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 국설교환기

국내 국설교환기 시장이 사상 최대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우선 국내적으로는 내수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통신의 수요량이최근 2년동안 급감 추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미국의 시장 개방압력이 본격화되면서 국산 국설교환기의 설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최근우리나라 교환기 산업에 가장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 것은 미국 무역대표부와의 통신협의에서 미국 특정 업체가 생산하는 특정 교환기의 한국통신 구매 인증 절차중 일부를 생략, 미국통신장비 업체들의 진출을 기정 사실화 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정부가 지난달 22, 23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통신협의에서 국내 인증 절차를 무시한 채 AT&T의 신형 교환기인 5ESS 2000의 품질 인증 절차의 일부를 생략해주기로 물러선 것이다.

이번한국 정부의 양보로 그동안 자체 개발한 국산 교환기인 TDX기종으로 상당 수준 통신주권을 수호해왔던 국내 교환기산업은 사상 최대의 위기에 몰리게 될 것이라는 것이 통신전문가들의 우려다.

물론인증 절차의 일부를 생략해주기로한 이번 합의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논란의 불씨를 남겨놓고 있다. 우선 인증 절차를 두고 국산 교환기와의 형평성문제가 대두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격은 물론이고 성능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받는 미국산 교환기가 국내에 진출하게 된 것은 내수 시장 물량 축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교환기 업체들에게 견디기 힘든 이중고를 안겨줄 것은 확실해보인다. 우리 교환기 업체들의 유일한 돌파구라고 할 수 있는 해외 시장에서의 실적 도 예년에 비해 신통치 않은 편이다. 지난해 국산 전전자교환기인 TDX수출이 목표치에 크게 미달한 것이 이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삼성전자.LG정보통신.대우통신.한화전자정보통신 구 동양전자통신)등 교환기 4사의 국설 교환 기 수출 증가율이 당초 목표인 70~80%를 크게 밑도는 20% 안팎에 그쳤으며올해 역시 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93년까지만 해도 70~80%수준의 고성장세를 유지해왔던 TDX수출 증가율이 지난해 크게 떨어진 것은 그동안 국내 업체들의 주공략대상이었던 저개발국 통신시장에 세계 메이저 교환기업체들이 고품질과 저가격을 앞세워 대거 진출, 경쟁력이 크게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풀이다.

특히중국이나 러시아.동남아시아등 범국가적인 통신망 현대화사업을 추진중 인 후진국을 대상으로 미국.유럽.일본등의 세계적인 교환기 업체들이 국내업체들보다 훨씬 파격적인 결제조건을 제시하는 등 시장 공략을 본격화, TDX수 출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교환기및 전송장비를 포함한 통신시스템 분야의 수출 목표를 당초 1억3천만~ 1억4천만 달러 정도로 책정했던 삼성전자는 수출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수출 물량이 예상치를 크게 미달, 지난해 수출실적이 전년 대비 20% 증가한 8천만~9천만 달러에 그쳤다. 더구나 1억달러중 전송장비분야를 제외한 순수 교환기 수출 금액은 대략 3천만~4천만달러에 불과, TDX수출 증가율은 전체 통신시스템 분야의 성장률을 밑돌았다.

TDX분야에서만93년보다 80% 증가한 9천만 달러의 수출을 목표로 했던 LG정 보통신도 기대지역이었던 중국과 러시아등지에서 예상보다 고전, 올해 수출 물량이 약 6천만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또 한화전자정보통신은 러시아 페름시와 우간다에 총 1천5백60만 달러분인 4만6천회선만을 수출하는 데 그쳤으며 대우통신도 우즈베키스탄에 약 1천만달 러정도의 TDX교환기를 수출한 것이 지난해 실적의 전부다.

국내4대 교환기 업체들은 이러한 난국을 타개키 위해 무엇인가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가 왔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무엇보다그동안 정부의 보호속에 "나눠먹기식"으로 일관해온 교환기 사업 행태에 일대 변혁이 있어야한다는 지적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국내 국설 교환기 산업에 구조조정의 칼날을 대야한다는 극단적 인 주장까지 설득력있게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다시말해 국내 교환기 산업의 대외 경쟁력 확보를 위해 현재 4개인 국설 교환기 생산업체를 하나나 둘로 축소해야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한국통신의 교환기 구매물량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교환기구매물량의감소 추이를 수치로 살펴보면 90년의 2백68만회선을 정점 으로 91년 2백1만4천회선, 92년 1백99만7천회선, 93년 1백만9천회선에 이어9 4년에는 80만 회선으로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1백만회선이 무너졌다.

