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들이 제값을 주고 제품을 구입해야 했다.
이런 방침은 완고한 대학 관계자들에게 먹혀들어가지 않았다. 다트머스 대학 은 컴퓨터 거래처에 "우리는 절대로 정가를 주고 물건을 구입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자랑했다. 카네기 멜론 대학은 한 수 더 떠서 "우리는 지금까지 돈주고 물건을 사본적이 없다"고 뻐겼다.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 대학은 기부 받은 컴퓨터 장비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대부분이 사용되지 않은 채 방치되 고 있다고 말했다. 기증된 워크스테이션은 사용시 회로에서 열이 많이 발생 하기 때문에 한 사무실에서 히터로 사용되는 것도 있었다. 대학은 앞으로 덤핑된 하드웨어"는 더이상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기존의 시스템과 잘 작동되는 제품만 기부 받을 것이라고 공식 발표해야만 했다. 대학 관계자들은 컴퓨터 거래처로부터 어떻게 하면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받아낼 수 있는가에 대한 정보를 서로 주고 받았다. 듀크 대학의 행정관인 패트리샤 스카루 리스는 컴퓨터 관련 회의에서 동료들에게 "모든 것은 우리 하기 나름이다.
우리는어떤 성격의 계약도 맺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회사와는 다르다고 자만한 넥스트는 뜻을 이루지 못했다. 큐브 컴퓨터를 쌍수를 들고 환영한 것은 대학 음대였다. 그러나 가격때문에 다른 분야에서는 부진했다.
대학측에서 볼 때 다른 혜택이 없고 아키텍처가 달라 기존의 제품들과 연결 되지도 않는(게다가 운용 시스템은 아직 미완성인 상태였고)것을 비싼 가격 에 산다는 것은 그리 좋은 조건이 아니었다. 잡스와 넥스트가 그들의 조건을 바꾸기만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제품이 고급 퍼스널 컴퓨터라고 한다면 그보다 넥스트가 판매하려고한 컴퓨터는 "베타"급에 불과한 것이다. 컴퓨터업계에서는 회사자체에서 제품의 "알 파"테스트를 한후 일부 고객을 선정하여 비공개로 "베타"테스트를 실시해서일반소비자들에게 판매하기전에 버그를 식별해내는 것이 관행이었다. 대학 관계자들도 가끔 베타 테스트에 참여하게 되는데 이는 제품을 미리 보게 해주는 특혜 정도로 여겼다. 이를 위해 대학은 비용이 들지 않았지만 몇몇 대학은 그들이 지나치게 많은 것을 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넥스트 큐브가 발표될 시기에 메릴랜드 대학 컴퓨터 담당자인 로널드 위스먼 은 대학이 베타 테스트에 참여하는 관행을 비판했다. 그는 컴퓨터 회사가 대학을 베타 테스트에 참여시키는 것은 대학의 이름을 빌리기 위한 마케팅 전략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넥스트큐브는 베타급 제품으로 공인되지 않았지만 사실상 그랬고 넥스 트 큐브가 등장하기 전까지 어떤 컴퓨터 업체도 고객으로 하여금 디버깅 비용을 부담하도록 요구하지 않았다. 이 점을 고려한다면 넥스트는 기적에 가까운 일을 해냈다고 볼 수 있다.
1989년 말 넥스트의 맥스 헨리 판매부장을 위로하는 말로 넥스트의 자문 위원회는 "넥스트는 역사상 처음으로 정가를 받고 대학에 가장 많은 베타 제품 을 팔았다"고 말했다. 큐브컴퓨터가 발표될 당시 컴퓨터 업체와 고등 교육기관의 관계가 지나치게 긴밀하다는 점에 대해 불쾌하게 생각했던 위스먼이 넥 스트사에 들어와 고등 교육 기관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마케팅 부서책임자가 된 것은 불가사의한 일이다.
수없이 많은 대학 중 단 하나의 대학만이 넥스트 큐브에 모험을 걸었다. 펜실베이니아주 메드빌에 있는 알레그니 대학만이 넥스트 컴퓨터를 구입하겠다 는 의사를 표시했다. 드렉셀 대학이 일찍이 매킨토시에 투자하여 관심을 모았던 것처럼 알레그니 대학도 넥스트에 투자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너무 많이 변했다. 퍼스널 컴퓨터나 워크스테이션은 이제 더이상 특별한제품이 아니었다. 알레그니 대학의 조치는 관심을 거의 끌지 못했다. 큐브의판매가 부진한 것만 보더라도 매킨토시에 비해 넥스트의 가격이 얼마나 비싼것인지를 알 수 있다.
큐브컴퓨터가 발표된지 일년이 지난 후에도 알레그니 대학이 구입한 것은 22 대밖에 되지 않았다. (MIT가 20대를 구입한 것에 비하면 그것도 많은 편에 속하지만). 넥스트 컴퓨터의 판매는 시일이 지나면서 증가했다. 제품이 발표된 훨씬 뒤인 92년 가을 알레그니 대학은 1백50대를 보유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수는 대학에 보급된 선사의 워크스테이션에 비한다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당초 넥스트 경영진은 89년까지 알레그니 대학은 6백50대의 컴퓨터 를 구입해 학생 3명당 한대꼴로 컴퓨터를 보유할 것이라고 확신했었다.
알레그니는 넥스트에 대한 신의를 지켰다. 알레그니 스스로가 1백만달러의 기부금을 모아 보겠다고 나선 이상 중간에 태도를 바꿀 수는 없었다. 알레그니 대학은 각학과의 보충교과로 컴퓨터에 바탕을 둔 강좌를 개설했다.
과거PLATO소프트웨어가 제공한 강좌와 같이 화학, 생물학, 철학, 영문 학, 물리학, 수학, 지질학 및 종교학과에 보충강좌를 개설했다. 그러나 넥스 트컴퓨터의 가격이 너무 높았다. 나중에 참여한 대학들은 알레그니 대학처럼 지원금으로 1백만달러를 확보할 능력이 없었다. 알레그니 대학이 발주한 물량도 넥스트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적었다.
넥스트와 마찬가지로 알레그니 대학도 시대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퍼스널 컴퓨터의 등장으로 학생 또는 학부모가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깨달은 다른 대학들은 비용을 학생들에게 전가시킴으로써 대학의 재정적 부담을 줄여 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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