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즈95"등 운용체계(OS)와 모든 응용제품에 기존완성형 KSC 5601-1987)을 확장한 "한글통합형"(당시는 "확장완성형")코드 채택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지난달 18일이다.
이때 MS는 1만1천1백72자의 현대한글을 모두 표현할수 있어 사실상 조합형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질 확장완성형이 "완성형"이라는 이름 때문에 혼돈과 오해를 불러 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판단、 "한글통합형"으로 개명한다는 배경설명도 곁들였다.
MS는 곧 "한글통합형"이 "윈도즈NT 3.5"등 OS환경에서 "유니코드2.0"을 함께지원 호환성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서 MS는 "한글통합형"을 처음으로 채택한 한글판 "윈도즈NT 3.5"를 지난 2일 공식 발표했다.
한글과컴퓨터가 "확장조합형"을 고수한다는 방침 발표와 함께 MS의 한글통합형의 허구"를 공개적으로 폭로한 것은 이달 1일 심포지엄형식의 기자회견 을 통해서이다. 이때 한글과컴퓨터는 지난 92년 "한글2.0"부터 채택하고 있는 조합형코드의 이름을 공식적으로 "확장조합형"으로 명명한다고 밝혔다. MS의 "한글통합형"이 기존 완성형의 변형에 불과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라는 것이다.
한글과컴퓨터는 이날 심포지엄에서 MS가 지원키로 한 "한글통합형"은 윈도즈95 의 조합형(KSC 5601-1992) 한글코드지원 방침을 번복하기 위한 졸속적 대안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글과컴퓨터는 또 ""한글통합형"이 기존 완성형(KSC 5601-1987)의 2천3백50 자외에 추가되는 8천8백82자를 몇개의 블록에 나눠 배치함으로써 가나다순 배열순서 등을 무시한채 짜깁기식으로 누더기처럼 글자수만 늘려놓은 코드" 라며 그 허구성을 지적했다.
예컨대 <김 * *>를 찾는 인명 데이터베이스에서 한글코드가 가나다순으로 배열돼 있을 경우 <김>씨 다음 성인 <라>씨 바로 앞까지만 검색하면 될 것을 한글통합형 환경에서는 배열순으로 맨끝인 <후>씨 까지 모두 찾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즉 엄청난 실행자원 낭비와 처리속도 둔화가 따르는등 시스템효 율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한글과컴퓨터는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자사의 확장조합형 이라고 주장했다. 이 코드는 또 현대한글 1만1천1백72자를 가나다순으로 배열할수 있을 뿐아니라 고어와 같은 한글의 특성을 잘 구현할수 있다는것이다. 이에대해 MS는 "한글통합형"이 기존 조합형(KSC 5601-1992)으로 구현할수 있는 1만1천1백72자의 현대어를 모두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의 조합형 효과를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MS는 특히 "윈도즈95"등에서는 기존 2천3백50자의 완성형(KSC 5601-1987)코 드로 작성된 응용SW나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하는데 새로 조합형코 드를 채택할 경우 이들과 호환성에 결정적인 문제가 생긴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동일한 문자에 대해 조합형과 완성형이 서로 다른 코드값을 부여받고있기 때문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조합형 데이터를 완성형으로 또는 완성형을 조합형으로 전환처리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MS는 따라서 ""윈도즈95"등 차세대 OS의 조합형 지원에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지만기존 데이터와 호환성을 유지해야 하는등 과정상의 어려움이 있어 한글통합형 을 지원하게됐다"고 밝히고 있다.
양사의 이같은 논쟁에 대해 학계나 사용자 층은 또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한글코드제정 작업등에 참여해온 교수등 학자나 전문가들은 최근의한글코드 논쟁의 초점이 민족혼과 문화적 특성을 상징하는 한글의 정보처 리로서가 아닌、 기업의 이해득실 차원에서 편의적으로 곡해되고 있음을 드러내주고 있다고 꼬집고 있다.
특히 학계에서는 최근의 논쟁이 "5백년전 훈민정음 해예에 나타난 한글의 창제원리와 문자문화의 특성이 기업의 이익 논리에 의해 무시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동국대 변정용교수는 "민족혼을 담고 있는 한글이 미국기업 MS에 의해 변질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부산대 김경석교수는 "새로운 한글코드의 제정과정은 적어도 30년은 내다볼수 있는 것을 전제로 진행돼야 하는데 최근의 상황은 당장의 기술적 어려움 때문에 기업 편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한글정보처리의 앞날이 우려된다" 고 통탄하고 있다.
이에 반해 비교적 기술적 한계와 SW후진국으로서 우리나라 현실에 민감한 엔지니어등 전문가들은 "이처럼 이해관계에 의해 수많은 코드가 병립될 경우결과적으로 손해보는 것은 사용자 층보다는 기업들 자신이 될 공산이 크다" 고 말하고 있다.
예컨대 앞으로 보편화될 유니코드환경에서는 조합형과 완성형 할것 없이 모두 이를 지원할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하는데 새로운 코드가 생기면 지원 과정은 그만큼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특히 MS、 노벨、 IBM등 기업동향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이들 다국적기업이향후 2~3년내에 유니코드로 전환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단 기적 이해득실을 따지는 논쟁 보다는 여기에 대비하는 것이 우리나라 기업들 의 급선무"라고 말하고 있다. <서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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