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키스"라는 영화는 일단 제목이 좋다. 그 뜻을 꼭 알아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이국적인 제목이며, 영화를 꼭 보고 싶게 만드는 달콤한제목이다. 게다가 영화 팸플릿은 "프렌치 키스란 Deep Kiss 또는 Soul Kiss 라고도 한다. 상대의 영혼을 빨아들일 만큼 깊고 열정적인 키스를 프렌치 키스라고 말한다."며 제목에 사로잡힌 관객들을 유혹한다.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이 영화에 나오는 무수한 키스신 중에서 어느 키스 가 과연 `프렌치 키스`인지 맘 졸이며 찾게 될 것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그러면묻자. 어느 키스신이 `프렌치 키스`였는가. 당신은 과연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마 못할 것이다. 왜 그런가?.런 키스는 이 영화에 없었기 때문이다.
로렌스 캐스단 감독의 "프렌치 키스"는 키스에 대한 영화가 아니다. 굳이 키스라는 단어로 설명해야 한다면, 그것은 `좀 다른 종류의 키스`라고 말해야할 것 같다. 간단히 말해서 이 영화는, 프랑스의 마력에 사로잡혀 자신의 삶을 바꿔버리는 순진한 이방인들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그 `순진한 이방인`이 란, 캐나다 국적을 취득하려다 프랑스인이 되어버리는 케이트(맥 라이언 분) 이며, 파리에서 바람난 그녀의 약혼자(티모시 허튼 분)이다. 프렌치 키스란 누구와 누구의 키스가 아니라 `이방인들을 단숨에 사로잡아버리는 프랑스의 마력`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었던 것이다.
프랑스를 그저 파리라고만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프랑스의 두 모습을 열어 보인다. 이 영화의 주요 배경인 칸과 프로방스가 그것이다. 이 두 도시는 아주 이질적인 것이다. 따라서 미국에서 온 케이트가 프로방스에 사로잡히게 될 때 그것은 그녀의 성향(아가페적인 사랑)을 드러낸 것이다. 또한 그녀의 약혼자가 칸에 사로잡혔다는 것 또한 그의 취향(에로스적인 사랑) 을 드러낸 것이다. 이 두 사람은 말하자면, 프랑스에 와서야 비로소 서로가 서로에게 어울리지 않는 배필임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프렌치 키스"는, 출장갔다가 사랑에 빠져 전화로 파혼을 선언하는 약혼자를 찾아 파리로 가는 케이트라는 여자의 이야기이다.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비행기를 못 탔지만 사랑을 되찾기 위해서는 비행기를 타는 케이는 바로 그 성향때문에 약혼자를 잃게 되는 여자이다. 파리행 비행기에서 만난 뤼크 케빈클라인 분)로 인해 곤욕을 치르게 되지만, 그의 가르침(프랑스식 유혹법 으로 인해 케이트는 사랑한다고 믿었던 약혼자의 진면목을 보게 되고, 마침내는 그녀 편에서 파혼할 것을 선언한다.
뤼크의 도움을 수락하는 순간 그를 사랑하게 되는 케이트와, 그녀에게 도움을 주려는 순간 그녀를 사랑하게 되는 뤼크의, 서로에 대한 아가페적인 이끌림을 잘 처리했다. 애초에는 변심한애인의 마음을 되찾는 것이 목적이었으나 목적이 달성되려는 바로 그 지점에서 그 욕망을 포기하는 케이트를 통해 관객은, `에로스`가 얼마나 변덕이심하고 `아가페`가 얼마나 심지 굳은지를 보게 될 것이다. "프렌치 키스"는"프랑스식 사랑"을 이겨버리는 "미국 식 사랑"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채명식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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