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 서미스터-원부자재산업 현황

<국내 핵심 원부자재 산업 현황 및 육성대책> 엔화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슈퍼 엔고)"도 모자라 이제 "울트라(초)엔 고"란 말까지 등장했다.

계속되는 엔고로 국내업체들의 희비도 크게 교차되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일본업체와 격돌하는 각종 전기.전자기기 업체들은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반도체업체들도 호조가 예상된다. 엔고로 그만큼 대일 가격경쟁력이 크게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해외시장에서 일본제품을 제치고 수출주문이 쇄도, 전자업체들은 당초 수출목표를 크게 상향조정하는등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러나 세트나 반도체업체들과 달리 범용 부품업계는 대부분 핵심소재를 일본에서 들여오는 탓에 슈퍼엔고로 인한 원가부담이 가중돼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많은 부품업체들은 이에따라 엔고대책을 마련하는데 부심하고 있으며 엔화가 과연 어디까지 올라갈 것인가, 이런 추세라면 어느선까지 원가 상승 부담을 감수할 수 있을지를 논의하느라 여념이 없다.

일본이 아니면 뾰족한 대안이 없는 업체들의 경우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엔 고를 견뎌내지 못하면 이들은 문을 닫아야만 한다. 게다가 세트업체들은 경 쟁력제고를 이유로 공급가격인하를 요구하고 있어 엎친데 덮친 격이다. 안타 깝게도 국내 부품업계의 상당수가 이 범주에 속한다. 국내 부품업계의 대일 소재의존도는 거의 절대적이다. 마그네트.서미스터.MLCC 등 재료성 부품, SAW필터.유전체필터.듀플렉서.리조네이터 등 이동통신기기용 고주파부품은 물론이고 저항기(R).컨덴서(C).인덕터(L) 등 회로부품에 이르기 까지 일본산 핵심소재를 쓰지않는 곳은 극히 드믈다.

데크메커니즘.튜너.파워서플라이 등 세트성 부품도 상황은 마찬가지. 대체로 수십개의 부품이 채용되는 일반 회로성 부품은 국산화가 상당히 진척돼 있으나 대부분의 핵심 부품은 "메이드 인 저팬"이다.

"수년간의 각고 노력 끝에 일본에서 전량 수입해온 첨단 CD체인저용 데크 및완제품을 개발했으나 엔고로 핵심 부품인 레이저픽업의 수입단가가 크게 올라 양산에 어려움이 큽니다." 오디오용 데크메커니즘 전문업체인 새한정기 신기득전무는 슈퍼엔고시대를맞은 부품업계의 고충을 이렇게 대변한다.

현재 슈퍼엔고로 국내 부품업체들이 떠안게 되는 자연적인 원가상승분은 줄잡아도 2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심지어 원자재 비중이 큰 일부 고주파부품은 50%를 넘는 원가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 이다. 산업연구원 KIET 과 주요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엔고가 이런 추세로 연말까지지속될 경우 대일 소재 의존도가 높은 국내 부품 및 소재산업은 치명타를 받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엔고에 대응한 일본 소재업체들의 최근 움직임은 국내 부품업계의 앞날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최근 일본 소재 및 원부자재 공급업체들은 엔고를 역이용 핵심 소재의 무기화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페라이트자석, 각종 페라이트 코어류, EMC대책부품, 자기헤드 등에 폭넓게 사용되는 페라이트 원료 및 합성파우더의 경우 최근 심각한 구득난을 겪고 있다. 이는 절대물량이 달리는 데다 일본 공급업체들이 가격인상 및 물량조절을 하고있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거만해도 토킨, 히타치, TDK, 무라타등에 매여 있던 중소 페라이트 합성 파우더 제조업체들이 최근에는 별도의 판매회사를 설립하는 등 독자노선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엔고에 따라 일본 원부자재시장이 새롭게 재편성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 하는 것으로 상당히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최근 일본에서 열린 EMC관련 전시 회에 참석했던 삼화콘덴서 필터사업부 이형진부장은 "이는 한때 폐기물 취급 을 받던 페라이트가 각종 전자부품용 핵심소재로 활용가치가 커지면서 중요하게 고려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하고 국내업체들의 일본 의존도가 높아이로인한 영향이 적지않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엔고로 인해 부품업계의 핵심소재 수입단가가 크게 올라감에 따라 무역역조 도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 발표된 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무역역조는 지난해보다 3배 가량 늘어난 약 1백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며 이에 전자부품 및소재가 톡톡히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같은 슈퍼엔고 시대의 부효과를 최소화하고 다가오는 정보통신산업 전쟁의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이제라도 정부차원에서 소재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다행히 최근들어 통산산업부를 중심으로 산.학.연이 공동으로 마련중인 소재 산업에 대한 집중적인 육성책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드는 등 소재산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어 퍽 고무적이다.

