(HP), 닉스도르프-지멘스 등 굵직한 컴퓨터 시스템 제공자들이 모여서 각자 자기가 잘 아는 기술을 내놓아 통합시 켜완성시킨 제품이다.

처음에 이 협력체가 태어났을 때는 몇몇 회사들이 모여그당시 운용체계 분야를 독점하고 있던 AT&T와 선사의 동맹에 대항하려는 단순한 전략적인 모임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DCE를 가지고 와서 우리것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을 몇년 동안 수행하면서 깨달은 것은, 이 제품이 너무 방대하고 복합적 인 제품이란 것을 파악하고 난 후에 아무리 경쟁우위에있는 회사라도 혼자서 는 개발할 수 없었기 때문에 협력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공동개발에 참여하지 못하고 협력체제에서나오는 과실을 단순히 돈만 내고 뒤늦게 사오는 실정이었고, 올해에 들어서서 처음으로 개발에 직접 참여하고 공헌하기 위해 연구원 두사람을 파견했다.

기술개발의 세계화가 필요한 이유중 하나는 고객을 위한 최종 응용 서비스 프로그램을 제외하곤 통신이나 정보처리산업의 대부분의 제품이 국제표준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표준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은 그 나라가 자국내에 제한된 시장을 구축, 그 결과로 자국민은 비싼 제품을 사게되고 이는바로 국제정보처리 사업경쟁에서 밀려난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예를 들면 일본이 80년대에 자기고유의 PC를 고집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PC분야에선 대만이나 우리보다도 국제화가 덜 되고 뒤늦게 미국제품에 완전히 종속되었다.

해외전문가를 고용하는 것도 적극적인 기술개발의 세계화 방안이다. 현재ETRI에는 매년 수십명의 외국인(옛소련 중국 인도 파키스탄 북아프리카)들이 박사후 연수과정을 신청하고 있고 또 현재 고용되어 연구개발분야에 투입되어 있다. 이들은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뒤진 나라에서 온 전문가들인데 교육 수준이나 연구능력은 훌륭한 사람들이 많다. 또한 우리의 경제능력을 고려해 보면, 선진 외국의 전문가들도 필요하다면 연봉 10만~20만달러를 주고 1~2년 고용하여 그들의 능력을 직접 활용할 수 있다.

우리기술을 공개하거나 전수하는 것도 이제는 생각해야 한다. 우리의 후배 국을 위해선 보다 넓은 생각을 가지고 그들에게 필요한 기술을 제공해야 한다. 어찌보면 그들은 선진국의 첨단기술보다 우리나라에서 배워갈 기술이 더많다. 대만 홍콩 그리고 싱가포르와 같은 경쟁국과 협력하는 프로그램도 생각해볼 수 있을텐데 어찌된 일인지 경쟁자로서 견제만을 일삼고 있어 답답하다. 그리고 우리가 개발한 기술 가운데 세계적으로 내놓을 만한 것은 과감히 선진국에도 공개하여 기술개발현장에서 우리의 당당함을 보여주어야 진정 세 계화된 우리기술이 생겨나는 것이다.

돈 많이 주고도 못 사오는 기술이 있다. 한 개인에게 축적된 기술은 수년 간조직에 축적된 기술과 비교해 볼때 큰 차이가 있다. 즉 조직에 축적되고 전해지는 비결은 돈으로 쉽게 살 수 없기 때문에 이를 기술개발의 세계화를통해 우리가 스스로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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