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소평 사망임박설이 퍼지면서 요즘 삼성그룹 해외사업단、 경제연구 소、 비서실의 관계자들은 눈코뜰새없이 바쁘다.
해외사업단 관계자들은 오전에 출근하자말자 밤새 중국 북경지사에서 전송된 현지정보를 중심으로 회의를 개최하고 관련자료를 각 계열사의 중국관련부서 에 회람시키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들은 현지정보를 종합분석、 등소평 사망이후의 대중 비즈니스의 파급효과 및 대응방안을 수립중에 있다. 삼성전자의 김광호 부회 장은 중국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간다는 소문을 들은후아무리 바빠도 틈을 내 천진등의 현지공장 가동현황과 소주의 전자복합단지건설 추진상황을 직접 챙기고 있다.
지난달 이건희회장의 방중으로 급진전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대중투자사업이 돌발변수에 걸려 보류 내지 중단되는 것을 사전에 막아보기 위해서이다. 물론 이같은 움직임은 삼성전자만의 일은 아니다.
LG전자와 대우전자등 종합전자업체를 비롯 태일정밀등 그동안 중국진출을 활발히 추진해온 중소 전자업체들까지 요즘의 중국정세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 업체는 등소평 사망임박、 강택민주석을 중심으로 한 중국권력층의 부패추방운동 북경시장의 교체등이 표면화되면서 북경 현지지사를 통해 사태 추이를 수시로 보고 받고 대책회의를 잇따라 여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LG전자의 해외사업부의 한 관계자는"현재의 중국 상황이 진출업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러한 징후는 여러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선 LG전자는 북경、 천진등에 이어 올해중에 AS센터의 추개설을 계획하고 지방대도시 적격지를 물색하던 것을 주춤한 상태이며 삼성전자는 상황변화에 따라 복합단지조성 건설 일정 조정을 고려하고 있다.
대우전자는 그동안 추진해오던 오디오생산의 중국이전 사업을 비롯 에어컨생산공장 건설등을 전면 보류하고 있다.
전자제품의 수출도 성장둔화세를 보이고 있는 양상이다. 올 2월말까지 대중 전자수출은 전년동기대비 55.8%늘어난 1억7백만달러를 기록했으나 3, 4월로 이어지면서 성장세가 한풀 꺾여 전년동기 30%성장에 그치고 있다는게 전자 업계 수출담당자들의 의견이다.
그동안 활발히 추진돼온 국내 전자업계의 대중국 투자 및 수출이 현지정치.
경제상황악화로 급속히 냉각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우리나라 전자업체들이 현지의 정세변화로 어려움을 겪는 곳은 중국만이 아니다. 북한을 비롯 러시아등 대다수 동구권국가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지난 90년대초 동서화합의 무드를 타고 활발히 추진되던 북방진출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올해초 그룹 차원의 방북이 러시를 이루면서 급진전될 것으로 예상됐던 국내 전자업체들의 대북진출도 북.미경수로협상의 난항으로 더 이상 진척되지 않고 있다.
특히 북한측은 경수로 문제와 관련、 대북합작투자사업에 한국기업을 일단 배제시킬 것으로 알려져 당분간 국내 전자업체들의 대북투자사업 추진은 어려울 것이라는게 관련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북경지사를 통해 활발히 추진돼온 전자업체들의 대북접촉이 완전 중단됐다. 그동안 가동되던 그룹의 북한투자 전담팀들은 향후 상황변화를 예상、 투자계획 수정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도의차이는 있지만 대러시아 진출도 여의치 않는 실정이다. 사실 최근 2~3년사이 러시아는 우리나라의 잠재력있는 전자수출대상국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정정불안과 화폐의 급격한 평가절하로 정치.경제환경이 악화되면서 전자업체들이 시장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들어 2월말까지 9천7백만달러의 수출실적을 기록했으며 3, 4월중의 전자수 출규모도 이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게다가 국내업체간의 과당 가격경쟁과 러시아 바이어들의 대금결제지연등으로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전업체들은 당초 올 상반기중에 설치키로 했던 AS센터설립을 보류하고 있으며 러시아 바이어들의 제품공급요청에 현금결제를 계약전제조건 으로 내세우고 있다.
동구권 국가 진출도 현지의 정치.경제적 불안 등으로 당초 기대에 훨씬 못미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슬로바키아의 냉장고공장 증설계획을 일단 보류했으며 LG전 자의 경우도 그동안 검토하던 동구권 국가의 가전공장 설립계획을 전면 백지 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방진출을 신시장개척 차원에서 활발하게 추진해온 우리 전자업체들로서는 이같은 상황을 분명히 극복해야 그동안 의욕을 갖고 추진해온 프로젝트들이 물거품이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기업이 이제부터 할 일은 정확한 정보수집과 체계적인 위기관리로 상황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이다. <금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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