삼성코닝, 삼성전기.LG금속.동양시멘트.쌍용양회.삼화콘덴서 등 기업들도 소재산업의 중요성을 실감, 소재 관련 R&D투자비를 대폭 늘리고 있다. 특히삼성.LG.대우.현대 등 4대 그룹은 그룹차원에서 주요 핵심부품과 핵심소재를 충당한다는 방침아래 소재부문에 대한 중장기 집중 투자계획을 마련해 하나둘씩 시행에 옮기고 있다.

그러나 부품의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소재국산화가 선행돼야 하듯이 소재국산화를 위해서는 원부자재 국산화에 대한 대책이 우선적으로 마련돼야한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어렵게 핵심 소재를 국산화한다 하더라도 원부자재를 자급하지 않고서는 일본업체와의 최종 경쟁에서 승산이 없으며 결국에는 또다른 종속만을 가져올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현재 각종 전자부품용 소재를 개발하고 있는 업체들중 원부자재 자급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는 업체는 손에 꼽을 정도다. 업계관계자들은 마치 80년대 전후에 부품산업을 육성할때 소재산업을 등한시했던 것과 상황이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원부자재의 수급에 대한 대책도 없이 섣불리 소재국산화에 착수했다 가 빛도 보지 못한 사례는 부지기수다. 또 지금도 국내 소재 및 소재형 부품 제조업체들의 가장 큰 고민은 원부자재인 세라믹파우더의 국산화가 거의 돼있지 않다는 것이다.

*서미스터.개스센서.산소센서.배리스터 등 반도성 세라믹 자기헤드.페라이트코어.EMC대책 소재 및 부품.페라이트마그네트 등자성체 세라믹 페라이트 *알루미나기판.세라믹패키지.MLP 등 절연체 세라믹(알루미나) 듀플렉서필터등 고주파부품.MLCC.칩인덕터.칩커패시터.리조네이터 등 유전체 세라믹 BPNT *세라믹필터.압전센서.SAW필터.압전착화소자.의료용 탄침자.수정 진동자 등 압전체세라믹(PZT계) 대부분의 전자부품용 소재산업 육성은 그 중심 core 에 해당하는 각종 세라믹 원료파우더 기술 확보가 관건이다.

물론 세계적으로도 매장지역이 지극히 한정돼 있는 희토류계 금속같은 특수 한 원자재의 경우 국내에 매장량이 전무하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자급할 수가없다. 또 국내 소요량이 극히 미미해 대규모의 투자를 감행하면서까지 굳이원자재를 국산화하는 것 자체도 설득력이 약하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원부자재는 궁극적으로 전자산업의 구조조정과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서라도 어떤식으로든 반드시 국산화를 해야 한다는게 소재산업 종사자들의 일치된 견해다.

원부자재산업은 산업의 뿌리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 결과는 철강.화학.금속같은 기간산업과 기초 과학기술이 집약돼 나타난다는 점에서 특히 간과해서는 안된다. 원부자재산업의 육성은 소재산업과 마찬가지로 정부나 대기업차원에서 전략 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수요처인 소재산업이나 부품산업이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원부자재산업이 대규모의 투자를 수반하는데 비해 투자회수에 상당한 시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전문업체의 육성및 대기업과의 긴밀한 협조체제 구축도 중요하게거론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소재 또는 부품 관련 대기업들에게 수많은 중소 전문 세라믹파우더 업체들이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다품종 소량형인 소재 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전문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사업 에 유리하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업계관계자들은 지금이 소재의 원천인 원부자재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적기라고 말한다. 대표적인 3D업종인 세라믹파우더산업이 일본에서 사양산업화되 고 있고 일본업체들이 엔고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국이나 동남아 등지로 기술 및 생산기지를 대거 이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소재 및 부품 업체들이 슈퍼엔고에 따른 가격경쟁력을 확보, 세계시장에서 활로를 개척할 수 있는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

이같은 점에서 좁게는 소재산업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위해, 넓게는구조적인 대일종속에서 벗어난다는 차원에서 원부자재산업에 대한 집중지원 을 해야할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는 설명이다. 【이 중 배 기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