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제니스사 인수는 단순한 기업간 매수합병(M&A)이라는 차원을 넘어우리 가전산업사에서 획기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일본과 유럽의 선진 가전업체들의 파상공세에서 살아남은 사실상 유일한 순수 미국자본 기업인 제니스사의 경영권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미국 가전산업의 "마지막 자존심"이라고도 불리는 이 기업은 톰슨 필립스、 소니 등 외국 가전업체의 끊임없는 공략을 버티며 미국 가전시장의 최상위 그룹에서 결코 밀려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 기업은 고선명(HD)TV 등 차세대 영상미디어와 멀티미디어 산업 에서 디지털 기술을 선도하는 세계 유수의 기업이다.
따라서 우리 가전업체가 이같은 세계적인 기업을 전격 인수한 것은 그만큼 우리 가전산업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다는상징적인 의미가 포함돼 있다.
20여년전 제니스사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라디오를 납품했던 LG전자는 이제 제니스사의 모기업이 됐다.그 사이 눈에 띄게 발전해온 우리가전산업의 역사를 한 눈에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제니스사 인수를 두고 LG전자는 "한국 전자산업의 위상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계기를 마련한 획기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2천년대 세계 가전 및 멀티미디어시장에서의 초우량 기업을 꿈꾸고 있는 LG전자로서는 이번 제니스사 인수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LG전자는 이번 제니스사 인수를 통해 세계 초우량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발판이 마련됐다고 보고 있다.
제니스사는 AT&T와 공동으로 전 디지털방식의 HDTV를 개발했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완전평면브란운관(FTM)기술을 갖고 있는 등 차세대 영상미디어기술을바탕으로 미국내 HDTV디스플레이 및 송신시스템 규격을 주도하고 있다.
또 케이블TV용 세트톱박스로 대표되는 유무선 영상 및 데이터 전송 기술 등 멀티미디어 관련 디지털 핵심기술도 다량 보유하고 있다.
이같은 제니스사의 기술을 고스란히 확보하게 됨으로써 LG전자는 앞으로 세계 멀티미디어업계의 선두주자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
LG전자는 제니스사의 높은 브랜드 지명도、 첨단기술력과 LG전자의 생산기술 력、 마케팅력을 결합해 미국시장 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 이다. 이번 제니스사 인수에서 LG전자가 당장 기대하고 있는 효과는 컬러TV 등 미주 가전시장의 공략이다.
멕시코에 연산 2백만대 규모의 컬러TV공장을 갖고 있는 LG전자는 연산 4백만 대 규모의 제니스사 컬러TV공장을 함께 보유하게 됐다. 또 연산 6백만대 규모의 컬러브라운관 공장을 비롯해 튜너、 편향요크(DY)、 고압변성기(FBT) 등 제니스의 컬러TV핵심부품공장(미국、 멕시코)과의 수직계열화도 가능해졌다. 특히 LG전자는 제니스와의 제품 상호 구매를 비롯해 제니스의 미국내 22개 물류 거점과 LG전자의 현지 물류거점을 연계한 마케팅、 물류、 대고객 서비스 등 경영상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게됐다.
이로써 미주지역내 최대 규모의 컬러TV업체로 떠오른 LG전자는 북미는 물론중미 남미에 이르기까지 미주시장 공략이 쉬워질 전망이다.
이밖에 LG는 세계 최대 가전시장인 미국시장에서 수위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LG전자는 제니스와 더불어 미국 가전시장 점유율이 12%를 웃돌게 돼 현재미국 가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RCA를 따라잡을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고 밝혔다.
이밖에 LG전자는 제니스사가 브라운관、 튜너 등 핵심부품에 대해 갖고 있는기술특허를 그대로 전수、 세계 유수의 기업으로부터 막대한 기술로열티 수입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향후 HDTV의 로열티 수입도 예상된 다. LG전자의 인수 움직임은 지난 91년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91년초 제니스사는 거듭되는 적자로 인해 경영위기를 겪고 있었다. 이 때 LG전자는 필립스、 톰슨、 마쓰시타、 삼성전자 등을 제치고 제니스의 지분 5%를 사들였다.
LG전자의 제니스 인수 움직임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해 상반기다.
지난해 6월초 이헌조 LG전자 부회장과 펄만 제니스회장은 HDTV、 VOD、 케이블TV 등과 첨단제품관련 기술제휴에 합의했다. 시설 공동 이용과 부품의 공동구매 공동투자품목의 발굴 등도 추진키로 했다.
이같은 제휴내용은 이번 인수발표와 함께 LG전자가 내놓은 향후 제니스사 활용방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LG전자의 제니스사 인수 움직임이 언제부터 본격화됐는 지 미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가전산업이 멀티미디어산업으로 전환되어 가는 상황에서 변신이 요구된 LG전 자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신규 투자보다는 기존 업체의 인수라는 방법을택했다. 이 때 첨단 기술력을 갖췄음에도 거듭되는 적자로 인해 휘청거리고있던 제니스사는 LG전자의 인수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다.
업계는 이같은 전후사정을 감안、 LG전자가 이번 제니스사 인수를 계기로 멀 티미디어사업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LG전자도 이번 인수로 인해 미국 멀티미디어시장 진입에 일단 성공했다고 보고 앞으로 이를 바탕으로 전세계 멀티미디어 시장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의 관심은 LG전자가 과연 제니스사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경영할 것인가에 쏠려 있다.
업계 한쪽에서는 얼마간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LG전자의 경영스타 일이 미국기업에 제대로 적용될 수 있을 지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LG전자는 당분간 현 제니스사 경영체제를 유지할 방침인 것으로전해졌다.세계적인 지명도를 갖고 있는 브랜드명 역시 그대로 사용할 계획이 다. 당분간 제니스를 생산 및 기술 교두보로만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제니스사는 80년대 이후 적자와 흑자가 거듭되는 등 부침이 심해 변화하는 상황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LG전자는 어느 정도 제니스사에 대한 분석이 이뤄지면 본격적인 수술 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 시점은 컬러TV 등 제니스사의 주력 상품인 가전부문에서 어느 정도 성공 을 거두고 있다는 판단이 설 때 부터일 것이라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예상이 다. <신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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