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보다는 편리한 사용법을 강조한 제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올들어 출시된 업무용 소프트웨어들은 대부분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는 것보다는 현재 제공하는 기능을 좀더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환경을 개선한 제품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국내 워드프로세서 시장의 80% 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글의 경우 도스판 버전 3.0을 출시하면서 20여종의 새로운 기능을 추가했음에도 불구, 메뉴상 에 나타난 기능을 크게 줄였다.
글3.0 도스판은 특히 문서입력이나 편집, 출력시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아이콘으로 처리, 작업환경을 단순하고 깔끔하게 정돈했다.
삼성전자도 훈민정음4.0판을 내놓으면서 외부로 나타난 기능을 대폭 축소한 반면 인공지능 기법을 도입해 사용방법을 간편하게 개선했다.
윈도즈용 개인정보관리시스템(PIMS)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피코소프트도 최근 명인III의 후속제품인 "메타크릭 95 포 명인"을 발표하면서 기능을 크게단순화시켰다. 이 제품 역시 30여종의 기능이 새롭게 추가됐지만 외형상 드러난 메뉴골격이 나 아이콘 등은 기존제품보다 휠씬 단순한 게 특징.
이같은 현상은 올해 출시된 제품 대부분에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소프트웨어 업계가 기능보다 사용환경에 무게중심을 싣고 있는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소프트웨어가 전문화, 고급화되면서 업무에 필요한 기능이 패키지에 대부분 포함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업체가 제품을 설계할 때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것보다 사용환경의 편리성에 주안점을 두고 차별화 전략 을 구사하고 나선 것.
둘째, 사용자가 업무에 적용하는 기능이 극히 한정돼 있다는 점. 예를 들어워드프로세서는 타이프를 대신한 단순한 문서입력용으로 활용하는경우가 전체 사용빈도의 90%에 육박하고 있다. 문서를 보기좋게 편집하거나그림을 삽입하는 등 부가작업을 하는 사용자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한 실정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의 한 관계자는 "사용자가 자주 활용하는 기능은 새문서편집 문서불러오기, 저장하기, 인쇄, 화면인쇄, 블록오려두기, 복사 및 붙이기 찾기, 글자모양, 문단모양 등 10여개로 전체 워드프로세서 기능의 10 도 안된다"고 말한다.
셋째, 마우스만 있으면 대부분의 기능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윈도즈가 대부분의 PC에 깔려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윈도즈 응용제품은 무엇보다 설치하기 쉽고 작동법도 간단한 게 특징. 그림 으로 표시된 아이콘을 클릭하기만 하면 즉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특수한 제품을 제외하면 별도로 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간단하다.
게다가 이달중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도스와 윈도즈를 하나로 합친 영문판 윈도즈95를 출시할 예정이고 10월경엔 한글판도 선보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올들어 사용환경이 편리한 윈도즈 응용프로그램 신제품이 크게 늘어난 원인도 원도즈95 기대수요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이 사용환경을 품질로 인식했다는 점이다. 아무리 좋은 소프트웨어라도 사용하기 어렵고 복잡하다면 덜 이용하게 되고 결국 폐기처분하기 마련이다.
요즘 출시된 신제품들은 외형상 나타난 기능을 크게 축소한 게 대부분이다.
너무 많은 기능을 전면에 표시할 경우 사용자가 혼란스럽고 사용법이 어렵게느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사용빈도나 난이도에 따라 기능을 몇가지 수준 으로 분류해 제품을 설계하고 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메뉴나 항목을 아이콘 형태로 표시해 화면 전면에 돌출 시키고 자주 사용하지 않는 기능은 메뉴바를 통해 찾도록 한 방법이 많이 채택되고 있다. 또 일일이 메뉴를 불러내지 않아도 단숨에 핫키로 특정한 기능 을 실행시키는 방법도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자주 사용하지 않는 특수명령이나 기능키는 온라인 도움말에도 나타나지 않도록 설계, 사용설명서를 참고하면서 실행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사용자들은 이전 버전보다 기능이 크게 보강된 제품을 사용하면서 메뉴나 작동방법은 훨씬 간편한 제품을 만날 수 있게 됐다.
마법사기능을 도입한 제품이 크게 늘어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마법사기능이란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거나 업무를 수행할 때 매번 메뉴나 기능키를 눌러 필요한 것을 찾지 않더라도 미리 만들어 둔 시나리오에 따라 데이터 입력 및 가공, 출력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새로운 입출력 방식을 말한다. 예를 들어 새문서 편집메뉴를 선택하면 자동으로 문서이름과 내용요약문을 입력하는 윈도가 열리고 다음엔 어떤 스타일이나 템플리트를 이용할런지 선택하게 한 후 본문에 사용할 글꼴은 무얼 선택할 것인지 등 일련의 과정을순서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회계관리프로그램이라면 전표입력을 선택하면 어떤 전표인지, 금액은 얼마이고 현금인지 수표인지를 구분한 후 누구한테 어떤 용도로 받은 것인지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현금시재나 자금일계장에 등록되면서 전체 자금운용 현황을 한눈에 보여주는 것도 마법사기능을 활용한 사례다.
윈도즈용은 물론 도스용으로 설계된 제품중 대부분이 아이콘이나 버튼을 적극 활용한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버튼만 누르면 원하는 기능이 실행되기 때문에 작업시간이 크게 단축된다.
또초보자나 컴맹들도 컴퓨터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면서 원하는 작업을 할수 있다.
이밖에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활용, 키보드를 두드리지 않고도 필요한 기능 을 작동시키도록 하거나 자주 사용하는 기능만을 골라 아이콘으로 만들어주는 기능 등도 사용환경을 편리하게 개선한 사례다.
좋은 소프트웨어란 많은 기능을 갖춘 제품이라는 등식은 이미 낡은 것이 됐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설계된 사용하기 편리한 소프트웨어가 대접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남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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