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전환기의 한국통신 (3);국익과 국민편익

지난 1월1일. 외국에서 한국통신과 데이콤의 국제라인을 이용해 한국에 컬렉트콜 로 각각 전화를 걸어본 사람이라면 "독점"보다는 "경쟁"이 좋다는 것을 새삼 느꼈을 것이다. 수신자의 전화번호를 말했을 때 "잠깐만요"라는 한국통신 교환원의 간단한 목소리 대신 "감사합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라 는 데이콤 교환원의 상냥스런 음성은 매우 대조적이다.

이뿐만 아니다. 데이콤은 신용카드를 이용해 국제전화를 할 수 있지만 한국 통신은 그렇지 못하고 가입자의 정보를 컴퓨터에 기록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제전화지능망서비스도 데이콤이 훨씬 먼저 시작했다. 여기에 데이콤의 국제전화요금은 한국통신에 비해 사업초기연도의 5%에서 현재는 1%가 싸고 이같은 새로운 서비스의 개발과 친절이 더해져 세계에서유례없는 서비스개시 3년7개월여만에 통신분야의 적정 경쟁률이라는 30%의시장점유율을육박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 데이콤의 TV광고내용중 "함께 겨뤄야 기록이 좋아집니다. 함께 경쟁해서 품질도 좋아졌습니다"라는 문구는 공감을 갖게 한다. 그러나 한국통신의 일부 관계자는 데이콤의 친절하고 다양한 서비스개발 등은 무시한채 단지 싼 요금 때문에 시장점유율이 높아졌다고 치부한다. 또 가 격차를 허용해준 "정통부가 데이콤 편"이라는 단순 주장만을 되풀이 한다.

다른 사례도 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지난 93년 H백화점이 대전에 계열 백화점을 개설하고 한국통신에 공중전화설치를 요청했을 때 공중전화를 깔아주는 대신 본사와의 통신을 당시 품질상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하이 넷P망의 사용을 요구해 어쩔 수 없이 이를 수락했고 회선임대도 6개월 이전에 요청해야 한다. 만일 전국적인 회선을 갖고 있는 그 누군가가 회선사업을 했었더라면 한국통신의 서비스가 이렇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경쟁이 곧 국민편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국민편익정책은 이제 통신시장개방과 맞물려 데이콤에 시외전화사업 을 허용해 주었고 내년초 시행예정인 정보화촉진기본법을 통해 한전.도로공사.철도청은 물론 민간기업에까지도 통신서비스시장을 개방한다는 방침이다.

정보통신부의 Y과장은 "그동안 한국통신이 이 시장을 독점해 횡포를 부려온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하고 "어떠한 경우라도 경쟁에 따른 이중투자나 비효율이 독점의 페혜보다는 낫다"며 공정경쟁의 타당성과 지속성의 배경을 설명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통부는 공정경쟁의 기틀마련을 위해 한국통신의 시내.시외.국제.데이터.위성사업부문의 회계를 각각 분리、 책임경영을 묻겠다는 "통신그룹경영체제"의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이는 한국통신 사장은 한사람이지만 데이콤이 한국통신의 시내전화부문에 회선사용료를 내는 것 처럼 한국통신의 국제전화사업도 같은 환경에서 요금을 철저히 정산、 경쟁력을 갖도록 유도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국민편익을 위한 이같은 공정경쟁정책도 중요하지만 시대에따라서는 "국익"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2년 앞으로다가온 통신시장개방을 앞두고 거대통신기업인 AT&T등의 국내 진출이 확실 시되는 마당에 이들과 싸울 유일한 대안인 한국통신을 위축시키는 것은 결국 외국기업을 도와주는 꼴이 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통신그룹화 추진은 한국통신에서 분리된 한국이동통신처럼 한국적 현실을 감안할때 민영화와 고리를 맺으면서 수익성이 좋은 부문부터 정치적 개입에 의해 분할될 우려가 있기때문이라는 것.

또 매번 신규사업자의 서비스개시때마다 요금에 차등을 두고、 접속료기준에명시한 것처럼 신규사업자에게 접속료를 할인토록 한 규정은 외국기업의 국내 진출을 오히려 유도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지적도 있다.

한편 정부의 공정경쟁정책이 다소 공정하지 못하다는 반박도 있다. 한국통신 의 통신관로를 통째로 타사업자에게 빌려주도록 하는 등 외국에도 없는 설비 제공제도를 전기통신기본법에 남겨놓고 신규사업자가 경상이익을 올리지 못하면 4년동안 NTS(가입자선로 구축비용등 통화량에 민감하지 않은 시설)적자 에 대해 분담의무를 지지 않도록 하며, 데이콤의 시외전화시장 참여시 규정 인 3%보다 많은 5%로 요금차등을 두는게 어디 공정하냐는 반문이다.

또 국민편익과 관련해서 정부가 국민편익을 말하지만 현재 1백40개인 전국 DDD번호를 15개로 축소해 사용자를 편하게 하겠다는 한국통신의 광역화계획은 뒷전에 둔채 한국통신에 "081"과 데이콤 "082"등의 사업자식별번호를 부여、 시외전화시 3자리를 더 누르도록 하는게 어디 국민편익이냐는 지적이다.

정부와 한국통신은 이제 통신시장개방을 앞두고 공정경쟁의 대전제하에 얽히고 설킨 "국민편익"과 "국익"의 우선순위를 현명히 따져야 할 것이다.

<구원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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