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시경] 자동번역SW "봇물", A.B.C.D 몰라도 "타임"지 읽는다

영어를 할줄 모르는 국민학생도 미국의 유명주간지 타임지를 마음대로 읽을수 있다.

최근 외국어로 작성된 문서를 간편하게 한글로 바꿔주는 자동번역프로그램이잇따라 개발, 상용화되고 있다. 이에따라 외국어에 능통하지 못한 어린이나 가정주부, 직장인, 노인들도 외국의 최신 뉴스나 첨단정보에 대한 소식을 접할 수 있게 됐다.

자동번역시스템이란 컴퓨터를 이용해 외국어로 된 문서를 한글로 번역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물론 한글을 외국어로 번역하는 것도 포함된다.

올들어 새로 선보인 제품은 정소프트의 "워드체인지 95" 부강하이컴 오경박사 창신컴퓨터 "한글가나" 등 3종이다. 여기에 일본 히타치사의 제품을 도입 시판중인 다니엘텍의 "하이콤MT"까지 포함하면 6개월만에 총 4종의 신제 품이 출시된 셈이다.

85년 한국과학기술원과 후지쯔가 공동으로 고3 수준의 일본어 문장을 우리말 로 번역하는데 성공한 이후 꼭 10년만에 상용화 수준의 국산제품이 선보인것이다. 자동번역과 관련된 국내기업의 원천기술은 일본에 비해 걸음마 수준에 불과했던 게 사실. 최초의 번역시스템은 84년 5월 브라비스사가 일영자동번역시 스템 "팩11/73". 일본은 그후 1년도 안돼 후지쯔, 도시바, 샤프, 닛덴, 히타 치 등 굴지의 기업체들이 잇따라 신제품을 내놔 저력을 과시했다. 현재 이들 일본업체가 전세계 자동번역시스템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것도 결코 우연이아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올해부터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자동번역시스템 신제 품을 대거 출시해 주목받고 있다.

최근 등장한 자동번역시스템은 처리속도나 정확도, 활용범위 등의 측면에서선진국 제품과 비교해도 큰 손색이 없다. 물론 한글처리부분은 외산보다 성능이 정확하게 처리한다.

정소프트가 개발한 영한프로그램번역기 "워드체인지 95"는 30초 이내에 1백 개 문장을 처리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품.

대부분의 자동번역제품이 우리말과 언어체계가 비슷한 일본어를 한글로 번역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반해 워드체인지는 전세계 70% 인구가 의사소통언어로 활용하고 있는 영어를 대상으로 삼았다.

워드체인지는 특히 윈도즈상에서 네트워크와 연결시켜 온라인상에서 캡처받은 내용을 즉시 번역해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인터네트나 외국데이터베이스 를 검색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부강하이컴의 "오경박사"도 올해 등장한 참신한 자동번역시스템이다. 이 제품은 윈도즈 3.1 이상에서 작동하는 일한, 한일번역시스템으로 PC상에서 초당 1백자를 번역해 낸다.

일본공업표준규격인 JIS코드를 그대로 활용, 일본에서 사용중인 모든 문서를 변형없이 다룰 수 있고 각종 특수문자까지도 처리해낸다. 특히 통신망을 통해 일본의 네트워크 서버나 통신서비스에 접속한 후 전송받는 내용을 실시간에 번역할 수 있기 때문에 일본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할 때 요긴하다.

창신컴퓨터 "한글가나"는 무역관계서류는 물론 각종 전문서적, 기술서적, 논문 등 문어체 문서와 시, 소설 등 비정형 패턴으로 전개되는 구어체 문서도 독해 및 번역이 가능하다.

번역 도중 뜻이 여러개인 단어를 만날 경우 괄호안에 여러단어의 의미를 보여주기 때문에 잘못 번역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으며 사전에 등록되지 않은전문용어나 신조어, 약자 등을 사용자가 추가로 등록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A4용지의 문서를 1분만에 번역해내며 정확도는 95% 수준.

다니엘텍의 "하이콤MT"도 주목할 만하다. 일본 히타치가 개발한 하이콤은 시간당 4만단어를 번역해 낸다. 분당 6백66자의 고속번역기인 셈이다.

하이콤은 13만단어의 기본용어사전을 내장, 현재 일본에서 사용중인 문서나 업무용 서류를 손쉽게 처리해 낼 수 있고 특정분야에 대한 전문용어만을 수록한 전문분야사전을 옵션으로 구입할 수 있다. 또 온라인상에서 네트워크를 통해 수신된 데이터를 번역해내는 기능도 포함돼 있다. 도스 5.0/V와 일본어 윈도즈 3.1에서 작동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도 지난 4월 일한온라인자동번역시스템을 구축, PC통신망 인 천리안을 통해 일본 과학기술정보센터의 과학기술문헌을 곧바로 한글로 검색해 볼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언어처리연구소도 지난 2월 영한번역프로그램" 엑트란"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87년부터 8년간 개발해 온 엑트란은 95%의 정확도로 20여개 단어로 구성된 고등학교 2학년 수준의 영어를 5초만에 번역 해 낸다.

이처럼 올들어 자동번역시스템이 잇따라 개발되고 있는 것은 이를 이용할 경우 국제화.개방화시대에 맞춰 외국의 첨단 기술과 정보를 신속하게 받아들일수 있기 때문.

외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거나 전문서적을 한글수준으로 빠르게 읽어낼 수있는 사람은 극히 드문 게 현실이다.

예를 들어 외국에서 정규교육을 이수하면서 5년정도 거주한 사람을 제외한다면 대학을 졸업한 회사원이 영어나 일본어로된 시장보고서를 읽는데 걸리는시간은 한글문서보다 2~3배 가량 더 걸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정확도도 문제가 된다. 캐나다 토론토를 경유해 미국으로 수출제품을 보내라는 전문을 받아들고 잘못 번역한다면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된다.

따라서 자동번역기는 국제화시대에 외국어를 한줄도 읽어내지 못하는 사람보다는 업무의 효율화를 겨냥해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도구 역할을 맡게 될 것이란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현재 시판중인 자동번역시스템을 1백% 믿고 활용해도 된다는 것은아니다. 개발사마다 자체 기준에 따라 나름대로 정확도를 측정, 발표하고 있지만 객관적으로 정확도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제시한 곳은 거의 없기 때문.

대부분의업체가 특정한 문장이나 난이도가 낮은 문서를 번역한 통계치를정확도로 발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업무에 적용되는 생소한 문서나 보고서 등이 잘못 번역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95%의 정확도로 문서를 번역했다고 해도 모든 분야에 적용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업무용 문서나 중요한 기술서류라면 5%의 오류가 전체 내용을완전히 뒤바꿔놓을 수도 있을 뿐아니라 부분적인 해석의 차이로 일을 망칠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자동번역시스템이 특수목적의 제품 주문서류나 과학기술 학술문서 등1백% 신뢰도가 필수적인 일부 문서번역을 제외하면 가정이나 기업체가 외국 의 최신정보를 입수, 판독하는데 2백% 이상 효율을 높여주는 유용한 도구라 는 점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남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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