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도시바 가전사업 "새틀" 짠다

일본 도시바사의 가전사업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말 도시바는내년 봄을 기해 보급형 VCR의 국내생산을 중단하고 대신그 생산을 싱가포르 공장으로 이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발표는 일단 VCR의 중심을 국내에 서 해외로 옮기겠다는 도시바의 사업조정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를 좀더 확대해석하면、 즉 그동안 VCR가 가전에서 절대적인 역할 을 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도시바 가전부문 전체의 변화도 예상된다. 이번 발표에 대한 VCR사업담당이사의 배경설명이 이같은 예상을 충분히 뒷받침한다. 그는 "광폭형 컬러TV와 고화질VCR를 기축으로 국내에서 버틸 수 있는기간은 기껏해야 2、 3년. 비디오 등 업무용 영상표시장치나 케이블TV수신장치 등 새 품목을 개척해 나가지 않으면 발전은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도시 바의 이번 발표는 VCR사업의 밑그림뿐만 아니라 가전 전체에 대한 전략의 변화를 시사하고 있다.

이는 또 도시바가 최근 전력투구하고 있는 디지털 비디오 디스크(DVD)와도 무관하지 않다. 결국 이후 도시바의 "가전 재건"은 디지털기술을 이용한 제품을 중심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바가 지난달 말 발표한 계획의 뼈대는 보급형 VCR의 국내생산 중단과 싱 가포르공장 강화. 프랑스 톰슨사와 합작설립한 싱가포르공장 인터내셔널 비디오 프로덕트(IVP)의 VCR생산능력을 금년중 전년보다 1백만대 늘어난 4백만 대로 확대하는 한편、 국내생산거점인 후카야공장의 생산능력은 30만~40만대 로 축소할 방침이다. 국내는 고화질의 S-VHS나 업무용등 고부가가치제품의 생산에 집중시키고 5만엔대의 하이파이타입등 보급기종은 전량 IVP로부터 역수입할 예정이다.

이 계획의 직접적인 원인은 최근의 엔고다. 도시바는 VCR 기간부품의 제조기 술혁신을 통한 국내생산을 고집해 왔다. 그러나 엔화가 달러당 80엔대로 치솟으면서 이 전략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된 것이다. 도시바는 지난 93 년 가을 국내생산의 공동화 방지를 위해 VCR기간부품의 생산을 국내로 집약 시키는 전략을 세웠다. 내용은 테이프에 기록된 데이터를 읽는 실린더의 절삭가공 및 생산을 비롯、 고집적도IC의 조립과정까지 국내에 남겨두고 나머지를 싱가포르、 영국등의 해외조립거점에서 실시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관계자는 "대폭적인 IC화등으로 부품수를 삭감、 자동화된 생산 설비로 연산능력 4백만대의 IVP등에서 사용하는 기간부품을 양산하면 VCR의 국내생산으로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도시바는 경비반감을 목표로 "하프운동"을 지난해 봄부터 전사적으로 전개해 왔다. 부품점수나 신제품개발기간등을 반감시킨다는 이 운동은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사에도 전파될 정도로 한때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 최근의 급격한 엔고에 도시바의 국내생산유지구상은흔들리고 있다. 도시바는 대우전자가 베트남 하노이에 금년 가을 완성시키는 VCR헤드전용공장에 생산설비와 기술을 공여한다. 위탁생산도 검토중이다. 도 시바가 실린더헤드의 생산과 관련、 지난 92년도 책정한 환율은 1달러 1백20 엔대였다. 엔고와 함께 영업손실도 도시바의 사업조정을 불가피하게 하고 있다. 도시바 의 영업적자는 93년에 2백억엔、 지난해에 1백억엔에 이른다. 가전의 재기가 시급한 과제다.

VCR사업에 대한 손익상황은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엔고상황에서 국내생산을 유지하면서 적정이익을 확보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때문에생산체제의 재편이 불가피한 것이다.

기존 가전에 대한 국내생산이 어려워짐에 따라 도시바는 국내공동화방지책의 새 대안으로 영상.정보.통신기술을 구사한 "디지털가전"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대비, 도시바는 이미 지난 93년 가을 가전과 정보분야를 통합.관장하는 조직 "퍼스널정보.영상사업그룹"을 발족시켰다.

또 소니진영과 규격경쟁을 벌이고 있는 DVD도 유망분야다. 도시바는 마쓰시 타등 7개사 공동으로 제안하고 있는 DVD규격을 마련、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있는데 내년 봄부터 월 5만~10만대를 국내생산할 계획이다. 이밖에 케이블TV 관련분야도 국내생산유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도시바와 타임워너가 금년 봄 발족시킨 케이블TV사업의 합작사 타이타스 커뮤니케이션즈는 금 년말 방송을 개시할 예정이다. 2000년까지는 일본 전역에서사업을 전개할 계획인데 도시바는 이의 수신에 필요한 세트톱박스용 장치를후카야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도시바는 내년도 이들 신규분야의 상품규모가 AV사업 전체의 2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도시바는 지난 92년에 음향기기의 자사생산을 중단하는등다른 종합전자업체보다는 앞서 "풀 라인주의"를 버렸다. 그동안 대들보역할 을 해 온 VCR를 해외중심으로 전환하는 도시바에 이제 가전재생의 보루는 디지털가전 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기성 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