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방송가의 여름이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세계 최대의 엔터테인먼트회사인 월트 디즈니가 미국의 3대 네트워크중 하나인 ABC방송을 1백90억달러에 인수키로 했다고 전격 발표한 데이어 이달 들어서는 전기업체인 웨스팅하우스가 역시 3대 방송사인 CBS를 54 억달러에 인수키로 했다고 공식 발표함으로써 대기업들의 방송사 인수.합병 경쟁이 불이 붙고 있다. 이에따라 미국 방송가 뿐만 아니라 증권시장까지 충격과 함께 뜨거운 열기에 휩싸이고 있다.
이같은 미국내 방송환경의 변화는 95년에 들어서면서부터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올해초 세계최대의 미디어 그룹인 타임워너사소유의 워너브러더스가 "Th e WB"라는 새로운 공중파 채널을 신설한 데 이어 패러마운트는 크리스 크래 프트 산업이라는 회사와 손잡고 공중파 네트워크인 "UPN"을 설립, 기존의 공 중파 방송망과의 본격적인 경쟁에 들어갔다.
미국의 텔레비전 방송은 오랫동안 3대 네트워크인 ABC와 NBC 그리고 CBS가 튼튼한 아성을 구축해왔다. 그러던 중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지난 86년 "FOX"라는 제4의 채널을 만들어 지난해까지 4대 방송 체제를 굳혀왔다. 그러나 그 아성에 새로이 "The WB"와 "UPN"이라는 공중 파 채널이 추가로 신설되면서 미국 공중파 방송국들은 격심한 경쟁체제로 접어들게 된 것이다.
특히 이들 신규 방송국은 그동안 미국 TV방송프로그램의 상당부분을 공급하던 업체들로 자체 프로그램을 소화해낼 수 있는 전국적인 채널을 확보함에 따라 미국 방송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로 떠올랐다.
신규 채널의 갑작스런 등장으로 변화의 시대에 접어들게 된 미국 방송가에새롭게 불어닥친 바람은 기존 방송국과 관련업체간의 협력및 제휴바람과, 대기업의 방송사 인수.합병바람이었다.
지난 5월 NBC는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온라인 서비스 CD롬, 양방향TV 등을 비롯한 멀티미디어 제품분야에서 상호제휴키로 했다고 공식 발표, 많은 관심을 모았다. 특히 이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사람들은 NBC가 96년 하계 올림픽 중계를 포함한 자신들의 뉴스자원과 프로그램 에 대한 권리를 마이크로소프트의 온라인 서비스인 Microsoft Network(MSN) 에만 독점적으로 넘겨줄 것인가에 지대한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디즈니의 ABC인수와 웨스팅하우스의 CBS인수에 이어 마이크로소프 트가 뉴스전문 케이블 TV를 보유하고 있는 터너브로드캐스팅시스템(TBS)의 지분중 일부를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전개하고 있는데 재미있는 사실은 테드 터너 TBS회장이 지분판매 대금을 CBS인수를 위한 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라 는 점이다.
공중파 채널의 확보를 강력하게 원하고 있는 테드 터너 회장은 이미 웨스팅 하우스가 CBS를 인수하기로 했다는 발표가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도 CBS인수 의 꿈을 버리지 못한채 CBS와의 물밑 접촉을 통한 막판 뒤집기를 노리고 있다. 한편 3대 네트워크 가운데 홀로 남게 된 NBC도 최근들어 생존전략의 일환으로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줄 수 있는 거대기업과의 합병을 위해 대상자 선정 과 접촉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말 테드 터너사와 의 합병협상이 무산된 경험을 가지고 있는 NBC는 최근 미국내 거대 기업들, 특히 미디어 산업 및 통신사업 관계자들이 공중파 방송산업에 많은 관심을가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새로운 인수자의 등장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미국 방송계에 흡수.합병 바람이 불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방송사의 인수는 기존에 영상산업및 통신사업에 주력해왔던 기업들 에게 막대한 이윤을 보장해줄 수 있는 차세대 사업분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월트디즈니나 CNN의 경우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영상소프트웨어를미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공중파를 통해 방송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새로운 강력한 무기를 얻게 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며, VOD(주문형 비디오)와 온라인 서비스등 신규사업 진출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는 케이블TV사업자와 통신사업자들에게도 방송사인수는 공중파 방송의 확보라는 이점외에도 신규사 업 강화를 위한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방송사 흡수.합병의 바람을 더욱 거세게 한 기폭제는 최근 미국에서 통과된 새로운 방송통신법안이었다. 경쟁체제의 강화를 기본으로 하는 신규 법안의 통과로 수십년에 걸쳐 미국내 커뮤니케이션 산업을 규제해왔던 장벽 이 무너지게 됐고 이에 따라 그동안 방송산업의 진출을 꿈꿔왔던 기업들의 발걸음이 한결 빨라지게 된 것이다.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이같은 방송사 흡수.합병 바람은 미국 방송환경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막강한 공중파 채널의 등장으로 기존 케이블TV 사업자들의 고전이 예상되고 있고 각종 영상산업 및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방송과 급속하게 결합, 각 사업 간의 경계선이 불분명해짐에 따라 그동안 독자적인 사업영역에서 활동해왔던기업들간의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함께 방송사 인수에 나선 기업들은 시장선점과 다른 업체와의 차별화를위해 다양한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미국의 방송환경 변화는 예상을 뛰어 넘는 수준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여 전세계 방송관계자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최근 정부의 "선진방송 5개년 계획(안)"이 발표됨에 따라 전환기의 문턱에 접어들고 있는 우리나라 방송관계자들에게는 미국의 방송환경 변화가 결코 강건너 불구경만은 아닌 상황이어서 더욱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김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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