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무궁화 1호"의 교훈

"무궁화1호"위성이 본궤도 진입에 차질을 빚어 따가운 언론의 화살을 맞고있다. 우리나라 통신.방송사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우고、 우리나라 영공을 3만6천km 상공까지 펼치고、 우주시대 개막을 알리는 획기적인 전기로서 크게기대했던 만큼 그 실망감도 컸던 것이다. 그 기대에 반하여 초기의 본 궤도진입에 실패하고 뒤이은 궤도수정 시도들도 지연되고 장기화되자 그 실망감 이 반등하여 비판과 비난의 화살이 된 것이다.

언론들은 이 궤도 진입실패를 "사실상의 실패"로 단정하고 그 원인규명과 대응책을 촉구하고 있다. 이번 "실패"의 원인은 발사체 결함으로서 보조로켓 하나가 분리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 "실패"로 빚어진 1천 억원대 손실은 마땅히 발사체 회사인 "맥도널 더글러스"가 변상해야 할 것이나 문제는 이 회사가 잔금 36억원 정도만 받지 못하게 될 뿐 그 이상 보상책임을 지지 않는 것으로 "불평등계약"되어 있다고 언론은 지적하고 있다.

미지 세계인 우주에 첫발을 내딛기가 결코 쉬운 일일 수가 없다. 통신위성 그 자체가 하나의 종합적 기술의 결정체이고 이를 발사하여 제자리에 올려놓는 것은 또다른 차원의 고도기술이다. 그렇기에 위성발사는 일곱중 하나가 실패하는 "리스키 비즈니스"로 알려져 있고 작년에는 일본이、 또 올 봄에는중국이 실패한 바 있다. 기술이 부족한 우리나라로서는 미지의 우주에 접근 하는 것은 곧 미지의 종합기술에 접근하는 것과 동격이다. 이 미지의 세계에 접근하기 위하여 나름대로 단계적인 치밀한 계획이 세워졌고、 이번에 그 첫 단계가 이행되었던 것으로 안다.

그리고 이에 필요한 연구 개발 참여、 발사체 회사 선정、 감리회사 선정 、보험가입 등 제반 준비는 적절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발사체 회사와 의계약관계가 불평등하게 되었던 것이 큰 실책으로서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무궁화1호"사건은 여러가지 교훈을 일깨워 준다. 우선 "맥도널 더글러스 와의 불평등계약건은 우리나라의 씁쓸한 현실을 되새기게 한다. 근래주변에서 보는 대북한 경수로협상이나 한.미행정협정 등 제반 협상에도 불평 등계약 요소가 내포되어 있다.

이들은 대개 국력의 상대적인 약세、 협상 미숙과 비전문성、 행정 비합리 성 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것은 한편 근세 역사에서 우리나라가 스스로 짊어진 빚이기도 하고、 또 정치 부진과 미성숙이 초래한 자박(자박) 이기도 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치적 성숙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 사회 각 분야에 있어서 전문가를 키우고 전문가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했으면 좋겠다.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 일반의 인식을 새롭게 했으면 좋겠다. 우리 나라는 워낙 기술에 대한 뿌리가 취약하고 인식 또한 저조했던 터에、 심지어 기술은 돈만 내면 곧 살 수 있는 작은 경제적 부품 정도로 인식되어 왔었다. 물론 저급 수준의 기술이나 필요하던 경제개발 기간에는 기술을 쉽게 도입할 수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또、 다른 나라들은 이 미알고 있으나 우리는 몰랐던 "기지의 미지"기술에 대해서는 투자 비용과 시간에 비례해서 연구 개발 성공률도 높았다. 그러나 오늘날 기술경쟁사회、 고도기술산업사회에 있어서는 결코 그렇지 않다. 기술 도입은 불가능하거니 와、 특히 남도 모르고 우리도 모르는 "미지의 미지"기술을 연구 개발함에 있어서는 단순한 투자만으로는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열가지 시도에 한가 지성공한다면 만족스러워 해야 할 경우도 있다. 과학기술이란 끊임없는 도전 과실패 속에 피어나는 꽃임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기술발전 과정상、 실패는 성공보다 더 많은 배움과 발전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도 유념할 만하다. 단번에 성공하는 경우라면、 자만심만 커질 뿐 속빈 강정이 되기가 쉽다. 그러나 만일 실패 후、 그 원인을 조목조목 분석하고 점검해 나가게 되면 깊은 이해를 얻게 될 뿐더러、 다음 연구개발에 도 쉽게 접목할 수 있게 된다. 이번 "무궁화1호"의 본궤도 진입 실패도 위성 기술 자체 확보를 앞당기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 수 있다.

한편、 언론들이 과학기술을 취급함에 있어서 신중한 자세를 갖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과학기술을 기사화 하여 사회 일반에 소개하는 것은 좋은일이지만 만일 과도한 저널리즘을 가미해 과시성.과장성 보도를 하게 된다면오히려 해악이 될 수도 있다.

연구개발 결과를 소개함에 있어서 그것이 세상에 크게 바꾸어 놓을 것처럼확대 보도하는 것보다는、 그것이 얼마만한 땀과 노력에 의한 결실인지를 담담히 소개하는 편이 낫다. 과학 기술의 소산물이 인류에게 가져오는 편익도 중요하지만、 과학기술을 하는 합리적이고 근면 노력하는 자세가 사회전반에 보편화 될 때 삶의 질이 더욱 고양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