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부품산업의 해외 투자시에는 무엇보다 완제품 업체와의 동반진출이 바람 직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20일 삼성전자는 자사의 해외생산기지에 협력 부품업체의 진출을 유도하기 위해 공장설립 등 제반 문제를 해결해 주며 다른 부품업체에게도 그 문호를 개방하겠다는 내용의 동반진출 방안을 발표해 부품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그런데 산업연구원(KIET)이 최근 이같은 동반진출은 우리 전자업계의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내용을 뼈대로 한 "일반 전자부품산업의 국제화전략"이란 보고서 박성택 연구위원.김수이 연구원 공동연구)를 내놓아 동반진출에 대한 업계의 관심을 다시 한번 모으고 있다.
보고서에따르면 우리의 일반 전자부품산업은 글로벌 경제체제의 등장에 따른 완제품업체의 해외진출、 생산비의 지속적인 상승 등의 요인이 겹치면서 해외진출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전자부품업계의 해외투자는9 0년대 들어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현재 부품업계의 해외투자는(허가건수 기준) 전년보다 68% 늘어난 2백20건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지만이같은 부품업계의 해외투자가 과연 성공적인지에 대해선 회의적이 다. 대부분 해외투자가 기기와 부품 생산의 연계성이 결여된 채 이뤄지고 있고또 부품업체의 해외투자의 주된 동기가 되고 있는 낮은 임금도 점차 사라지고 있는 추세인 것이다.
우리 산업전자와 가전부문의 해외투자를 보면 생산비 절감뿐만 아니라 무역 장벽 제거、 현지시장 개척、 선진기술 및 정보 획득 등을 고려하고 있다.
그렇지만전자부품의 해외투자는 대부분 국내 임금상승과 노동력 부족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되고 있다.
KIET가 최근 전자부품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해외투자동기로 "인건비 상승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로 수출이 어려워진 것"을 꼽은 응답업체가 가장 많았고(24%)와 "국내의 생산인력을 확보할 수 없다"(18%) 는 응답도 "현지시장의 성장에 대한 기대"(22%)에 이어 세번째를 차지했다.
이는부품산업의 대 동남아시아 및 중국 투자가 산업전자(53%)、 가전(69 %)보다 높은 85%라는 지난해 한국은행의 조사결과와도 일치한다. 이들 국가는 현재 현지시장 자체보다 낮은 인건비가 두드러진 지역이다. 다만 최근 들어서 현지시장 개척 요인이 점차 중시되는 추세다.
해외투자계기를 보면 자사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 대부분이었다(76.5 %). 특히 국내 주거래기업의 권유는 5.9%에 그쳤다. 해외진출하는 국내 모 기업의 요청에 따른 부품업체의 진출비율이 20%를 웃도는 일본과 대조적이다. 이같은 결과는 국내 전자부품산업의 해외투자가 완제품업체와의 협력관계 속에서 이뤄지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KIET는 지적했다.
이는 완제품업체와 부품업체의 동반진출이 절실하다는 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완제품업체들은 관련부품을 국내에서 조달하고 해외에서는 조립만 을 해왔다.
하지만 국내조달 부품에는 국내 임금수준 등이 포함돼 있고 비록 경량이기는 하지만 수송비부담과 관세부담이 추가되고 있다.
또 지역별 경제블록에 따라 부품의 현지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완제품업체들은 최근 시너지효과를 거두기 위해 지역별로 종합단지를 건설할 계획인 데 현지 관련 부품산업의 미발달과 표준화문제 등이 얽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내 전자부품업체와 완제품업체와의 동반 진출은 불가피한 대안이 되고 있다.
설문조사에서도부품업체들은 바람직한 투자방향에 대해 완제품업체와의 동반진출을 가장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40%).
문제는 완제품업체가 부품업체에 대해 충분한 물량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성택 연구위원은 "이같은 문제는 일본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일본 완제품 업체들은 부품업체에게 직접적으로 수요보장을 하지 않더라도 일단 투자방향 등의 정보를 미리 알려줘 해외투자를 유도、 동반진출의 효과를 얻고 있다" 고 말했다.
한편 KIET는 우리 전자부품산업이 제대로 해외투자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 무엇보다 국내에서의 지속적인 기술혁신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고부가 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한 국내 부문의 생산 및 기술혁신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해외투자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또 정부의 역할도 중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KIET는 중소전자부품업체의 해외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부품업체가 투자판단을 할 수 있는 해외투자여건에 대한 체계적이고 주기적인 조사활동 *해외공단 조성 *관련 금융 및 세제 개선 등의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KIET는 지역별 부품산업 해외투자 전략을 내놓았다.
유럽연합(EU)은전자기기업체에 대한 각종 원산지 품목규정(로컬 컨텐트 규제 일부 품목에 대한 GSP정지및 반덤핑관세 등 무역장벽이 높아 완제품업체와의 동반진출이나 일부 경쟁력 있는 품목을 중심으로 틈새시장 공략이 필요할 것으로 지적됐다. 미국시장 진출은 멕시코 등 우회생산기지의 활용이 바람직하고 일본시장은 생산기지보다는 기술획득에 주력할 필요가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아세안지역은 저임과 투자인센티브、 GSP혜택 등의 이점을 활용해 범용부품 의 우회수출기지나 역수입기지로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KIET는 밝혔다.
<신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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