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컴, 구득난 실태와 대책

AV업체들이 최근 맞닥뜨리고 있는 마이컴 구득난은 주요 핵심부품에 대한 수급 조절 능력이 없는 국내 전자산업의 구조적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고 있다.

국내 가전업체들은 최근 저마다 TV 생산계획을 수정할 정도로 마이컴 구득난 과 이에 따른 늑장 공급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같은 어려움은 점차 VCR、 오디오 등 다른 제품으로 옮아가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마이컴 공급업체인 자일로그사가 최근 예정 된 TV용 마이컴을 제대로 공급하기 힘들다고 통고해와 앞으로 3개월 이상 TV생산에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일부 마이컴 공급업체가 앞으로 VCR 및 오디오용 마이컴에 대해서도 공급을 축소키로 했다는 방침을 알려와 구득난은 다른 품목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미 자일로그사가 삼성전자에 밝힌 공급 축소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자일로그사는 현재 마이컴의 원자재를 일본 업체에 위탁 생산하고 있는데 최근 주문 폭증으로 웨이퍼 공급이 지연돼 마이컴 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밝혔다. 현재 칩 공장을 증축하고 있는 것도 일시적인 생산축소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이회사는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외국 마이컴 공급업체들이 부가가치가 높은 통신 및 컴퓨터용 마이컴의 생산에 주력하면서 점차 가전용 마이컴의 생산을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 마이컴 구득난 파동을 일으킨 자일로그사도 같은 맥락일 것이라는 게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대우、 LG、 아남 등 현재 주로 일본업체로부터 마이컴을 공급받고 있는 AV업체들은 삼성 만큼 심각한 구득난을 겪고 있지는 않지만 최근들어 납기가 전반적으로 지연되면서 이들 업체들도 생산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일본업체의 납기는 평균 2~6주 정도가 늦어졌고 일부 구미 업체의 경우 무려10주이상 늦어지고 있다. 톰슨 등 일부 업체는 아예 올 하반기에 한국 가전 업체로부터 마이컴 수주를 중단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컴은 전자제품에 채용된 각종 기능을 제어하는 핵심소자로 거의 모든 가전제품에 두루 쓰인다. 특히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는 TV、 VCR、 캠코더、 오디오 등 AV제품은 마이컴의 채용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국내 AV업체들은 마이컴을 직접 생산하는 자급 체제를 갖추지 못하고대부분 외국업체에 위탁생산하고 있다.

마이컴의 핵심인 주문형 반도체 제조기술이 외국에 비해 뒤떨어진 데다 한 제품당 수십억원이 소요되는 마이컴의 개발비를 자체 충당하기에는 시장이 협소해 수요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국내 AV업체들은 마이컴을 미쓰비시、 도시바、 히다치 등 일본업체와 톰슨、 TI、 필립스、 자일로그 등 구미 업체에 위탁 생산하고 있다.

하나의 마이컴이 생산되기까지 적어도 3개월 이상 걸리며 운송과 품질 검증 기간 등을 포함시키면 5개월 남짓 소요된다. 또 마이컴은 금형과 마찬가지로주문생산업체를 손쉽게 바꾸기 어렵다.

그런데 국내 AV 업체들의 제품 생산은 계획 생산보다는 수시로 달라지는 바이어들의 주문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또 국내업체들은 공급받은 마이컴 원판에 제품마다 다른 설계를 입혀 완성한 마이컴을 국내공장과 해외 공장에 일괄 공급하고 있다.

따라서 마이컴을 제 때 공급받지 못할 경우 곧바도 내수는 물론 수출에서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현재 마이컴 구득난에 직면한 AV업체들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 있다. 마이컴 자체 개발이라는 뚜렷한 해결책을 알고 있으면서도 대책이 없는 것이다.

뒤늦게나마 AV업체들은 최근 마이컴 자체 개발에 나섰는데 올들어 삼성과 LG는 올들어 가전과 통신 제품용 마이컴을 개발했다. 하지만 기술적인 검증이 마무리되지 않았고 적정 수요 부족 등을 이유로 본격적인 제품 채용은 내년쯤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AV업체 관계자들은 현재로서는 TV부문에 그쳐있는 마이컴 구득난이 다른 품목에까지 확산되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전세계적인 전자산업 경기 호황으로 마이컴 수요가 더욱 늘어나고 있어 국내 AV업체들의 희망은 단지 희망에 그칠 전망이다.

마이컴 수급능력을 조절할 수 있는 자체 개발 확대와 아울러 해외 공장은 현지에서 마이컴을 공급받는 등의 장단기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압박 감이 최근 AV업체들을 짓누르고 있다. <신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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