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품질인증체계 대변혁..배경 및 전망

UR(우루과이라운드) 타결과 WTO(세계무역기구)체제의 출범으로 세계의 품질 인증 체계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에따라 속속 등장하고 있는 새로운 개념의 품질인증체계는 강력한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관세를이용한 전통적인 무역장벽으로는 더이상 효력을 가질 수 없게 됨에따라 선진국들이 품질인증체계를 교묘하게 전환、 기술 및 규격에 의한 비관 세 무역장벽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의 새로운 통합인증제도인 "CE마크제"에 이어 세계무역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일본은 이같은 조류에 편승、 최근 품질인증체계의 일대 개 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개혁은 결국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른 국가에게는 강력한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특히 이들 3대 진영과의 무역량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수출의 최대변수인 품질인증체계가 근본적으로 바뀜에 따라 "엔고바람" 을 타고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수출전선"에 자칫 찬물을 끼얹을것으로 우려된다.

업계관계자들은 "당장 내년부터 강력한 법적구속력을 갖게될 EU의 CE마크제의 경우 인증절차가 지나치게 까다로워 국내 관련업체중 적어도 60~70%는 대EU수출시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금까지드러난 세계 품질인증체계의 흐름은 한마디로 "자기인증(Se-lf Cer tification)"을 근간으로 한 인증주체의 민간이양과 제조자의 무한책임을 강조하는 "PL(Product Liability)법"의 부상으로 요약된다.

우선 "자기인증"은 최근 세계 품질인증제의 뚜렷한 골격으로 정착하고 있다.

WTO체제의출범으로 정부의 역할이 줄어들면서 중앙정부를 통한 인증체계가 더 이상 명분이 없어진 것이다.

전유럽의단일 품질인증제도로 새롭게 인식되고 있는 "CE마크제"만 해도 기본적으로 국가기관(CA:Competent Authority)을 축으로 국가별로 공인된 인증 기관인 NB(Notified Body)와 공인시험소(Competent Body)가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그 핵심은 제조자의 "자기인증"이다.

"덴토리마크"의 뒤를 이어 전기.전자제품에 대한 일본시장 진출의 관건인 "S (Safety)마크제" 역시 자기인증을 기본으로 하며 인증주체를 JQA.JCII.JET등 3대 민간기구로 이전하는 것이 기본방향이다.

미국FCC의 최근 움직임도 EU 및 일본과 다소 차이는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이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FCC는 상위레벨의 20개 지정시험 소(MV랩)에 인증권을 이양、 품질시험을 철저하게 관리하되 다만 제조업체에 는 자기인증권이란 "떡고물"을 부여할 것이 확실시된다.

제조자가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데 그치지않고 사후에 일어날 모든 책임을 떠맡게 되는 일명 제조자책임법(PL법)이 전면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도 최근세계적인 품질인증체계 변화의 뚜렷한 특징중 하나다.

물론제품 사용시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사고에 대해 원천적으로 책임을 지는PL법은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제조자의 책임을 중시한 다각적인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그러나 최근의 현상은 품질인증과 연계해 제조자의 책임을 제도권 안으로 수렴 소비자보호 측면에서 제조자의 품질개선의무를 더욱 강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란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윤곽이거의 드러난 CE마크제를 보더라도 향후 발생할 모든 책임은 제조자가 부담하게 된다. EU는 특히 CE마크가 부착되지 않은 제품이나 부착했더라도 특정기준에 부합되지 않을 때는 "판매중지-제품수거"라는 정해진 수순대로 강력한 제재조치를 가할 방침이다.

제조자 스스로 정해진 기준에 적합함을 선언할 뿐 강제성은 결코 띠지 않는것으로 알려진 "S마크제"도 이 제도의 시행자체가 일본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PL법과 일맥 상통한다.

자기인증과제조자의 책임을 강조하는 이들의 방침은 일단 겉으로는 명분도 있고 매우 개방지향적인 자세로 간주될 만하다. 많은 시간과 까다로운 절차 를 거쳐 인증받던 것에서 벗어나 제조자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스스로 특정기준에 적합함을 선언하고 특정마크를 부착、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기때문이다. 그러나 실제적으로는 "대문은 활짝 열었으나 쪽문은 이중 삼중으로 굳게 닫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제품인증에 필요한 근본적인 것은 개방했을지 몰라도 구체적인 인증절차와 사후관리는 이전보다 훨씬 강화됐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CE마크를 비롯해 현재 선진국들이 추진하고 있는 품질인증체계는 시험기관.절차.방법.사후관리 등 모든 면에서 역외국가의 제조업체들에게는 상당히 불리하도록 돼있다.

이는WTO체제의 출범으로 분위기상 정부주도 규제의 명분이 사라짐에 따라 민간주도의 규제로 전환하되、 보다 효과적인 제재수단으로 "인증체계"를 교묘히 이용、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속셈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제도적으로 가격경쟁보다는 품질경쟁을 적절히 유도할 수 있도록 특히 "사후관리"를 강조함으로써 품질면에서 처지는 후발국들의 추격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중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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