4개업체에나눠줘봐야 업체당 20만 회선이 고작이다. 거기에 외국의 내로라 하는 업체들이 가세할 경우 국내 교환기 산업은 공중분해될 가능성마저 보이고 있다.

이런논란이 아니더라도 국내 교환기 산업의 구조 개편 바람은 이미 부분적으로는 불기 시작했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것이다. 한국통신이 국설교환기의대외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본격 추진하고 있는 개량형 대용량 교환기 개발은 통신기기 분야에 본격적인 경쟁원리를 도입한다는 점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개발 능력에 따라 구매물량에 일정한 인센티브를 부여키로 한 한국통신의 방침이 LG정보통신등 국설교환기 4사의 시장 판도를 재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국설교환기업체들이 최대의 위기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되는 요인이 해마다 격감하고 있는 내수물량 감소나 치열한 선점경쟁에만 기인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국설교환기의 연구개발분야의 동향은 B ISDN(광대역 종합정보통신망)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비동기전송방식(ATM)교환기개발과 한국통신 의 주도로 추진하고 있는 TDX개량형 모델교환기개발등 차세대 첨단 교환기 개발이 핵심을 이루고 있다.

특히 국설교환기 산업의 판도를 재편시킬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사안은 바로 한국통신에서 추진하고 있는 개량형 교환기 개발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사업은 외국 교환기 업체의 국내 진출을 효율적으로 견제하려면 기존의국산 전전자교환기인 TDX로는 대외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판단, 한국통신의 주도로 추진되고 있다.

한국통신은특히 개량형교환기 개발사업을 종전처럼 전자통신연구소(ETRI)와 국내 교환기4사간의 공동개발에서 탈피, 관련제품 개발에 성공한 업체의 제품만을 인정하는 경쟁개발체제로 전환,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따라서 이 개량형교환기 개발에 성공한 업체만이 한국통신으로부터 대용량교환기의 납품 자격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교환기 4사간 이의 개발을 둘러싼 살아남기 위한 한판승부가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개량형 교환기 개발 프로젝트는 하드웨어 평가에서 LG정보통신의 "스타 렉스 TX1"이 표준 개량형 모델로 선정됐으며 4월말이나 5월초면 소프트웨어 개발이 모두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설교환기의 성능 개선은 개량형 교환기 개발 사업 개시 이전에도 각 업체 별로 산발적으로 진행돼 왔었다.

LG정보통신의경우 이미 93년초 TDX 10의 성능을 개선한 경제형 모델교환기 인 "스타렉스"개발에 성공해 이를 수출주력기종으로 해외시장을 공략, 나름대로의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삼성전자 역시 대용량급인 "SDX 100"의 개발 을 완료, 수출시장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LG등 선발업체들의 잇단 대용량교환기의 독자개발에 이어 대우통신과 한화전자정보통신등 후발주자들의 추격도 만만치않다. 대우통신이 최대 12만 가입자회선을 수용할 수 있는 국설대용량 전전자교환기인 "DX 3100"을 개발 한데 이어 한화전자정보통신도 비슷한 시기에 TDX 10의 성능을 대폭 향상시킨 "ODEX 100"기종 개발을 잇달아 발표했다.

우리나라국설교환기 시장은 그간 ETRI주도로 이뤄져왔던 교환기4사간의 공조체제가 무너지고 내수시장 선점경쟁을 위한 경쟁 체계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현재국내 교환기 사업은 사활을 건 싸움을 벌여야하는 위기에 직면해있다.

열쇠는국내 교환기업계가 수출에서 얼만큼의 전과를 거두냐에 달려있다.

통신전문가들은 국내 국설교환기업계의 해외시장진출이 올해를 기점으로 상당한 진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LG정보통신과 삼성전자의 경우에는 지난 수년간 닦아놓은 해외에서의 사업 기반이 어느 정도 정착되면서 올해부터 적지 않은 교환기 선적이 있을것으로 예상된다. 【최 승 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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