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 수입선다변화 "조기해제 불가" 배경

정부가 수입선 다변화 품목을 전면 재검토해 제도운용 방향과 다음달부터 해제되는 품목을 결정、 곧 발표할 예정인 것과 때맞춰 재경원이 물가안정 차원에서 일부 품목의 조기해제를 유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힘에 따라 전자업계 가 초긴장하고 있다.

특히 가전업체들은 컬러TV 오디오 등이 수입선 다변화 대상에서 우선 해제될 경우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수입선 다변화제도가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으로 세계무역 질서가 바뀜에따라 궁극적으로는 이를 계속 존치하기 곤란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음에도불구하고 가전업계가 이처럼 조기해제 불가를 주장하고 있는 것은 국내 가전 산업은 물론 연관산업으로의 파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재경원의 물가안정정책과 관계없이 통산부에서 조기해제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21인치 이상 25인치 이하 컬러TV의 경우 가전업체들의 생산경쟁력이나 핵심부품인 브라운관의 대일경쟁력 등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지만 브랜드의 영향으로 일본제품보다 품질.성능.디자인 면에서 30%정도 열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21인치 컬러TV는 국내시장 수요측면에서 볼 때 크게 축소되고 있는 게사실이지만 아직까지 수출 주종품이고 여기에 매달려 있는 중소부품업체들이 5백개사를 넘고 있어 연쇄도산의 위기를 맞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게다가 오는 7월 무궁화호 위성발사로 내년부터 화면의 가로세로비율이 16대 9인 광폭TV에 맞는 방송이 개시됨에 따라 24인치 광폭TV의 경우 내년에 약 30만대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전망인데 일본은 올해 약 3백만대의 시장수요를 형성할 정도로 이미 주력모델로 자리잡고 있어 수입선 다변화 대상에서 해제 된 후에는 가전업계의 기술개발 전략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광폭TV는 앞으로 고선명(HD)TV 방송개시 전까지 컬러TV시장을 대체해갈 가장강력한 상품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국내업체들의 기술력은 이제 조립 국 산화 단계를 넘어서고 있는 등 일본에 비해 크게 뒤떨어져 있어 일본제품과 경쟁하기에는 미흡한 실정이다.

VCR쪽은 더욱 심각하다. 소비자들의 브랜드 인지도 등을 감안할 때 우선 가 격면에서 일본제품보다 20~25%정도 싸야 어느 정도 시장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전망인데 초기시장 장악을 위한 일본업체들의 저가공세가 뻔해 수입선 다변화를 조기에 해제할 경우에는 산업 자체가 심각한 위기를맞을것으로우려하고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들은 또 VCR 핵심부품중 상당수가 대일특허에 묶여있는 등 국산화되지 않아 일본제품이 국내에 직접 상륙할 경우 부품수급 측면에서 견제를 받게 되고 VCR의 해제가 곧 컬러TV 캠코더 등의 영상기기로 파급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가전업계는 일본제품이 직접 국내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하면 기술이전의 기피 가 더욱 심화돼 디지털 기술개발이 한창인 VCR、 캠코더、 방송용 카메라 등의 첨단제품을 비롯해 현재 추진중인 차세대 제품의 국산화 개발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관련、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WTO 출범에도 불구하고 선진국들은 자국 산업의 보호를 위한 대책을 다각적으로 강구하고 있다"며 "굳이 정부가 앞장서서 수입선 다변화품목을 조기에 해제해 우리나라의 중추적인 산업인 전자산업의 맥을 끊어놓을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윤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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