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터시장 싹쓸이 아니냐" 업계 긴장

그동안 한국단자와 AMP가 양분해온 국내 자동차용 커넥터시장이 세계 최대의자동차업체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사의 전장관련 부문인 델파이패커드일렉트릭시스템즈사의 진출로 큰폭의 판도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히로세코리아、 몰렉스 등 통신.가전분야에 탄탄한 기반을 두고 있는 업체들이 자동차용 커넥터시장에 잇따라 가세、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패커드사가 금년말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내년중 생산공장을 건설、 전격적으로 참여할 경우 시장점유 경쟁은 한층 달아오를 전망이다.

패커드사는 지난해 동력.신호분배시스템(PASDS:Power&Si-gnal Distr-ibution Syst-ems) 등 세계 자동차 전장관련 시스템시장에서 22.8%의 시장점유율과 44억달러의 매출액을 기록하는 등 이 분야의 최대 공급업체.

기존 국내 업체들이 패커드사의 진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동사가 자동차의 동력.신호분배장치인 정션박스를 가지고 들어온다는점이다. 정션박스는 전자회로를 이용한 신호전달체계로 하네스를 이용한 기존배선방식보다 신뢰성이 높고 자동차 경량화및 전장화에 획기적인 진전을가능케한다는 점에서 향후 단일커넥터시장으로는 최대규모를 형성할 것으로전망되고 있다. 물론 패커드사가 세계시장에서 가장 많은 점유율을 가지고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정션박스는 국내에서도 올해 그랜저 및 쏘나타 후속모델인 LX와 Y3、 콩코드 후속모델인 G카 등 현대 및 기아자동차의 고급차종에 본격 채용돼 도입원년 이라고 할 수 있는 올해 시장규모만도 5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향후 2~ 3년안에 2백억원 이상의 큰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패커드사의 한 관계자는 "델파이패커드는 GM과 더불어 1백년을 넘는 역사와 오랜 자동차관련 경험을 가진 종합 자동차 전장업체인 만큼 기존에 한국에 진출해 있는 컴포넌트 업체들보다 한 단계 높은 운영체제로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한국시장 공략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초기디자인을 비롯해생산.영업.AS 등 4개 과정을 일괄처리하는 시스템을 운용하기 때문에 자동차업체들이 모든 디자인작업을 마친후 관련부품 및 하네 스업체들에 발주하는 형태의 기존 국내방식과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설명이 다. 이 관계자는 또 "패커드가 이 4개 과정을 일괄 도맡아 할 경우 최적화를 통해 기존 방식에 비해 약 30%의 부품절감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가격경쟁 력에도 지신감을 보이고 있다.

패커드사는 그동안 신성패카드를 통해 정션박스를 국내시장에 공급해오다가지난해말부터 직접 영업을 해왔다. FBEC(Fle.ible Bussed Elect-rical Cente rs)타입의 이 제품은 회로변경이 용이해 호환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있는 반면 AMP 등 타사제품에 비해 대형이라는 점이 단점이라는 것이 업계의평이다. 관련업계에서는 "패커드사가 정션박스시장에 본격 진출할 경우 전체 정션박 스 시장의 50%를 차지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업계 일부에서는 패커드의 국내업체와 합작교섭이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다 하더라도 사업규모나 GM의 특성으로 볼 때 연내에 본격 진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패커드는 중국시장에 이미 와이어링하네스부문에서 3개의 합작업체를 세운 상태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번 국내시장 진출이 중국시장 공략을 위한 포석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패커드측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현재 국내에서는 AMP코리아가 가장 활발한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사는 지난 93년 하반기부터 총 3백80억원을 투입해 올초에 완공한 경산공장에 통신용 커넥터라인을 비롯해 정션박스 및 하네스 등 자동차용 커넥터 전용라인을 구축、 만만치않게대응하고 있다.

최근들어 다양한 기능이 추가된 신차종 출시를 서두르고 있는 자동차업체들 이 정션박스를 고기능 구현에 필수적인 전장화를 앞당기는 핵심제품으로 보고 일반 보급형 차종에까지 채용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인데다 삼성이 오는 98년 자동차양산을 앞두고 전장부품업체 선정을 마무리짓는 등 확대일로에 있는 국내 자동차용 커넥터시장에서 패커드가 이번 진출을 통해 국내시장을얼마나 잠식할 것인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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